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KBL은 외국선수 포함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허훈의 24점 21어시스트를 20-20이란 이유로 기념상을 시상하지 않는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살펴보면 결국 KBL이 기념상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뒤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남자 프로농구는 지난 13일을 끝으로 약 2주 가량 FIBA 아시아컵 예선에 집중하기 위해 휴식기에 들어갔다. 이 사이 화두에 오른 것 중 하나는 신인상이다. 신인상을 수상할 만한 신인 선수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신인상 규정을 만족하는 선수 자체가 적다. 시즌 중에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가 열려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신인상 기준인 출전가능 경기수의 절반을 채우는 선수가 드물다. 이번 시즌에는 김훈(DB)과 박정현(LG), 전성환(오리온), 김진영(삼성) 정도다. 데뷔시즌만 신인으로 간주해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은 더 이상 신인상을 받을 수 없다.
지난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수상 여부를 떠나 김훈이 유력한 신인상 후보에 오를 것은 예상되었다. 선수층이 얕은 원주 DB와 이상범 감독의 최소 10분 출전 보장 지론 때문이다. 김훈은 실제로 신인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2경기 출전과 유일한 평균 10분 이상인 10분 51초를 뛰었다. 많이 코트에 나가니 당연히 기록에서 앞선다.
이런 현상이 이번 시즌뿐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KBL은 2012~2013시즌부터 드래프트 시기를 대폭 앞당겨 드래프트 직후 신인 선수가 곧바로 데뷔할 수 있게 규정을 손질했다. 신인 선수들은 1년 가량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곧바로 프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대신 전력에 바로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나 부상 또는 팀 사정상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신인 선수가 많았다. 이들을 위해 꾸준하게 신인상 규정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아니 그 이전부터 부상 때문에 단 한 경기도 출전 못하고 데뷔시즌을 날려버린 선수에겐 최소한 신인상에 도전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드래프트 시기를 바꾼 뒤에는 데뷔 시즌 신인상 규정을 만족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차기 시즌 신인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게 선수들을 위해 합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시즌에는 변준형 같은 선수마저 없자 한 신인 선수는 “신인상 시상을 안 하면 안 되나?”라는 말까지 했다. 선수들도 스스로 신인상을 수상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걸 인정한다. 팬들이나 관계자들이 바라볼 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오리온 추일승 전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 SK에게 패한 뒤 “남은 경기에서 조한진이나 전성환 등 어린 선수들에게 출전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추일승 전 감독이 물러나고 김병철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아 바뀔 수 있지만, 만약 전성환이 남은 경기에서 중용을 받는다면 최소한 지금보단 더 나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
LG 역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에서 멀어지면 다음 시즌을 대비하며 박정현에게 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줄 것이다. 화려함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김진영이 삼성의 활력소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선수들이 분전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신인상 시상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형 신인 선수들이 몰려 있는 시즌에는 사그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또 불거질 문제다.
KBL은 현재 신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결국 미리 규정 손질을 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데뷔시즌 신인상 규정을 채우지 못한 선수가 차기 시즌 신인상을 받을 수 있다면 이번 시즌에는 박준영, 김준형(LG), 전현우(전자랜드) 등이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물론 이들의 활약 역시 부족한 건 맞지만, 이번 시즌 신인 선수들보다는 낫다.
신인 선수의 활약은 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KBL의 현재 신인상 규정은 오히려 긍정이 아닌 부정 의견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데뷔 시즌과 차기 시즌까지 신인선수로 규정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데뷔시즌 신인상 시상 기준을 만족하지 않는 선수에게 신인상에 한 번 더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게 리그를 위해서 더 낫다는 게 이번 시즌에 여실히 드러났다.

허훈이 지난 9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맞대결에서 24점 2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허훈은 20-20 기념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KBL은 이번 시즌부터 20-20 기념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허훈의 20-20을 시상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넓은 의미에서 20-20을 바라보면 KBL의 결정은 타당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스스로 발목 잡을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오세근의 20-20이 국내선수 최초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승진은 2016년 2월 21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맞대결에서 24점 21리바운드로 오세근보다 먼저 20-20을 기록했다. 비록 한 시즌 차이라는 간극이 있다고 해도 동일한 KBL 집행부가 동일한 기록을 다르게 적용하니 당연히 전주 KCC와 하승진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다. KBL은 한참 전에 기록을 달성한 하승진까지 시상했다.
국내선수에겐 딱 두 번 밖에 나오지 않은 아주 희귀한 기록이기에 뒤늦게라도 국내선수의 20-20을 기념상으로 시상한 건 의미 있다. 다만, 외국선수는 심심치 않게 작성하는 게 20-20이었다. 외국선수 출전 규정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시즌에는 7번 나왔고, 지난 시즌에는 19번이나 쏟아진 게 20-20이다.
KBL은 그럼에도 자신들의 성급한 판단을 무마하기 위해 외국선수 포함 20-20을 기념상 시상 대상으로 삼았다. 집행부가 바뀐 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당시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며 20-20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

