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구겼던 SK, 올 시즌은 ‘생각대로’

김종수 / 기사승인 : 2021-11-02 21:46:5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시즌 초 서울 SK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던 SK는 언제 그랬냐는 듯 최근 몇 시즌 간 보여준 강호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현재 72패의 호성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워낙 분위기가 좋은지라 현재의 경기력이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경은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SK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멤버는 좋지만 모래알 조직력이다는 혹평에 시달렸으나 문감독은 여기에 끈끈함과 자신만의 색깔을 입혔다. 특유의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크게 흔들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오던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갔다.

 

특히 전 포지션의 장신화로 어떤 팀과도 맞설 수 있다는 부분은 최고의 장점이었다. 주축 선수들이 신장과 기동성을 겸비한지라 어떤 팀을 만나도 맞불, 혹은 집요한 약점공략이 가능했다. 애런 헤인즈(40·199cm), 테리코 화이트(31·192.5cm) 등 이른바 득점형 기술자들의 도움이 컸다고도 하지만 여기에는 포지션 장신화를 통해 스윙맨 유형의 외국인 선수들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문감독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SK의 가장 무서운 점은 김선형(33·187cm), 최준용(27·200), 안영준(26·196cm), 자밀 워니(27·199) 등 최근 몇 시즌 동안 충분히 검증된 주축 선수들이 다같이 좋은 컨디션으로 뛰고 있다는 부분이다. 위력적인 돌파 옵션을 가진 에너지 넘치는 듀얼가드, 국내 최고의 3&D 슈터, 다재다능한 재주꾼형 올라운드 플레이어, 득점머신 등 서로간 조합이 좋다. 개성이 강해 보이는 라인업이기는 하지만 여러 시즌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는 부분이 이를 충분히 상쇄시켜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오재현, 최원혁, 최부경 등 백업 멤버도 탄탄하다. 은퇴한 김민수의 빈자리는 FA를 통해 영입한 국가대표 출신 슈터 허일영(36·195)으로 채웠다. 성적이 좋지 않을 수가 없는 선수 구성이다.

 

'플래시 썬' 김선형은 본래는 2번에 가까운 선수였지만 문감독은 그를 1번으로 중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포지션 대비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데다 스피드와 탄력이 탁월한 김선형은 코트를 종횡무진 활보하며 속공 농구의 중심에 섰다. 패싱게임을 통해 경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빈틈이 보이면 직접 치고 들어가 골을 성공시켰고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빈공간 동료들에게 패스를 잘 빼줬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팀을 잘 이끌었고 본인 역시도 듀얼가드의 정점에 섰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역시 평균 14.2득점, 2.8리바운드, 6.3어시스트, 1.1스틸로 SK 돌격대장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김선형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 후보로까지 불리고 있는 영미안영준은 프로 입성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경은 전 감독의 조련 아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안영준은 모든 팀들이 탐낼만한 유형의 선수다. 경기내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수비, 리바운드 참여 등 궂은일에 앞장서는 살림꾼형 팀플레이어이자 오프 더 볼 무브가 좋은 선수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슈팅력이 늘어가고 있고 기본적으로 많이 뛰는 유형이다 보니 속공득점도 많이 올린다. 다양한 전술에서 고르게 사용 가능한 전천후 퍼즐이다.

 

볼을 많이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14.1득점, 4.6리바운드, 2.6어시스트, 1.6스틸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점이 안영준의 대단함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 기록을 유지해나간다면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도 가능해 보인다. 한창때의 추승균이 연상되는 선수로 이제 소리 없이 강한 남자는 안영준에게 물려줘도 될 듯 싶다.

 

사실 SK1위 질주를 하는 데에는 스네이크최준용과 1옵션 외국인 선수 워니의 지분이 크다. 한결같이 꾸준하고 성실한 김선형, 안영준이 계산이 되는 검증된 카드였다면 최준용과 워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날의 검같은 패였기 때문이다. 둘이 뛰어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올 시즌 잘할지 못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중요전력이면서 지난 시즌 추락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최준용은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8.1득점, 7.2리바운드, 2.7어시스트의 기록도 썩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출장 경기수가 겨우 14경기에 그쳤다. 크고 작은 구설수가 잦은 인물답게 또다시 사건을 만들어내며 소속팀과 문경은 전 감독을 곤란에 빠트렸고 설상가상으로 무릎부상까지 겹치며 시즌 아웃 된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올 시즌을 앞두고 최준용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은 최준용은 역시 무서웠다. 그는 아마 시절부터 기술자로 불렸다. 마산동중 시절 가드를 소화했던 선수답게 볼 운반, 보조리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스피드를 갖춘 200의 장신이면서 외곽에서 찬스가 나면 3점슛까지 꽂아 넣을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신장대비 운동능력과 스피드가 준수하며 볼 핸들링과 패스능력, 넓은 시야, 긴 슛거리를 모두 겸비했다. 이를 입증하듯 올 시즌에는 18.1득점, 5.4리바운드, 2.8어시스트, 1.1스틸, 1.3블록슛으로 순항중이다.

 

워니 역시 확 달라졌다. 그는 2019~20시즌 베스트 5, 최우수 외국인선수상을 모두 수상한 SK의 믿는 구석이었다. SK는 당연하다는 듯 그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워니는 이전 해의 테크니션이 아니었다. 체중조절에 실패해 살이 찐 모습으로 나타나 시즌 내내 둔해진 플레이를 펼쳤다. 한술 더 떠 팀 분위기를 해치는 무개념 행동을 반복하며 최준용과 함께 문경은 전 감독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희철 신임감독은 워니와의 다시 한번의 동행을 선택했다. 팀을 자신의 색깔로 개편하기보다 문경은 전 감독이 만들어 놓은 구성을 잘 다듬어가는 쪽을 택한 것이다. 지극히 안정적인 전략이었고 여기에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2개의 시한폭탄최준용과 워니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전희철 감독을 웃게 만들고 있다. 최준용은 물론 워니 역시 현재 21.1득점, 11.9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데뷔 시즌의 좋았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과연 SK는 모든 경우의 수가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재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모 그룹 브랜드명처럼 생각대로쭉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모습이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종수 김종수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