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김종규가 말하는 ‘경희대 3인방’ ② 기적 같았던 재회

김용호 / 기사승인 : 2020-04-26 1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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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2019년 6월 1일, 농구계 모든 시선이 원주 DB에게 꽂혔다. 앞서 문을 닫았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역대 최고 보수로 김종규를 영입한 DB가 전주 KCC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민구를 영입한 것. 2019-2020시즌 중 상무에서 두경민이 전역 예정이었던 DB는 대학리그를 호령했던 경희대 3인방을 단숨에 모았다. 201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2,3순위를 휩쓸었던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영광의 시절을 보냈던 세 절친은 농구인생에 있어 누구나 받을 수 없는 기회를 잡았다.

비록 지난 3월 24일 KBL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하면서 3인방의 질주는 한 차례 마침표를 찍어야했다. 그들이 다시 함께 코트 위에 섰던 1월 10일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2월 28일까지. 약 두 달 동안 보여줬던 이들의 저력은 여전했다. 3인방이 뭉친 이후 DB는 12승 2패라는 압도적인 결과를 남겼고, 그 속에서 기둥 역할을 해낸 김종규는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생애 첫 BEST5에 선정되기도 했다. 믿기지 않았던 재회에 연신 미소를 지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자.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또 다른 ‘DB 시네마’, 기적 같았던 재회
이상범 감독이 DB의 지휘봉을 잡았던 2017-2018시즌. 수차례 짜릿한, 영화 같은 역전극을 펼치면서 ‘DB 시네마’라는 애칭이 팀에 붙었다. 그리고 2019년 6월 1일 또 한 편의 드라마틱한 시나리오가 쓰여졌다. 앞서 5월 김종규가 FA 신분으로 DB에 합류한 이후 김민구가 박지훈(현대모비스, 당시 KCC)와의 맞트레이드로 원주에 오게 된 것. 2013년 신인드래프트 1,2,3순위를 휩쓸었던 경희대 3인방이 프로 무대에서 재결합 했다는 소식에 많은 농구팬들이 향수에 젖기 시작했다. 팬들만큼이나 당사자들도 이 재회가 기적같이 느껴졌다.

재회가 성사됐던 당시를 회상한 김종규는 “사실 처음에는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경민이도 군대에 있었고, 저도 그 때 대표팀에 가느라 소속팀 합류가 늦었었잖아요. 그래서 조금 느낌이 더뎠던 것 같은데, 시즌이 개막하고 민구랑 둘이 뛰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어요. 거기에 올해 들어 경민이까지 돌아오니 정말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라며 싱숭생숭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경민이랑은 전역하기 전부터 빨리 셋이 뭉쳤으면 좋겠다는 연락도 많이 주고받았었어요. 셋이 모이면 분명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날 거란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경민이를 더 많이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솔직히 부담이 없지는 않았어요. 대학 때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거기에 잘하지 못했을 때 쏟아질 비난과 자책도 두려웠죠. 여전히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을 어느 정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감회가 남달랐기는 두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김민구는 “‘진짜인가?’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실감을 많이 못했던 것 같아요. 지명 순위로도 1,2,3순위가 한 팀에 모인다는 것도 그렇지만, 대학 때 친구들이랑 다시 모인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었거든요. 경민이가 1월에 제대를 하고 나서야 진짜 모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어 두경민도 “부담도 됐고, 긴장도 됐고, 설레기도 했죠. 그래도 셋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잘 해보자고 계속 의기투합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두경민이 상무에서 전역하고 이틀 뒤였던 2020년 1월 1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DB의 4라운드 경기에서 드디어 이 세 선수에게 역사적인 추억 한 장이 남았다. 두경민이 교체로 공식 복귀를 알린 순간에도 DB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냈지만, 몇 번의 교체 후 코트 위에 김종규-두경민-김민구가 나란히 자리하자 경기장에서는 더욱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사자들은 물론 많은 팬들이 기다렸던 순간.

이때를 떠올린 김종규는 “짜릿했어요. 정말 신기했고요. 마냥 ‘와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 이렇게 다시 모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게 뛰었던 것 같아요. 대학 때 느낌 그대로였어요. 경민이한테 패스를 받아서 제가 슛을 넣는데 뭔가 웃기기도 했고요. 저를 아는 친구들이 입맛 좋게 패스를 넣어주니까 ‘됐다’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김민구도 “짜릿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우리가 다시 함께 경기를 뛰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좋았죠. 그리고 사실 저는 두 친구들에게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현실이 그렇잖아요. 하하. 친구들을 많이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역 후 복귀전을 치렀던 두경민의 소감은? 그렇게 정신없을 수가 없었는데 셋이서 코트에 함께 서는 순간 너무 든든하고 재밌었단다.

3인방이 모인 덕분이었을까. 이날 DB는 올 시즌 들어 3전 4기만에 전자랜드를 꺾고 전 구단 상대 승리에 성공했다. 팀의 기둥이었던 김종규는 친구들과의 재회에 힘입어 19득점 4리바운드에 덩크슛만 세 방을 터뜨리며 승리에 앞장섰다. 두경민 역시 15득점 4어시스트 1스틸로 화려한 신고식을 펼쳤다. 김민구는 3득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는데, 13분이라는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러웠다.


