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낭트=한필상 기자] 강아정의 부상투혼도 끝내 대표팀을 리우로 이끌진 못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해서 오기로 덤볐던 대회였지만, 결국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19일 프랑스 낭트 라 트로 카디에 메트로 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벨라루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39-56으로 패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을 향한 우리대표팀의 도전도 끝나게 됐다.
목표달성은 실패했지만 의미는 있었다. 박지수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 뿐 아니라, 강아정과 김단비의 가치도 확인했다. 여자농구를 수놓았던 스타들의 계보를 이을 만한 자격이 있음을 입증했다. 국제농구연맹(FIBA)도 두 선수를 ‘스플래시 시스터스’라고 소개했다. 3점슛이 뛰어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탐슨의 별명이 ‘스플래시 브라더스’다. 그런 만큼 두 선수에게 주어진 새 애칭이 얼마나 상징적인 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강아정은 그 모든 성과보다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커보였다. 마지막 벨라루스 전에서 받은 집중견제 탓에 3점슛이 외면한 것을 자책하고, 미안해했다. 다음은 강아정과의 일문일답이다.
▶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아쉬움보다는 감독님이나 선수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내가 많이 부족한 부분은 느끼고 다시 하면 되지만, 감독님이나 동료들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박)혜진이나 (임)영희 언니도 그동안 많은 시간을 못 뛰었는데도 오늘 정말 열심히 해줬는데, 내가 팀에서 해줘야할 득점을 못한 채 끝나서 너무 미안했다.
▶ 이번 대회는 강아정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좋게 생각하면 유럽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도 받아보고, 그런 것들을 이겨내는 연습을 하게 됐다. 사실, 진천에서부터 손가락을 다쳐 교체될 뻔 했는데 감독님이 기다려주셨다. 국제대회를 정말 뛰고 싶어서 감독님께 부탁을 드렸다. 감독님께서 다른 선수로 교체해서 더 좋은 멤버로 갈 수 있었는데도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팀에서는 선수 구성상 이런 롤을 수행할 수 없었는데 너무 편하게 농구할 수 있었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내 장점만 부각되도록 만들어주셨다. 각 팀에서 다 잘한다는 선수 모였는데 누가 스크린만 하고 싶고 패스만 하고 싶겠나. 그런 부분에서 영희 언니, (곽)주영 언니, (양)지희 언니한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많다.
▶ 이번 대회를 계기로 얼마나 성장했다고 생각하는지?
시즌 때는 솔직히 (변)연하 언니가 있었기 때문에 집중견제를 많이 받기보다 내 수비 하나만 달고 하면 됐다. 집중견제를 받으면서도 센터와 2대2 플레이를 하거나, 돌파해서 어시스트를 내주는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소속팀에서든 대표팀에서든 견제를 당할 때 살려줄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나 자신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생길 것 같다.
▶ 6일 동안 5경기, 얼마나 힘든지?
물론 농구는 키로 하는 거니까 많이 지쳤을 때는 큰 팀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벨라루스가 어떻게 운동하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운동은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있었다. 우리가 경기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벨라루스도 전반전에 득점이 거의 없었지 않나. 벨라루스도 패턴 플레이가 좋거나 우리 수비를 따돌려서 점수를 넣는 건 아니었다. 거의 리바운드 잡아서 세컨찬스 득점을 넣는 게 많았다. 그러다보니 뛰면서도 ‘농구가 키가 정말 중요하구나’하는 걸 많이 느끼고 화도 났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오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뭘 해보지도 못하고 바보같이 져서. 지친 건 솔직히 우리보다 두 시간 더 늦게 경기했던 벨라루스가 더 지쳤을 거다. 아시아팀이 벌써 두 개 팀이 나가있는 상황이라 (심판이) 잘 안 불어줄거라 예상은 했다. 그래도 실력으로 이겨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내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농구는 흐름 싸움인데 그 흐름을 딱딱 끊으니까 솔직히 못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동료들에게는 ‘괜찮아, 괜찮아’ 했지만 다들 한 해, 두 해 농구한 사람도 아니고…. 그런 흐름이나 속공에서 나가려고 하면 파울 앞에서 끊어버리고. 걔네는 바스켓 카운트 나오고 하니까 기세가 안 살았다.
▶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세대교체도 시작됐고, 어떤 대표팀을 만들어 나가고 싶나.
예전에는 대표팀 에이스하면 변연하. 이런 게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는 없더라도 이 선수가 안 되면 저 선수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했다. 여기와서우리가 가장 잘 됐던 부분 중 하나가, 누구 한 명이 아니라 다섯 명 모두 공을 만지면서 플레이하니 상대도 수비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김)단비나 (박)지수 등이 경험을 쌓다보면 해결사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위기에서 팀을 구할 수 있는 에이스는 갑자기 어느 순간 탁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한다. 선수들끼리는 그걸 알고 괜찮게 생각하는데, 보시는 팬들이나 농구 관계자분들은 그런 게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사실 올림픽 정말 나가고 싶었다. 세계무대에 부딪혀보고 미국이나 호주와도 경기하고 싶었다. 이번 대회만 해도 스페인이랑 경기도 제대로 안되지 않았나. 가장 마음에 걸리고 화가 나는 건 일본, 중국이 이번에 올림픽에 나가서 그런 경험을 쌓는 거다. 그 경험은 일본, 중국에 큰 재산이 될 건데 그게 너무 아쉽다.
대표팀에 계속 뽑히면 맨날 똑같은 선수들 뽑힌다 생각하고, 경기 보시는 분들은 재미가 없겠지만,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맨날 놀고 그런 건 아니다.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답답해하시는 것도 안다.
나는 오늘 못했으니까, 질책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다음 대회 때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니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 그래도 이번 대회 통해 자신감은 충분히 생겼을 것 같다.
손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나오고 싶었다. 어린 선수들이 들어왔는데 (김)정은 언니도 없고 그래서 책임감이 느껴졌던 부분도 있다. 그래서 꼭 오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롤을 부여받아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소속팀이 아닌 대표팀이라는 큰 자리에서,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받는다는 점에서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 사진=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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