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의 THE COACH] 김승기 감독, 그가 보여주고 싶은 농구는?

곽현 / 기사승인 : 2016-06-14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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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지난 시즌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는 공격적인 수비에 이은 빠른 역습, 화끈한 외곽포와 고공농구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삼공사를 이끈 김승기(44) 감독에게 지난 시즌은 갑작스럽게 지도자 데뷔를 한 시즌이었다. 전창진 전 감독이 시즌을 앞두고 승부조작 혐의를 받으며 자진사퇴를 하는 바람에 그에게 지휘봉이 넘어간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 탓에 자신이 원하는 팀을 만들기 위한 준비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그나마 오랫동안 코치생활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시즌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충분한 기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준비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일단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치른 소감이 궁금했다.


“아무 생각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고 봐야죠. 준비를 안 한 상황에서 감독을 맡다 보니 당황스러웠죠. 그래도 코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얘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땐 너무 힘들더라고요. 가장 당황했던 건 (오)세근이, (전)성현이가 징계로 못 뛴다고 했을 때에요. 그 선수들을 데리고 연습을 다 해놨는데, 일주일 남기고 싹 바꿔야 되는 상황이 온 거죠.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개막하고 힘없이 3연패를 해버렸어요. 다시 정비를 했어요. 선수들이 없다고 해서 지는 건 안 된다고 했죠. 선수들 마음가짐도 바뀌었고, 잘 따라와 줬어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알기 시작했죠. 중간에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초반 부진했던 인삼공사는 점차 안정감을 찾았다. 11월에는 8연승을 달리며 선두권으로 올라섰고, 특히 홈에서 12연승을 달리며 안방불패 신화를 썼다.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한 인삼공사는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등 지난 시즌의 부진(정규리그 8위)을 깨끗이 만회하며 부활을 알렸다.


김승기 감독은 코치로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2006년부터 동부에서 코치를 맡았으니 코치 생활만 9년을 했다. 그 사이 그와 같이 선수생활을 했던 문경은, 이상민, 김영만 등이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을 보며 조바심이 나진 않았을지 궁금했다.


“10년 가까이 코치를 했는데, 감독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어요. 후배들이 먼저 감독이 됐다고 해서 부럽거나 하는 건 없었죠. 그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아니까요. 그냥 코치로서 선수들 열심히 가르치는 게 좋았어요. 감독은 욕심 부리지 않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코치를 더 오래 해도 상관이 없다고 봤어요. 코치 하면서 농구를 더 많이 배우고 싶었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감독이 됐죠. 당황스러웠지만, 빨리 떨쳐버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들과 잘 해서 재밌는 농구도 하고, 좋은 성적도 내고, 우승도 하고 싶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재밌는 농구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바로 그가 하고 싶은 농구이기도 하다.


“재밌는 농구요? 스틸 농구죠. 공격적인 수비를 통해 지키는 게 아닌 빼앗는 농구를 좋아합니다. 농구에서 제일 재밌는 게 속공 농구에요. 지금까지 배워왔지만, 뺏는 농구가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현역 때 선호했던 스타일이기도 하죠. 선수들도 작년에 안 거에요. 뺏는 게 재밌다는 걸요.”


그의 말대로 지난 시즌 인삼공사는 가장 공격적인 팀이었다. 정규리그 평균 득점 1위(81.4점) 스틸 1위(8.4개), 3점슛 성공 1위(7.9개)의 기록을 세웠다. 그가 강조한 뺏는 농구를 하며 빠른 속공, 그리고 거침없는 외곽슛을 터뜨렸다.


이정현, 박찬희, 양희종 등 앞선의 적극적인 수비로 스틸을 만들고, 마리오 리틀과 이정현, 전성현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또 수비에선 찰스 로드와 오세근이 버티는 골밑이 든든했고, 로드의 고공쇼가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인삼공사는 이처럼 화끈한 공격농구로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저희 선수층이 나쁘지 않죠. 하지만 A급은 있는데, 특A급은 없다고 봐요. 모비스 양동근, 함지훈 같은 선수들이죠. 이번에 이정현을 특A급으로 만들려고 해요. 김기윤이 양동근 급이 되면 정말 해볼 수 있는 팀이 되는 거죠. 이번 시즌, 아니면 다음 시즌에는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 한두 번 우승하는 게 아니라, 항상 4강권, 챔프전에 올라갈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젊은 선수들도 성장시켜야죠. 문성곤, 한희원, 전성현 등 젊은 선수들을 독하게 키우고 있습니다.”



▲문성곤·한희원의 활용
이번 시즌 김승기 감독의 숙제는 문성곤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선발된 문성곤은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출전기회(정규리그 평균 7분 30초 출전)를 받았다. 김 감독은 문성곤이 프로에서 뛰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고, 주위에선 너무 쓰지 않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데 이제는 문성곤 뿐만이 아니다. 박찬희를 전자랜드에 내주며 드래프트 2순위 출신인 한희원까지 얻어왔다. 둘은 같은 스몰포워드 포지션으로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문성곤 뿐 아니라 한희원까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이번 시즌 관건이다.


