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도 기량 발전상이 있다면?
2025시즌 남고부는 강원사대부고일 것이다. 직전 시즌 전국대회 단 1승도 없던 팀이었다. 그런데 봄철 세 대회 연속 결선에 진출했다. 8승 5패로 승률 60%가 넘었다. 연맹회장기는 공동 3위 입상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번 시즌 기량 발전상 후보는 어느 팀일까?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팀들이 많다. 여수화양고도 그중 하나다. 지난 시즌 예선을 통과한 대회가 없었다. 심상문 여수화양고 코치는 지도자 생활 16년을 하면서 이런 시즌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각기 장점이 있는 3학년 4명의 시너지가 좋다. 그 점은 지난 시즌 강원사대부고와 닮았다. 강원사대부고도 3학년 4명이 주축이었다. 닮은 점은 또 있다. 신장이 작은 대신 빠르고 조직적이다. 4명 중 1명은 농구하기 위해 외지에서 왔다는 점도 같다.
▲ 3학년 4명, 빠르고 조직적인...
다른 점도 있다. 강원사대부고는 강하게 부딪치는 수비가 장점이었다. 반면 3점 슛이 불안정했다. 여수화양고의 수비는 상대적으로 격렬함이 부족하다. 반면 3점 슛은 좋다. 노태훈과 신진수는 외곽 슛에 강점이 있다.

노태훈은 화양고의 장점과 과제를 잘 보여주는 선수다. 178센티의 작은 신장이다. 그러나 드리블, 어시스트, 슛 모두 준수하다. 슛은 3점 슛과 미드레인지 점퍼, 돌파 후 레이업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힘도 좋다.
그런데 가끔 집중력을 잃을 때가 있다. 심상문 코치는 “패배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승부처를 이길 힘이 있다. 그런데 그 경험이 적다. 지방 팀을 상대한 지난 시즌 주말리그에서 강적 광주고, 전주고 등을 연파했다. 전국대회에서 수도권 팀을 만나도 그 기세를 유지해야 한다.
단신 팀일수록 3점 슈터의 가치는 크다. 상대 수비 범위를 넓혀야 포스트 공략이 수월해지고 내외곽이 조화를 이룬다. 김동혁과 노태훈은 림어택에 능숙하다. 그런데 신장이 작다. 스피드와 타이밍으로 공략해야 한다. 신진수는 그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슈터다.
여기에 주전급 선수 중 가장 키가 크다. 190센티 신장에 발이 빠르고 탄력도 좋다. 리바운드에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빅맨 수비도 해야 한다. 체력적인 부담이 큰데 3점 슛 성공률도 높이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리바운드는 주장 김동혁의 장점 중 하나다. 전주고와 주말리그 경기 14개 포함, 4경기 평균 10.3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종별에서도 평균 9.3개를 잡았다. 낙구 지점 예측이 좋고 빠르다. 리바운드 판단력이나 활동량은 창원 LG에 지명된 김선우(한양대 4년)를 연상시킨다.
수비도 그렇다. 빠른 발로 빈자리를 계속 채운다. 공격도 다르지 않다. 공을 잡기 좋은 위치로 이동해서 공격을 전개하기 좋은 선수를 찾는다. “아직 여유가 부족하고 슛이 안 들어가면 급해진다”라고 본인의 단점을 얘기하지만, 김동혁은 단점을 상쇄하고 남을 장점을 갖고 있다.
박준영은 스스로를 “비밀병기”라 불렀다. 수비와 어시스트, 시야, 리바운드가 모두 좋아 팀의 사기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흥분하지 않고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가는 것도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그 자신감을 확인하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 부상으로 3월 춘계연맹전은 출전이 어렵다. 빠르면 4월 협회장기, 늦으면 5월 연맹회장기에 재활을 마친 박준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수화양고가 비로소 완전체를 이룬다.
▲ 김동혁, 노태훈, 박준영, 신진수 그리고
당장 춘계는 최소 2명 이상의 후배와 합을 맞춰야 한다. 기대되는 후배가 있는지 질문에 4명 모두 답을 아꼈다. 다 같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특정 선수의 이름만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학년에는 큰 선수들이 있다. 늦어도 여름에는 큰 힘이 될 거라 기대한다.
김동혁은 이번 시즌 “현실적인 목표로 8강에서 4강”을 제시했다. “욕심내서 우승까지 해보고 싶은데”라며 현실적으로는 “열심히 하고 있어서 8강까지는 갈 것 같다”고 했다. 박준영과 신진수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노태훈은 4강으로 못 박았다. 3점 슛 성공률을 높이면 된다고 했다. U18 대표팀 선발의 의지도 드러냈다. 기록이 남아있는 대한농구협회 홈페이지 기준, 2004년 이후 여수화양고 출신의 U18 대표는 없다. 노태훈의 바람이 실현되면 학교와 지역에도 경사가 될 것이다.

이번 시즌 남고부는 최강 경복고, 대항마 용산고에 안양고, 양정고, 전주고 등이 4강 후보로 거론된다. 언급된 팀들은 높이와 큰 경기 경험 등에서 여수화양고와 차이가 있다. 목표인 4강에 오르려면 그 차이를 없앨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심상문 코치가 강조하는 첫 번째는 ‘의지’였다. 경기가 안 풀려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우리(여수화양고)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팀이 별로 없다. 끈질기게 달라붙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이길 수 있다”고 진단한다.
두 번째는 ‘팀’이다. 개성과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팀으로 보면 “신장 등 약점이 있다. 특히 리바운드는 고민”이라고 했다. 개인의 기록을 위한 경기가 아닌 ‘Team first’가 되어야 전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감’이다. 꼭 강한 팀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다. 자신감은 없던 힘도 만들어준다. 반대로 위축되면 잘하던 것도 안 된다. 사실 심 코치가 가장 원하는 건, 강팀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 것이다.

김동혁의 집은 부산이다. 설 연휴 기간 “하루 이틀만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훈련을 위해서다. 노태훈, 신진수도 설 당일만 쉬고 계속 훈련할 생각이다. 박준영은 빨리 복귀하기 위해 연휴 기간에도 재활 훈련을 쉬지 않겠다는 각오다.
4인 4색의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지난 시즌 전국대회 2승 12패의 여수화양고. 공교롭게도 마지막 패배는 강원사대부고였다. 지난 시즌 강원사대부고처럼 이번 시즌 8강 나아가 4강을 향해 질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_점프볼DB, 조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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