우승하고, 다시 인정받자
어렵사리 원주에 모인 세 선수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까. 이들의 말대로 경희대 3인방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 부담감을 떨쳐내려면 다시 한 번 영광의 시간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김종규, 두경민, 김민구 모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김종규는 자신들의 재회에 팬들이 보내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저희 3인방을 좋아해주시는 팬들이 정말 많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계시죠. 이제는 경희대 3인방에서 DB 3인방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아직 DB에서는 저희가 이뤄놓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그만큼 이루고 싶은 게 많이 남아있어요. 기대를 받는 만큼 반드시 부응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죠”라고 팬들을 바라봤다. 프로라는 무대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엄연히 대학과 프로는 다르잖아요”라고 앞을 내다본 김종규는 “이제는 저희 세 선수가 프로 선수로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기에요. 프로에서 뭔가를 이루고 나야 다시 한 번 대학 때 이야기들을 당당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희가 DB에서 남길 추억이 있다면 무조건 우승이지 않을까요. 경민이와 민구도 똑같은 생각일거에요. 저희에게는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기도 하고, 일단 우승을 해야 다른 것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정상에 선 선수들이 아니기에 개인적으로 받는 비난들도 있는데, 우승으로 인정을 받고 그 시선들을 모두 없앴으면 해요. 칭찬을 많이 받던 그 시절이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높은 곳을 바라봤다.


김종규의 남다른 각오에 김민구도 함께 우승에 시선을 맞췄다. 김민구는 “일단 팀 우승이 제일 중요해요. DB가 우승을 해야 저희 세 친구들끼리도 우승을 누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단 팀의 정상 등극이 먼저입니다”라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두경민 역시 “저희의 추억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부담도 있겠지만, 셋이 함께 더 재밌게 농구를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진심어린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김종규는 3인방뿐만 아니라 DB의 새로운 기둥답게 다부진 한 마디를 전하며 더 밝을 앞날을 내다봤다. “우여곡절 많았던 친구들이 기적같이 한 군데 모여서 이제는 기회를 잡은 것 같아요. 저희가 DB에서 다시 한 번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학 때 이끌어주셨던 최부영 감독님도 많이 뿌듯하시지 않을까요. 가끔 연락도 없이 저희를 보러 오시는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 감독님뿐만 아니라 지금 DB의 모든 분들, 팬들께도 기대하는 만큼의 활약을 해서 다시 한 번 영광의 시절을 되짚어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BONUS ONE SHOT | 친구가 친구에게 ...3인방의 롤링페이퍼
김종규_ 일단 저는 물론이고 경민이도, 민구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민구한테는 할 말이 없어요(웃음). 경민이한테는 말 좀 그만하라고 했더니 나이를 먹었는지 진짜 말이 줄더라고요. 하하. 같이 있으면 지금도 대학생들같이 투닥투닥 거리면서 너무 좋은 친구들인데, 부상 없이 좋았던 기억들을 프로에서도 꼭 쌓아갔으면 좋겠어요.

김민구_ 사실 저보다는 두 친구가 부담이 더 많이 될 거에요. 마음속으로 스트레스도 많을 텐데, 그만큼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니까 책임감 있게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만 쭉 잘했으면 좋겠어요.

두경민_ 민구, 종규는 둘 다 저에게 너무나도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대학 때부터 이 둘에게 받은 게 정말 많았는데, 그만큼 이제는 제가 더 도와주고 힘들 때면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어요. 다치지도 말고 저희 셋이 정말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BEHIND STORY | 2월의 스타였던 3인방
사실 본 인터뷰는 2월 11일에 진행됐다. 3월호에 글을 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본지 사정으로 인해 한 달 늦게 오픈하게 됐다. 인터뷰 당시로 시계를 돌려보면 3인방과 인터뷰를 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다. 1월 8일 두경민이 제대한 이후 DB는 KBL 최초 4라운드 전승이라는 역사를 남기며 리그에서 가장 핫한 팀이 됐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점프볼도 빠르게 기획회의를 마친 후 구단에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이미 대기줄이 늘어서있었다. 더욱이 김종규와 두경민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을 위한 국가대표팀에 차출됐고, 진천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경기가 잠실 원정이었기에 더욱 시간이 촉박했다.

그럼에도 결국 점프볼은 원주에서 3인방을 만날 수 있었고,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채 단체 컷을 촬영하며 이들의 진짜 친구다운 투닥거림도 직관했다. 이후 인터뷰까지 무사히 마친 이들은 넌지시 한 마디를 남겼다. 2월 12일 아침 잠실행을 앞뒀던 세 선수는 “저희 내일 훈련 끝나고 또 인터뷰해요”라며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중단되기 전 여전히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던 이들은 서울 SK와 공동 1위에 자리한 채 아쉽게 2019-2020시즌을 보내주게 됐다. 3인방이 뭉친 이후 보여준 모습이 있기에 2020-2021시즌에도 이들은 여전히 뜨거울 터. 세 선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지도 기대된다.

# 사진_ 홍기웅 기자,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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