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L리그에서 강팀으로 군림하기 위한 조건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외국인선수 경쟁력이다. 아무리 국내 선수진이 좋아도 외국인선수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거나 팀과 조화가 안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역대급 강팀을 돌아보면 하나같이 지금도 회자되는 강력한 외국인선수가 존재했다.
올 시즌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원주 DB를 비롯 공동 2위 수원 KT, 창원 LG 그리고 4위 서울 SK까지 탄탄한 기량의 외국인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은 제각각 다르지만 각자 만의 색깔로 서로간 조화를 이루며 위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하나같이 해당팀과 잘 어울리는 외국인선수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KBL에서 몇 시즌째 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한 검증을 뜻한다. 외국인 전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교체가 아닌 동행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DB ‘원주 요키치’ 디드릭 로슨(26‧201cm), LG ‘이집트 왕자’ 아셈 마레이(31·202㎝), SK ‘잠실 원희’ 자밀 워니(29‧199cm) 또한 그렇다. 로슨과 마레이는 3시즌째이며 워니는 5시즌째 함께 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DB는 다크호스 정도로 꼽혔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탄탄한 팀들이 여럿 있기도 했으나 최근 3시즌간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20시즌 SK와 함께 공동1위를 차지하며 기세등등했던 것도 잠시 이후 3시즌간 9위, 8위, 7위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김종규(32‧206.3cm)와 강상재(29‧200cm)의 국가대표 빅맨 라인에 아시아쿼터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특급 가드 이선 알바노(26‧185cm) 그리고 다수의 3&D자원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만한 전력이었지만 실전에서는 좀처럼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공수에서의 엇박자가 원인으로 지적되며 ‘원주 정통의 높이 농구를 포기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잘 데려온 외국인선수 한명이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빼어난 기량을 지닌 외국인선수의 상당수는 자신의 팀내 영향력을 과신하고 독단적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로슨은 다르다. 무리하지 않고 찬스가 오면 차분하게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펴 거기에 맞는 움직임을 보인다. 공격이면 공격, 패싱게임이면 패싱게임 거기에 수비까지 열심히 한다. 덕분에 DB 특유의 높이와 밸런스가 살아났고 팀 전체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시즌 캐롯(현 소노)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것을 눈여겨봤고 팀에 잘 맞는 조각이다고 판단해서 영입한 DB의 눈과 실행력이 빛을 발했다.
로슨의 다재다능함은 개인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18경기에서 평균 22.44득점(전체 4위), 5.06어시스트(전체 5위), 10.06리바운드(젼체 7위), 0.78스틸, 1.28블록슛(전체 4위)으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의 진가가 묻어나는 모습이다. KBL 최초의 이집트 국적 및 순수 아랍권 출신 외국인 선수로도 유명한 LG 마레이같은 경우 로슨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자신도 잘하면서 팀원들을 살려준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하지만 상대적으로 범위의 차이가 있다. 로슨이 대부분 영역에 걸쳐 전방위로 관여한다면 마레이는 포스트 수비 하나는 확실하게 책임져주면서 동료들이 편하게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LG가 풍부한 선수층을 앞세워 이른바 뎁스농구를 펼칠 수 있는 데에는 마레이의 확실한 골밑 장악능력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에 더해 좋은 BQ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마인드까지 가지고 있어 수비에서 공헌도가 매우 높다. 리바운드에 더해 스틸 능력 또한 좋아 마레이가 코트에 있고 없고에 따라 팀 전체 디펜스의 에너지레벨이 바뀐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LG의 성적 역시 달라졌을 공산도 크다.
빠른 템포, 공간활용, 높아진 외곽슛의 비중 등 현대농구는 예전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변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다름아닌 리바운드다.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얻어지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마레이는 2년 연속 리바운드왕이다. 지지난시즌 13.47개로 골밑의 지배자로 떠오른데 이어 지난 시즌(12.48개) 역시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다. 거기에 더해 스틸 부분(지난 시즌 1위, 지지난시즌 2위) 역시 접수해버렸다. 개인 능력치도 좋지만 루즈볼을 향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리는 등 매경기 투지 넘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지라 동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크다.
그렇다고 공격을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다. 슈팅 거리가 긴 것도 아주 빠르다거나 높이 뛰지도 못한다. 대신 우직하다. 원체 힘이 좋은데다 포스트업 등 빅맨으로서의 기본기가 튼든해 골밑 인근에서 가성비 높은 득점 공헌도를 보여준다. 이를 입증하듯 현재 16경기에서 평균 18.75득점, 3.38어시스트, 15.69리바운드(전체 1위), 1.19스틸, 0.81블록슛의 호성적을 기록중이다.
로슨과 마레이가 팀을 살려주는 플레이에 강점이 크다면 SK 워니는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앞세워 본인이 해결해버리는 슈퍼에이스형 외국인선수다. ‘워니가 전술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대놓고 돌격 모드로 들어가도 수비가 힘든 유형인지라 그 과정에서 저절로 시너지효과까지 발생한다.
워니를 막기위해 더블팀, 트리플팀이 수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좋은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파워에 뜨거운 손끝 감각으로 득점 폭풍을 일으키게 되면 자연스럽게 동료들에게 찬스가 날 수밖에 없다. 워니의 득점력은 지난 4시즌을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첫 시즌 3위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그는 다음 시즌 2위로 꾸준함을 드러낸다.
이후 2시즌 연속으로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또한 14경기에서 평균 26.64득점(전체 1위), 3.50어시스트, 12.43리바운드(전체 공동 2위), 1.07스틸, 0.93블록슛으로 기사단의 최전선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선형, 오세근이 최악의 부진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SK가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배경에는 워니라는 확실한 득점머신의 역할이 절대적임은 부정할 수 없다.
KT 패리스 배스(28‧207cm)는 새로운 얼굴이다. 로슨, 마레이, 워니가 검증된 외국인선수라면 배스는 이른바 신입생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잠깐의 적응기를 거친 이후에는 무서운 뉴페이스로서의 위력을 제대로 떨치고 있다. 16경기에서 평균 23.06득점(전체 2위), 4.13어시스트, 10.38리바운드(전체 6위), 1.63스틸(전체 4위), 1.25블록슛(전체 5위)을 기록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워니가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삼성 코피 코번(24‧210cm)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코번이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충분히 기대치만큼 잘해주고 있다. 다만 삼성의 전력이 너무 약해서 코번이 활약하고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동료들과의 시너지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번 본인 또한 고군분투속 패배가 쌓이자 의욕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L판 샤킬오닐이다’는 말까지 있었던 만큼 좀 더 자신과 잘 맞는 팀에 있었다면 현재보다 더 강력한 파워를 발휘했을 공산이 크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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