KBL의 대회운영요강을 살펴보면 ‘기록상은 KBL 공식기록으로 한국신기록 또는 아시아신기록 및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선수에게 시상함을 원칙으로 한다’, ‘기념상은 정규경기 통산 해당 기록을 수립한 자에게 수여하며 기타 총재가 시상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라고 나와 있다.
한국신기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농구대잔치 시절 기록까지 포함하는지, 더불어 전국체육대회, 농구종별선수권대회 등 실업팀이 참가했던 모든 아마추어 대회까지 통틀어 다루는지, 아니면 KBL 출범 후 기록만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아시아신기록의 범위는 아시아의 모든 국가의 리그 기록까지 고려한 것일까? 세계신기록으로 범위를 넓히면 40분이 아닌 48분 경기를 하는 NBA 기록까지 대상에 포함될까, 아니면 48분을 40분으로 환산한 NBA 기록이 기준일까?
더불어 KBL은 기록상 기준인 한국신기록과 아시아신기록, 세계신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총재가 시상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문구 덕분에 3년마다 바뀌는 총재의 의중에 따라 시상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 어떤 총재가 부임하느냐에 따라 시상 기준도 들쭉날쭉 할 수 밖에 없다.
20-20 시상이 문제가 되었고, 더불어 다시 없애는 과정을 밟으면서 KBL은 기록상이나 기념상의 기준을 명확하게 되짚었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외국선수와 국내선수의 20-20을 동일한 기록으로 볼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명확하게 구분 지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득점과 리바운드로 20-20이 자주 나오지만, 리바운드가 아닌 다른 항목이 포함된 20-20이 나왔을 땐 어떻게 할지도 판단했어야 한다.
허훈의 20-20 앞에는 KBL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는 한국신기록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KBL 1호임에는 분명하다.

KBL은 외국선수 포함 최초인 허훈의 어시스트 포함 20-20 기록을 역대 23위이자 국내선수 중 두 번째로 나온 기록보다 못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이번 시즌에만 4번이나 나온 트리플더블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김선형이 49점을 올렸을 때와 허훈이 20-20을 작성했을 때 공교롭게도 소속팀의 득점은 91점으로 똑같다. 김선형은 당시 49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팀 득점의 62,6%인 57점(49점+어시스트 8점)에 관여했다. 허훈은 24점 21어시스트(어시스트로 만들어진 득점은 46점)로 70점을 책임졌으며, 이는 팀 득점에서 76.9%(70/91)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20어시스트+ 기록은 김승현(2회), 이상민, 주희정에 이어 허훈이 5번째다. 아무래도 외국선수와 함께 뛰는 시간이 많을수록 어시스트를 더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 허훈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외국선수 출전시간이 40분으로 가장 적었고, 또한 외국선수 어시스트 의존도가 23.8%(5/21)로 가장 낮았다(자세한 내용은 ‘[뒷북STAT] KT 허훈 21어시스트가 정말 대단한 이유’ 참고).
허훈은 김선형이 49점을 넣었을 때보다 훨씬 더 경기를 지배했으며, 기존 20어시스트+보다 더 어려운 여건에서 20-20을 작성했다.
더구나 20-20을 고려하지 하지 않고 허훈의 21어시스트만 떼어놓고 봐도 KBL 역대 2위 기록이다. 외국선수 포함해서 말이다. 역대 공동 23위인 49점에는 기념상을 시상한 KBL이 역대 2위 기록에는 시상을 하지 않는 게 합리적인 판단인가? 만약 49점이 외국선수와 분리해 국내선수 공동 1위(밀어주기 기록 포함 시 공동 3위)라고 한다면 리바운드 포함 20-20과 어시스트 포함 20-20을 다르게 적용해 외국선수 포함 1호다.
KBL은 2017년 3월 5일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 17득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 5스틸 5블록슛을 기록한 제임스 메이스에게 기념상을 시상했다. 5가지 항목에서 모두 5개 이상 기록하는 5X5를 KBL 최초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매 경기 쏟아지는 더블더블 중 하나일 뿐이지만 모든 항목 5개 이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니까 대단한 기록이 된다.
허훈의 20-20 역시 마찬가지다. KBL이 어떻게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서 통산 180번째 나온 20-20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어시스트 포함 최초의 20-20이 될 수도 있다.
KBL이 이런 오류에 빠진 건 결국 기념상을 시상하다가 없어진 20-20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념상 시상 대상 기록, 특히 김선형의 49점과 허훈의 20-20 기록 가치를 비교해보면 시상 여부의 답은 나온다.
KBL은 2017~2018시즌 초반 오세근이 20-20을 작성하자 리그 흥행을 위해 즉흥적으로 20-20 시상을 만들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런 오류를 범한 뒤 다시 이를 제자리로 되돌렸다면 기록상이나 기념상의 기준을 한국신기록, 아시아신기록, 세계신기록이라는 허황된 문구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정립했어야 한다.
드래프트 시기를 바꾼 뒤 신인상 규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고, 또한 선수 입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개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손 놓고 있었던 결과 신인상이 이번 시즌 KBL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부터 20-20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허훈의 20-20도 시상하지 않는다는 이런 이유를 대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기념상 기준을 마련했고, 그 기준이 이러하기 때문에 시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지금과 같은 동일한 규칙 아래에서는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찾아볼 수도 없고, 확인하기도 힘든 한국신기록, 아시아신기록, 세계신기록 같은 말도 안 되는 기준이 아니며, 어떤 총재가 부임해도 보편, 타당한 규정에 의거해 시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확실한 기준도 없이 20-20이라는 이유만으로, 김선형의 49점과 비교할 때 확실하게 기념상 시상을 해도 무방한 허훈의 20-20을 그냥 넘어간다면 차후 KBL이 기록상이나 기념상을 시상할 때 ‘KBL 최초의 기록에도 시상하지 않았는데 이런 기록에도 시상하냐’는 비판을 들을 것이다. 아니면 하승진의 20-20처럼 뒤늦게 시상할지도 모른다.
지금 KBL에게 중요한 건 허훈의 기념상 시상 여부를 떠나 기록상과 기념상 기준 재정립이다.
#사진_ 점프볼 DB(윤민호, 박상혁,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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