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KCC는 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79-98로 대패했다.
정규리그 챔피언의 압도적인 기세는 사라졌다. KCC의 강점이었던 트랜지션 오펜스는 리바운드 싸움에서의 열세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송교창과 정창영을 제외한 국내선수들의 부진, 여기에 라건아가 제러드 설린저에게 밀린 탓도 있었다.
라건아는 1차전에서 18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확히 30분을 뛰며 얻어낸 기록이다. 설린저는 18득점 14리바운드 7어시스트 1블록을 기록하며 라건아를 압도했다.
라건아는 KBL 데뷔 후 줄곧 최고의 외국선수로 군림해왔다. NBA 출신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경쟁력을 자랑했다. 신장제한 폐지 역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4강 플레이오프에서 조나단 모트리의 도전을 이겨냈다. 3, 4차전에선 밀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결국 5차전에서 22득점 25리바운드를 기록, 모트리를 잠재웠다.
여전히 최고임을 증명한 라건아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대단히 큰 산을 만났다. KGC인삼공사를 중위권 팀에서 우승후보로 끌어올린 설린저가 등장한 것이다. 이미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설린저보다 더 크고 강한 상대를 만나봤기에 좋은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차전은 예상과 달리 꽤 열세를 보였다.
라건아의 장점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트랜지션 게임이다. 여기에 정확한 미드레인지 점프슛, 정확한 위치 선정을 이용한 리바운드, 그리고 풋백 득점이다. 상대가 작으면 힘으로, 크면 스피드와 체력으로 이겨냈던 것이 라건아다.
그러나 설린저와의 맞대결에서 라건아의 위력은 절반 이상 줄었다. 공격 리바운드는 1개에 불과했다. 트랜지션 오펜스를 활용, 연달아 득점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하프 코트 오펜스에선 설린저가 버틴 골밑을 쉽게 뚫어내지 못했다.
설린저와 모트리는 달랐다. 설린저는 두꺼운 몸, 그리고 긴 팔을 이용해 라건아가 설 공간을 주지 않았다. 신장에선 밀렸지만 힘으로 압도할 수 있었던 모트리와는 달리 설린저는 거대한 벽과 같았다.
심지어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던 라건아에 비해 설린저는 전반 내내 힘을 아꼈다. 패스만으로도 게임을 좌지우지했다. 후반에는 적극 공격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14득점을 추가했다. 라건아의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질 경기에서도 라건아와 설린저의 대결 구도는 같은 상황이 이어질까. 반전을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라건아는 한 번 당한 상대에게 두 번, 세 번 당하지 않는 선수다. 또 1차전 맞대결에서도 힘으로 밀고 들어갔을 때 효과를 보기도 했다. 파워 싸움에선 대등했다.
전창진 감독 역시 "라건아의 플레이에는 만족한다. (제러드)설린저의 득점은 이미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전반 동안 라건아가 보인 모습은 괜찮았다"라며 다독였다.
수비 역시 인상적이었다. 설린저가 전반 내내 패스 게임을 했던 건 의도한 부분도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었다. 라건아의 수비가 타이트했다. 몇 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재미 보지 못했다. 물론 패스 게임이 잘 됐기에 결과는 아름다웠지만 라건아의 좋은 수비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라건아는 2차전에서 설린저에게 1차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까. 만약 2차전 역시 반전이 없다면 안양에서의 3, 4차전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국내선수들의 경기력 회복도 시급하지만 라건아가 설린저를 상대로 최소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미래는 밝지 않다.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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