[20도쿄] ‘여랑이’를 위한 은메달리스트 성정아의 조언 “부담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

민준구 / 기사승인 : 2021-07-23 11: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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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농구의 변방으로 분류되는 한국농구. 그러나 한때는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하며 태극기를 휘날렸던 시절이 있었다. 황금기의 중심에 있었던 건 바로 성정아. 지금은 이현중이란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의 어머니로 익숙하지만 30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세계농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84 LA올림픽은 한국 여자농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대회였다. 박신자 여사가 세계를 호령하던 1960년대를 지나 잠시 침체기를 겪던 한국 여자농구는 박찬숙, 김화순, 그리고 성정아를 앞세워 캐나다, 중국, 호주, 유고슬라비아 등 미국을 제외한 모든 팀들을 물리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 막내였던 성정아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음에도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중국과의 마지막 풀리그 경기에선 정하이샤와 함께 공포의 트윈타워를 구축한 진월방을 잘 막아내며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당시 한국에 있는 어떤 사람도 LA올림픽 은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림픽 출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짙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정아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LA올림픽에 가기 전까지 엄청 힘들었다. 쿠바에서 열린 프레 올림픽(현재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중국에 37-72로 크게 패해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근데 구소련을 중심으로 공산주의 국가들이 보이콧하며 기회가 생겼다. 운 좋게도 티켓이 생겼지만 반응은 좋지 못했다. ‘어차피 이기지도 못하면서 왜 내보내느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만약 인터넷이 있었다면 엄청나게 욕먹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모두가 마음을 비운 상황이었다. 준비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예상이 좋지 않다 보니 힘들었다. 올림픽 분위기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주전 선수들은 숙소에서 쉬게 했고 나머지 선수들만 개막식에 보냈다. LA까지 갔는데 경기 외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 왔고 다시 경기하러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라고 덧붙였다.

어쩌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도쿄로 떠난 여자농구 대표팀의 대회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FIBA는 대표팀에 파워랭킹 최하위권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더불어 스페인, 캐나다, 세르비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과 경쟁해야 한다.

성정아는 “분명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사람들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여자농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남자농구 역시 지난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다. 한국농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라며 “그래도 우리 때보다 더 많이 운동한 선수들이다. 예전에는 27살이면 은퇴 시기였다. 지금은 정말 잘 훈련된 선수들이다. 절실함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면 지금의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성정아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무기는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기량은 밀릴지 몰라도 코트 위에선 쉽게 패하지 않겠다는 마음, 그리고 정신력이 결국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전주원 감독은 경험 많은 지도자다. 리더십이 뛰어나며 선수들을 잘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 역시 마지막 대표팀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린 선수들을 잘 챙겨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한다”라고 격려했다.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조언. 한국 여자농구의 ‘큰 언니’ 성정아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과거와 현재가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최약체 평가를 받은 건 같지만 1984년의 대표팀은 예상외의 대단한 결과를 냈다.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같은 위치에 서야 한다는 것이 아닌 코트 위에서 같은 에너지를 뿜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최선을 다해 상대와 맞붙는다면 소중한 무언가를 얻고 돌아올 수 있다”라며 대표팀의 올림픽 도전을 지지했다.

# 사진_점프볼 DB, 성정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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