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그쪽 애가 이렇게 됐다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한 학부모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그랬다. 만약 자신의 아이가 이런 처지라면 과연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을까?
여자대학농구의 강호 용인대가 점진적인 해체 결정을 내렸다. 용인대는 2017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장 팀을 해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있는 선수들이 졸업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해체가 되는 것이다.
용인대는 여대부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팀이다. 1999년 창단해 2010년 종별선수권 우승, 2014 WKBL 총재배, MBC배 우승, 2015대학농구리그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입지를 굳혔다.
하나 갑작스런 용인대의 해체 소식에 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해체 이유는 학교 재정 악화로 인한 구조 조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부모들이 지난 31일 용인대 측에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농구부 해체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선수 및 학부모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용인대 박선경 총장이 부재중인 관계로 박윤규 부총장이 대신 학부모들을 만났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마음대로 해체를 결정할 수 있느냐”며 “평생 농구만 해온 아이들인데,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분개했다.
면담 과정에서 흥분한 학부모들의 고성이 나오는가 하면, 한 학부모는 울음을 터뜨리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제발 해체만은 막아달라며 말이다.
용인대에서 현재 있는 학생들이 졸업을 할 때까지 농구부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신입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운영이 될 수 없다. 현재 용인대에 1학년 선수는 5명이다. 이들이 4학년이 됐을 때, 5명으로 리그와 대회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한다면 1년 내내 쉬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용인대는 여대부 최강을 자랑하는 팀인 만큼 고등학교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다. 감독과 담당 교수가 스카우트도 열심히 했다. 유망한 선수들을 설득해 용인대로 입학하게끔 유도했다. 드래프트에 참가하려다 방향을 바꿔 입학한 선수들도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갑작스런 해체 소식은 날벼락과 같다.
학교 측의 입장은 어떨까? 용인대 관계자는 “2017학년도 입시부터 여자농구부 신입생들을 선발하지 않는 건 확정이 됐다”며 “다만 2016년도 들어온 학생들이 WKBL 드래프트에 나가는데 있어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는 시기까지 지금부터 3년간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과 인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예산과 인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선수가 없는데 어떻게 팀이 돌아가겠는가.
해체 이유에 대해서는 “대학 구조 개혁 평가로 인해 학년부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모든 대학이 구조조정을 하는데 있어 우리도 고심 끝에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용인대는 지난해 5명의 신입생을 뽑았다. 학부모들은 신입생 정원을 줄여서라도 농구부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용인대 측은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 3명의 선수를 뽑고, 앞으로 더 줄인다고 했을 때 그 선수들에게 또 피해가 갈 수 있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들이 학년부 감소를 하고 있다. 대학 구조 개혁 평가로 인해 어쩔 수 없다. 우리 대학은 지난 해 12월 결과 통보를 받았다. 단기간에 결정된 게 아니다. 한 달간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이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오전 11시부터 2시간 가까이 면담을 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용인대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강한 요구에 “방법을 모색해 볼 테니 오후 5시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학교 측에서도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해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남아있는 선수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학부모들 입장에선 이러한 학교 측의 태도가 반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2번째 면담은 새벽 2시까지 7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여전히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며 합의점을 찾지 못 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농구선수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왔는데, 대안이라고 주는 게 진로 변경을 검토해보라고 하니…. 화만 난다”며 분개했다.
한편 대한민국농구협회 방열 회장, WKBL 신선우 총재, 대학농구연맹 최명용 회장은 얼마 전 용인대를 방문해 박선경 총장을 만나 농구부 해체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최명용 회장은 “농구부 인원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존속시켜달라고 했다. 용인대가 해체되면 대한민국 여자농구 전체가 흔들린다. 과거 이화여대가 해체하면서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이 다 없어졌다. 용인대가 해체하면 엄청난 질타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부도 유지를 하는데 왜 농구부만 없애냐고 했다. 용인대는 우승도 하고, 선수들이 공부도 열심히 해서 다른 학교에 모범이 되는 학교다. 방열 회장님도 협회에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고, 신 총재도 대학생을 우선적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용인대는 여대부 강호로 군림하며 좋은 성적을 거둬왔고, 좋은 선수들을 배출해왔다. 지난해에는 용인대 출신의 박현영이 드래프트에 참가해 KEB하나은행에 지명되기도 했다.
용인대 선수들은 지금껏 좋은 성적과 함께 프로 관계자들에게도 어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성적이 떨어질 것은 뻔하고,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자신을 알릴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용인대 김성은 감독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아이들에게 그랬다. 그래도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또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대학농구리그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체 소식을 접한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을 리 만무하다.
용인대 농구부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해체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학교 구조개혁 평가로 인해 인원을 감축한다는 학교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과연 특정 부서만 신입생을 받지 않는 게 답일까? 또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준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은 줘야 하지 않았을까.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대학(大學)이라면 학생들의 장래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배려를 해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농구부 외 다른 부서도 언제 해체의 압박을 당할지 모를 일 아닌가.
#사진 - 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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