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예상과는 달랐던 정규리그 결과, 그리고 강성철 캐스터의 천기누설?

현승섭 / 기사승인 : 2021-02-24 15: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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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 신한은행의 약진. 외국 선수가 없이 진행된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순위표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다. ‘2강-2중-2약’ 구도가 일찌감치 굳혀진 가운데 마지막 경기까지 알 수 없었던 우승 경쟁에 팬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강성철 캐스터는 이번 정규리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더불어 그가 시즌 전 예상했던 순위표와 플레이오프 예상 결과를 들어보았다. 

 

※ 인터뷰는 2월 22일 오후에 진행됐습니다.

 

Q. 이번 정규리그 우승 레이스는 정말 치열했다. 한편, 리그 중반부터 '2강-2중-2약' 구도가 정착되기도 했다. 시즌 시작 전에 예상한 순위표가 있었을 텐데, 지금 순위표와 다른 점이 있는가?

내 예상 순위표와 좀 달랐다. 외국 선수가 없어서 높이 싸움으로 순위표가 결정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많은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KB스타즈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 선수가 없어서 ‘박지수 천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2위 자리는 삼성생명이나 하나원큐가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삼성생명에는 배혜윤, 김한별이 있고, 하나원큐는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았던 데다가 양인영도 영입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시즌 초반 박혜진이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에 3위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은행이 우승했다. 참 대단하다.

나는 신한은행이 노쇠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정상일 감독님의 지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성적은 선수들이 이룩했지만, 감독님의 역할이 7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중계 중에도 정상일 감독님의 지도력을 언급한 적이 있다.

Q. '노쇠화'가 아닌 '노련함'이 작용한 셈이다.


그렇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신한은행에는 베테랑이 너무 많다는 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너무 많이 모이면 오히려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정상일 감독은 '선수단 장악', '팀 조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베테랑의 노련미와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적절하게 버무린 정상일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Q. 외국 선수가 없는 WKBL 리그를 처음 중계했다. WKBL이 예전보다 재미있는가? 아니면 재미없는가?

나는 외국 선수가 없는 이번 시즌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현대산업개발에서 뛰었던 전주원 코치의 팬이다. 농구붐이 일었던 농구대잔치 시절을 되돌아보면 외국 선수가 없었는데도 참 재미있었다. 이번 시즌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물론 외국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는 맛도 있었다. 그러나 외국 선수가 없어도 여자농구는 3점슛, 조직력, 빠른 농구로 이목을 끌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외국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오히려 재미없는 경기가 많았다. 외국 선수가 부상 때문에 경기에서 빠지면 일방적인 경기가 많았다. 이번 시즌에는 국내 선수들만 출전하니 전체적으로 각 팀 간 격차도 줄어들었다.

나는 이번 시즌이 예전 농구대잔치처럼 여자농구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3점슛도 많이 터졌고, 경기 템포도 빨라졌다. 예전 재미를 완전히 찾은 건 아니지만, 이번 시즌은 과거 여자농구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시즌이 여자농구 부흥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말로 알아듣겠다. WKBL이 인기를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도 경기력, 둘째도 경기력이다. 나는 우리 여자농구 선수들이 인기를 얻을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배구에 라이벌 의식을 조금 느끼고 있다.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조만간 여자농구 전성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인기를 얻으려면 우선 경기력이 받쳐줘야 한다.

배구를 떠올려보면, 배구는 세트 스코어 3-0으로 일방적으로 끝나더라도 어쨌든 매 세트 한 팀이 25점을 얻어야 한 세트, 경기가 끝난다. 그래서 특정 세트의 점수 차가 비교적 크게 와닿지 않는다. 농구는 다르다. 득점이 적으면 금방 티가 난다. 재미있는 저득점 경기도 있지만, 저득점 때문에 팬들이 여자농구를 외면할까 걱정된다. 