“성곤이는 올 해 많이 뛰어야죠.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지금은 100% 달라졌어요. 나쁜 버릇을 다 바꿔놨죠. 성곤이가 자세가 높은 편이고, 슛을 발목으로만 쏘려고 해요. 무릎을 안 쓰죠. 대학 땐 쏘는 게 목적이었다면 프로에선 넣어야 해요. 슛을 넣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슈팅 밸런스도 많이 좋아졌어요. 수비 능력도 더 좋아질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상대 에이스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려고 해요. 반면 희원이는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두 명 다 신경을 쓰기가 힘든데, 저나 코치들이나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제가 봤던 한희원이란 선수도 나쁘지 않아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죠. 2순위에 만족하지 말고 1순위가 되려고 해야 해요. 성곤이와 포지션 경쟁을 해야죠.”


김승기 감독을 인터뷰한 날 마침 열심히 훈련 중인 문성곤과 한희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성곤은 신인답게 시종일관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훈련에 열중했고, 한희원은 달라진 환경에 다소 낯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훈련 때만큼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인삼공사는 3번 자원이 많다. 양희종에 문성곤, 한희원, 여기에 슈터 전성현까지 있다. 겹치는 포지션이 너무 많은 탓에 이 선수들을 모두 쓸 수 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인 만큼 출전시간도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김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우리가 하는 농구를 하려면 선수들을 모두 써야 해요. 강한 체력을 요하기 때문에 혼자서 다 뛸 수 없죠. 장기레이스잖아요. 많은 선수가 필요합니다. 부상 선수가 나와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봐요. (강)병현이가 몸을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릴 텐데, 플레이오프에서 병현이를 히든카드로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찬희를 트레이드하고 한희원을 데려오는 과정이 궁금했다. 인삼공사로서도 국가대표 가드인 박찬희를 내주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 찬희하고 같이 가자고 했어요. 지난 시즌에 찬희가 대표팀에 다녀오느라 같이 훈련을 못 한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 번 잘 해보자고 했죠. 근데 찬희가 마음이 많이 떠나있더군요.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전자랜드에서 끝까지 관심을 보이셨어요. 가드 중에는 탐나는 선수가 없어서 희원이를 데려오게 됐죠.”


박찬희가 가면서 자연스레 가드진에는 공백이 생겼다. 모비스에 유성호를 내주고 김종근을 얻어오며 가드 공백을 메웠다. 또 지난 시즌 일취월장한 김기윤이 메인 가드로서 활약을 해줘야 한다.


김기윤은 지난 시즌 출전시간(12분 26초→22분 4초), 득점(3.6점→8점), 어시스트(1.6개→2.8개) 등 여러 부문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기윤이가 이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요. 작년에 가르쳤던 것과 올 해는 천지 차이죠. 함부로 패스하는 등의 플레이를 많이 고쳤어요. 기윤이가 잘 이끌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승기 감독의 꿈
김승기 감독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182cm의 키에 80kg이 넘었던 그는 포인트가드로서 단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체격조건이 좋은 가드도 없었다. 저돌적인 플레이 덕에 얻은 별명이 바로 ‘터포가드’다. TG삼보에서 가장 많은 5시즌을 뛰었고, 2002-2003시즌 삼보의 창단 첫 우승을 함께 하기도 했다.


“터보가드라는 별명이요? 마음에 들었죠. 멋있잖아요. 그런 농구를 좋아했어요. 파워 있는 농구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프로에서는 파워가 접목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정말 특출한 기술이 아닌 이상 힘에게 진다고 보거든요.”


현역 시절 강한 투지와 근성 있는 농구를 보였던 그답게 선수들에게도 투지와 정신력을 많이 강조한다. 그가 자주 입에 담는 말이 있다 바로 “죽기 살기로”다. “죽기 살기로 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안 돼요. 프로가 만만한 곳이 아니거든요. 최선을 다 하지 않는 선수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요. 자기 일에 있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선수를 꼭 키워서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편 그의 두 아들 모두 아버지를 따라 농구선수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첫 째 진모 군은 현재 배제고 2학년에 재학 중으로 키가 195cm나 된다고 한다. 둘째 동현 군은 중학교 2학년으로 현재 미국에서 농구유학 중이다.


“첫 째는 농구에 큰 재능이 없어 보였어요. 그래도 크면서 슛이 많이 좋아지더라고요. 키도 많이 컸고요. 둘째는 농구를 일찍 시작했어요. 가드를 보는데 키가 183cm까지 컸어요. 욕심은 많아서 코치가 안 뛰게 해주면 토라지더라고요. 이번에 미국에 갔을 때 보고 왔는데,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아버지로서 기분은 좋습니다.”


인터뷰를 끝내며 김승기 감독으부터 지도자로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단순히 팀 성적을 넘어 한국농구의 부흥을 원한다고 전했다.


“코치할 때도 생각했던 건데, 농구가 재밌어지는 거죠. 관중들한테 농구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농구가 점점 인기가 없어진다,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런 평가를 뒤엎고 ‘히트’를 치고 싶어요. 농구가 정말 재밌다. 농구장에 가야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이요. 그러기 위해선 연구를 많이 해야죠. 꼭 그런 농구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진 - 유용우, 한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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