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 LA올림픽은 한국 여자농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대회였다. 박신자 여사가 세계를 호령하던 1960년대를 지나 잠시 침체기를 겪던 한국 여자농구는 박찬숙, 김화순, 그리고 성정아를 앞세워 캐나다, 중국, 호주, 유고슬라비아 등 미국을 제외한 모든 팀들을 물리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 막내였던 성정아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음에도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중국과의 마지막 풀리그 경기에선 정하이샤와 함께 공포의 트윈타워를 구축한 진월방을 잘 막아내며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당시 한국에 있는 어떤 사람도 LA올림픽 은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림픽 출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짙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정아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LA올림픽에 가기 전까지 엄청 힘들었다. 쿠바에서 열린 프레 올림픽(현재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중국에 37-72로 크게 패해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근데 구소련을 중심으로 공산주의 국가들이 보이콧하며 기회가 생겼다. 운 좋게도 티켓이 생겼지만 반응은 좋지 못했다. ‘어차피 이기지도 못하면서 왜 내보내느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만약 인터넷이 있었다면 엄청나게 욕먹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모두가 마음을 비운 상황이었다. 준비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예상이 좋지 않다 보니 힘들었다. 올림픽 분위기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주전 선수들은 숙소에서 쉬게 했고 나머지 선수들만 개막식에 보냈다. LA까지 갔는데 경기 외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 왔고 다시 경기하러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라고 덧붙였다.

성정아는 “분명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사람들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여자농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남자농구 역시 지난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다. 한국농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라며 “그래도 우리 때보다 더 많이 운동한 선수들이다. 예전에는 27살이면 은퇴 시기였다. 지금은 정말 잘 훈련된 선수들이다. 절실함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면 지금의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성정아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무기는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기량은 밀릴지 몰라도 코트 위에선 쉽게 패하지 않겠다는 마음, 그리고 정신력이 결국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전주원 감독은 경험 많은 지도자다. 리더십이 뛰어나며 선수들을 잘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 역시 마지막 대표팀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린 선수들을 잘 챙겨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한다”라고 격려했다.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조언. 한국 여자농구의 ‘큰 언니’ 성정아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과거와 현재가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최약체 평가를 받은 건 같지만 1984년의 대표팀은 예상외의 대단한 결과를 냈다.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같은 위치에 서야 한다는 것이 아닌 코트 위에서 같은 에너지를 뿜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최선을 다해 상대와 맞붙는다면 소중한 무언가를 얻고 돌아올 수 있다”라며 대표팀의 올림픽 도전을 지지했다.
# 사진_점프볼 DB, 성정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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