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코로나19, BNK 창단 등 WKBL은 최근 두 시즌 동안 큰 변화를 겪었다. 중계석에서 이 변화를 몸소 느꼈던 KBS N 강성철 캐스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로나19는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농구계도 예외일 수 없었다. BNK 창단으로 큰 꿈에 부풀었던 WKBL은 2020년 3월 9일 신한은행-하나원큐 전을 끝으로 2019-2020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며 맞이한 2020-2021시즌. 경기장을 찾는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무관중 경기가 이어졌고, 챔피언결정전조차 무관중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에 팬들의 '직관 갈망'이 쌓이고 있다.
팬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경기장. 그래서 여자농구와 팬들을 연결하는 주요 매개체인 방송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중계방송으로 경기장에 가지 못하는 팬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KBS N 강성철 캐스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정규리그 경기를 시청자들에게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목청을 더욱 높였다. 2013-2014시즌부터 <바스켓W>를 시작으로 8시즌째 여자농구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강 캐스터. 중계석에서 ‘격동의 WKBL’을 경험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터뷰는 2월 22일 오후에 진행됐습니다.
Q. 이제 정규리그 종료까지 두 경기만 남았다. 무사히 정규리그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느낀다. 정규리그 종료를 앞둔 소감을 부탁한다.
아직 플레이오프가 남았지만, 시원섭섭하다. 우선 가장 다행스럽다고 여기는 건 WKBL과 관련된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 다행이다. 무사히 시즌을 치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선수들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아직 여자농구와 관련된 학교폭력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WKBL 중계를 맡은 나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중이 입장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Q. 2020년 3월 9일 신한은행-하나원큐 전을 끝으로 2019-2020시즌은 조기에 종료됐다. 당시에 강성철 캐스터는 물론이고 주관 방송사인 KBS N도 혼란에 빠졌을 텐데.
정말 당황했다. 정규리그도 다 소화하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가 없이 시즌이 끝나고 말았다. 당시에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기록 문제였다. WKBL에서 시즌 기록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다. 여태까지 질병으로 시즌이 조기에 종료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2019-2020시즌 기록은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컨텐츠 부족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중계를 통해 컨텐츠를 모아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데, 컨텐츠 자체가 부족했다. 무엇을 만들어 방송으로 내보내야 할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WKBL의 고민도 깊었다. 경기를 계속 재방송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에 WKBL뿐만 아니라 배구 리그도 조기에 종료됐다. 겨울 스포츠의 꽃인 농구와 배구가 이렇게 일찍 끝나버리니 이후 운영 방향을 수정해야 할 편성팀의 고민이 깊었다고 알고 있다.
Q. 코로나19 때문에 중계를 준비하는 과정이 바뀌었는가? 예를 들면, 나는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리그가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언제나 안고 있다. 그래서 나는 경기 취재가 있는 날엔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고, 경기 전에 다른 장소에 가는 일을 최소화한다.
나도 똑같다.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면 큰일 난다. 나는 WKBL, KBO 중계로 농구 경기장, 야구 경기장에 출입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매번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내 삶은 굉장히 단순해졌다. 예전에는 경기장에 도착하면 선수, 감독, 관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그냥 경기장 입구에서 발열 체크, 신상 정보 제공 후 중계석에 가서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코트에 내려갈 수도 없고, 내려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경기를 중계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중계 중에 코로나19가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정말 삶이 단순해졌다. 재택근무 중이라서 집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집, 경기장, 구단 지정 식당에만 다닌다.
Q. 그렇다면 경기 관련 정보는 어떻게 얻고 있는가?
그래서 예전보다 기사를 더 많이 읽는다. 선수, 감독들과 대면할 수 없어서 기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취재 기자들이 알아낸 정보를 얻으려고 손대범 해설위원에게 많이 물어본다. 기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서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작전시간에 각 팀 감독님들이 언급한 내용을 최대한 재미있게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이제는 무관중 경기 중계에 적응했는가?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 적응했다. 헤드폰을 쓰고 중계에 몰입하니 가끔 무관중 경기인 걸 잊을 때가 있다.
Q. 관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중계 환경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소리를 지르면 내 목소리가 메아리가 돼서 다시 귀에 들어온다. 규모가 큰 편인 부산 스포원파크 BNK센터에서는 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데, 인천도원체육관처럼 다소 작은 경기장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코트에 있는 사람들이 경기 중에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물론, 응원단이 노래를 크게 틀면 잘 안 들린다.
재미있는 건 중계진, 감독, 선수들이 서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전시간 때 위성우 감독님, 안덕수 감독님의 목소리는 마이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다 들린다. 이 정도로 잘 들리니 경기 중에 혹시라도 감독님들이 험한 말씀을 하시진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 말이 선수들 귀에 들어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전보다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한다. 되도록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칭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Q. 영남권 최초 WKBL 구단인 BNK가 두 번째 시즌을 소화했다. 예전보다 겨울에 부산 출장이 잦아졌을 텐데.
나는 부산을 좋아한다. 생각해보니 최근 열흘 동안 세 번이나 갔더라. 원정 팀뿐만 아니라 중계진도 장거리 이동은 힘들다. 특히, BNK 홈 경기는 14시 경기라서 나는 부산에 경기가 있는 날엔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부산에 간다. 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이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는데, 나는 경기 중계 덕분에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부산에 간다. 그리고 부산은 서울보다 따뜻하니 마치 여행 가는 것처럼 부산에 간다.