Q. 박지수를 제외하고 외국 선수들의 들러리로 여겨지던 빅맨들도 이번 시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빅맨 자리는 그동안 외국 선수들의 자리였다. 국내 빅맨은 완전히 외국 선수들의 들러리였다. 이제는 그 자리에 새로운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은행 오승인도 외국 선수가 없어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외국 선수가 있었다면 출전 시간이 더욱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박지현도 예전보다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리그 경기로 자신감을 얻어서 대표팀도 국제 경쟁력을 조금씩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 선수 제도 일시 폐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Q. 외국 선수가 없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신인 선수들이 설 자리도 많았다. 눈에 들어왔던 젊은 선수들은 누구인가?

우선, 신인상 유력 후보인 하나원큐 강유림의 활약이 돋보였다. 삼성생명 신이슬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앞서 언급했지만, 오승인도 눈에 들어왔다. 외모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이 선수가 박지수를 나름대로 잘 막았을 때 이 선수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예전에 해설위원들과 오승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오승인은 마른 신체 때문에 힘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곧바로 벤치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박지수를 잘 막았다. 오승인이 우리은행에서 버티고, 십자인대 부상을 이겨낸 걸 보며 속된 말로 '깡다구', '근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스포츠리그인 WKBL엔 시장원리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오승인은 여러모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인을 갖추고 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제2의 박정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제2의 박정은?

 

오승인은 박정은 본부장님처럼 신체 비율이 정말 좋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박정은 본부장은 정장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출중한 외모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오승인이 조금이나마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은행에서 버틴 근성과 더불어 잠재된 스타성, 실전에서 실력을 발휘한다면 대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 선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던 게 오승인에겐 ‘신의 한 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시즌에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는 무엇인가?


1월 24일, 신한은행-우리은행 전(74-73, 우리은행 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애나의 화려한 플레이를 앞세운 신한은행이 조금 앞서다가 마지막에 박혜진의 3점슛으로 우리은행이 역전승을 거뒀던 경기였다. 내가 중계했던 경기라서 언급하는 건 아니다, 하하.

Q. 그렇다면 가장 놀랐던 순간도 박혜진이 3점슛을 넣었던 순간이겠다.
 

그렇다. 경기 종료 4.8초 전에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 2점 차로 뒤처지고 있었다. 작전시간을 부른 위성우 감독은 경기가 연장까지 이어지면 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위 감독은 3점슛을 선택했다. 위 감독님이 작전판을 활용해 3점슛 작전을 설명했는데, 우리은행 선수들이 이를 그대로 구현했다. 정말 신기했다. 올 시즌 최고의 경기와 장면이었다.


Q.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강성철 캐스터와 손대범 해설위원의 목이 쉬었던 걸로 기억한다.


4쿼터 막판엔 정말 쉴 새 없이 소리만 질렀다. 시청자와 다를 바 없었다. 나중에 경기를 모니터링을 했다. 캐스터가 차분하게 경기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그때는 소리를 질렀던 게 오히려 좋았다고 느꼈다. 이렇게 중계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낀 박진감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중계 중에 안타까웠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우선, 선수들이 얼굴을 다쳤을 때 안타까웠다. 올 시즌에는 유독 얼굴을 다치는 선수가 많았다. 선수가 다칠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특히 안면 부상에 더욱 안타까움을 느낀다. 선수들 나이가 한창 외모에 신경 쓰는 나이이지 않나. 그래서 걱정하게 된다.

최근에 삼성생명 김단비의 코뼈가 부러졌다. 나도 대학 시절에 농구를 하다가 코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다. 정말 아팠다. 수술도 쉽지 않았고, 코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코피가 계속 목 뒤로 넘어가서 고통스러웠다. 김단비도 굉장히 고통스러울 텐데 괜찮다고 말한다. BNK 진안은 눈썹 쪽이 찢어져도 붕대를 감고 바로 출전했다. 우리 여자농구 선수들의 인내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Q. 21일에 있었던 BNK-우리은행 전(55-29, 우리은행 승)도 안타까움을 느꼈을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 경기를 중계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예전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 때 BNK 구단주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BNK가 선전하길 내심 바랐는데, 막상 BNK가 역대 한 경기 최소 득점 기록을 바꿔버렸다.