손대범 해설위원이 부산을 참 좋아한다. 손 해설위원은 부산에 가면 돼지국밥을 많이 먹는다. 돼지국밥의 매력에 빠져있다. KTX를 타고 부산역 앞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경기장에 온다. 이처럼 부산 내 맛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계진은 부산 방문이 즐겁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아쉽다.
BNK 창단 전엔 스포원파크의 존재를 몰랐다. 그런데 스포원파크에 드나들다 보니 스포원파크 내 공원이 참 예쁘다는 걸 알았다. 최근에 날씨가 풀려서 공원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 공원에 온 사람들을 보니 2019-2020시즌 올스타전이 떠올랐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서 관중석을 꽉 채운 팬들과 함께 경기를 보고 싶다.

Q. 해설진이 2인으로 줄었다. 캐스터로서 김은혜, 손대범 해설위원의 장점을 끌어내는 것도 캐스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두 해설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은혜 해설위원은 선수 출신으로서 경기 중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한다. 게다가 스스로 기록, 자료를 철저히 준비한다. 임신 중인데도 전 경기를 다 보면서 엄청 노력한다.
그래서 손대범 해설위원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손 해설위원이 “김은혜 해설위원은 내겐 없는 선수 커리어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자료를 엄청나게 준비해서 내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그런 김은혜 해설위원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선수 출신인 해설위원이 자료도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내가 무엇이든 물어봐도 다 알려준다. 그래서 김 해설위원과 함께 경기를 중계하면 편하다.
김 해설위원은 선수 칭찬을 많이 한다. 그리고 장난치는 맛도 있다. 서로 친해서 ‘미녀 해설’, ‘현역 시절에 예뻤다’, ‘실력이 좋았다’라고 추켜세우면 부끄러워한다. 칭찬에 약하다. 김 해설위원 성격이 순수하니 일부러 이런 애드립으로 김 해설위원을 당황케 해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다만 김 해설위원은 오프닝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방송계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오프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 해설위원은 실수를 걱정해 오프닝 때마다 긴장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프닝을 끝내고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고개를 숙여서 좌절할 때가 있다.
Q. 손대범 해설위원은 어떤가?
손대범 해설위원은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자신에게는 없는 선수 경험을 메우기 위해 선수 조사, 전술 공부를 끊임없이 한다. 손 해설위원은 “내가 해설위원으로서 자리를 잡아야 다른 기자들에게도 기회가 생긴다”라고 말하며 사명감을 갖고 중계를 준비한다.
아시다시피 손 해설위원은 다양한 리그 정보를 알고 있는 농구 박사다. 그래서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손 해설위원이 다른 리그에 비유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손 해설위원이 워낙 방대한 농구 지식을 갖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도 많이 물어본다.
그리고 손 해설위원은 개그 욕심이 있다. 나는 손 해설위원의 비유를 좋아한다. 재미있게 듣고 있다. 예를 들면, 박지수가 벤치로 돌아가면 손 해설위원은 ‘박지수의 퇴근 시간, 조기 퇴근’이라고 말한다. 예전에 손 해설위원에게 비유를 준비해서 오냐고 물어봤는데, 손 해설위원은 단지 즉석 비유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손 해설위원은 예전보다 더 많은 애드립을 구사한다. 나는 손 해설위원의 비유를 끌어내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유도하지 않을 때도 스스로 말한다. 손 해설위원과 내가 비슷한 연배고, 손 해설위원의 개그가 평소 진지한 모습과 대비되니 더 재미있다.
Q. 김은혜 해설위원의 출산일이 코앞이다. 그동안 김 해설위원을 위한 KBS N의 배려가 있었을 텐데.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서 김은혜 해설위원은 장거리 중계에서 제외됐다. 방송국 차원에서 김 해설위원을 배려했다. 출산이 임박해지니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김 해설위원은 부산, 청주 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Q. 그런데 김은혜 해설위원은 임산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김은혜 해설위원은 만삭인데도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 힘든 기색이 없다. 김 해설위원은 입덧도 없어서 편하게 식사하고 어려운 게 없다고 말한다. 용인실내체육관은 중계석과 연결된 계단이 가파르다. 김 해설위원이 걸어 올라갈 때 내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나이의 임신인데, 대단하다. 회사 차원의 배려도 본인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의 신체, 정신력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3월 1일이 출산 예정일이다. 워낙 건강하다 보니 농담으로 ‘출산 후에 바로 복귀하셔도 되겠다’라는 말도 나온다. 김 해설위원이 건강한 덕분에 우리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Q. 그렇다면 플레이오프 해설은 누가 하는가?
손대범 해설위원이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전 경기를 해설한다. 참고로 챔피언결정전 1차전(3월 7일)은 본사(KBS)가 중계하는데, 하승진 해설위원까지 포함된 3인 중계진으로 경기를 중계한다. (손대범 해설위원을 잘 부탁한다) 힘들겠지만, 손 해설위원이 잘할 것으로 믿는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유용우 기자, 강성철 캐스터, 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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