경기가 종료될 무렵에 “구단주 얼굴을 못 보겠다”라고 같이 경기를 중계했던 손대범 해설위원과 입을 모았다. 구단주가 중계석과 가까운 곳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고개만 돌리면 구단주의 얼굴이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9연패인 데다가 팀이 역대 한 경기 최소 득점 기록을 경신하니 중계하는 우리가 이상하게 미안했다. 구단주는 물론이고, 선수들, 경기를 보신 시청자분들께도 미안했다. 차기 시즌엔 BNK에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Q. 사실 이걸 물어보는 게 미안하다. 예상이 맞아봐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틀리기라도 하면 ‘농알못(농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놀림을 받을 수도 있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3점슛 타이틀, 누가 가져간다고 보는가?
※ 22일 하나원큐-신한은행 경기 전에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 21일까지 3점슛 성공 개수 : 김아름 61, 강이슬 60, 심성영 57

강이슬이 가져갈 것이다. 오늘 확 몰아칠 것 같다. 강이슬은 3점슛에 대한 자부심과 욕심이 있다. 그리고 다른 경쟁자보다 스스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김아름은 아직 캐치 앤 슛 위주로 3점슛을 던지고 있다.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강이슬과 김아름의 3점슛을 돕거나 방해하려고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뛸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강이슬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Q. 심성영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최근 경기에서 3점슛을 너무 많이 넣었다. 농담을 섞자면 약발이 약간 다 됐다고 본다, 하하. 심성영이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Q. 정규리그 MVP는 누가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나는 김소니아가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소니아가 없었다면 우리은행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수 없었다. 마지막 두 경기에서 부진했지만, 지금까지 우리은행을 이끈 건 김소니아다.

Q. 박지현도 MVP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다. 그렇지만 박지현은 시즌 중반에 다소 부침을 겪었다. 좀 더 꾸준한 모습을 보인 김소니아가 더 유리하다고 본다.

Q. 사실 난 박지수가 MVP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개인 기록이 엄청나고,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승차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박지수 대신 김소니아를 MVP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KB스타즈가 우승했다면 볼 것도 없이 박지수가 MVP다. 정규리그 전 경기 더블더블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둔 선수다. 그렇지만 우승 프리미엄이 있지 않겠는가. 꾸준한 모습으로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을 일군 김소니아가 박지수, 박지현을 제치고 MVP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투표권이 없다고 알고 있다) 없다. KBO는 골든 글러브 투표권을 방송사에도 제공하는데 WKBL은 주지 않는다, 하하.

Q. 좀 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바로 플레이오프 결과다. 어느 팀이 우승하는가?

나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것 같다. 두 팀이 만난다면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질 것 같다. 예상하기 어렵지만, 우리은행이 우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데이터를 봤을 때, 2007겨울리그부터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승했다. 2007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방식처럼 네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갔다. 그런데도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겼다. 정규리그 우승팀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은행이 우승할 것이다.

Q. 우리은행이 삼성생명을 꺾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삼성생명의 후반기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베스트5 명단이 이젠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단기전엔 5, 6명 선수가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워낙 많은 선수를 기용하다 보니 베스트 라인업이 떠오르지 않는다. 큰 경기에서는 많은 선수를 기용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우리은행이 좀 더 우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임근배 감독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Q. 신한은행이 업셋(순위가 낮은 팀이 순위가 높은 팀을 이김)에 성공한다고 보는 이유는?


KB스타즈의 장단점은 다른 팀 감독들이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일 감독이라면 필승 전술을 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한은행에는 베테랑도 많아서 신한은행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KB스타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이 예상이 틀린다면 혹시라도 ‘농알못’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괜찮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더라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Q.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강성철 캐스터, 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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