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개막특집] D-4 : 숙소가 사라진 오리온, 시즌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민준구 / 기사승인 : 2017-10-10 03:16: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민준구 기자] 최근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프로 구단 10개 팀의 지역 연고제 확립을 위해 숙소 폐지를 추진했다. 이에 고양 오리온은 가장 먼저 숙소 폐지를 시행했다. 과연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난 숙소 폐지는 오리온 선수단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KBL은 본격적으로 10개 구단의 지연 연고제 확립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각 구단들이 위치한 지역에선 비시즌 기간 동안 스쿨어택과 유소년 클럽 챔피언십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펼쳐졌다. 그동안 대부분의 프로 팀 연습 경기장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비시즌 기간에는 팬들과의 접촉이 전무했다. 그러나 KBL의 적극적인 지역 연고제 도입과 프로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2017-2018 시즌을 앞둔 프로 팀들은 역대 최고로 바쁜 비시즌을 보냈다.


오리온은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먼저 숙소를 폐지했다. 사실 오리온은 KBL의 지역 연고제 도입 이전부터 고양에서 비시즌을 함께 해왔던 팀이다. 주 경기장과 연습구장이 함께 있어 비시즌 기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주 경기장에 연습 경기장이 같이 있는 구단은 오리온과 KGC인삼공사, DB가 있다.)

지역 연고제는 물론, 그동안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평가 받던 숙소 폐지까지 시행한 오리온은 농구 팬들과 많은 구단 관계자들에게 관심을 받아왔다. 2017-2018 시즌 종료 이후 숙소 폐지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오리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중요했다. 좋은 취지와 함께 현실적인 문제가 가득했던 오리온의 숙소 폐지 이후 생활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먼저, 추일승 감독은 “사실 좋은 의미가 담긴 제도라는 것은 알고 있다. 지역 연고제 확립을 통해 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너무 섣불리 판단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제도만 만들어놓는 것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살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실 오리온이 현재 처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첫 째로 식단에 대한 문제가 컸다. 운동선수라면 먹는 것에 민감하다. 많은 운동량에 비례해 먹는 것도 잘 먹어야 하기 때문. 대부분의 선수들은 하루 세 끼 식사와 함께 간식과 영양제 등 챙겨 먹는 것이 많다. 그러나 숙소 폐지 이후 하루의 식단을 스스로 챙겨야 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아침 식사를 거르는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 운동선수로 살아오면서 누군가가 해주는 밥에 익숙해져 있던 선수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낯설어 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고연봉 선수들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았다. 저연봉자들은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아침을 생략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2016 KBL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조의태는 “숙소 생활을 하면 밥과 잠을 자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혼자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은 힘들었다. 아무래도 돈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크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끼니를 거르는 일까지 벌어져 선수들의 몸 관리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끝내 추일승 감독은 8월부터 구단 측에 도시락 제공을 요청했다. 점심, 저녁까지는 스스로 해결하더라도 아침은 챙겨달라는 의미였다. 현재 오리온은 구단 차원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재산인 선수들에게 아침을 도시락으로 때운다는 건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둘째로 선수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졌다. KBL은 시즌이 끝난 후, 2달 정도 단체 훈련을 금했다. 선수들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제도지만, 현실적으로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약 6개월여의 시즌을 준비하려면 선수들의 몸 관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2달을 쉰 후, 숙소 폐지로 인한 식단 관리 미흡까지 이어진 오리온은 타 팀보다 비시즌 준비가 힘들었다. 숙소 폐지 이후 오리온은 훈련 시간까지 변경했다. 선수들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최대한 연습 시간을 늦춰 어려움을 줄여갔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적응해 나가려는 노력이었다.



프로 선수라면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쉬는 기간이 아무리 많더라도 개인 운동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건 프로 선수로서의 덕목이다. 다만, 숙소 생활과 단체 훈련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을 한 순간에 변화하려는 건 무리였다. 개인이 하는 운동과 단체가 하는 운동의 차이 때문에 오리온 선수들은 비시즌 초반, 연이은 근육 파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추일승 감독도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운동을 해오길 바랬다. 그러나 막상 비시즌 동안 살펴보니 처음부터 다시 올려야 하는 상황이더라. 갑자기 많은 양의 운동을 하면 근육 파열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즌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은 선수들이 처한 문제 중 가장 현실적인 부분. 바로 돈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고참 선수들은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는다. 하나 어린 선수들은 1년에 1억은커녕 5000만원도 받기 힘든 상황이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많은 돈이지만, 짧고 굵은 프로 선수의 인생을 생각하면 큰 액수도 아니다.

숙소 폐지 이후 선수들은 곧바로 따로 나와 살 집을 마련해야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체육관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다. 오리온은 집이 먼 선수들을 배려해 휴식 공간을 준비했지만,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집을 구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보증금과 달마다 나가는 월세, 그리고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은 차를 구매해야 한다. 여기저기 돈을 쓰고 나면 모을 수 있는 여력은 남아 있지 않다. 허일영은 “나처럼 많은 돈을 받거나 결혼해 집을 이미 장만한 선수들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다. 어린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같이 살곤 하는데 적은 돈으로 얼마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들도 나중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싶다”고 말하며 어린 후배들을 걱정했다.

또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계약직인 프론트 직원들과 코치들도 각자 집을 구해야 했다. 1년마다 입지가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집을 구한다는 건 부담이 크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론트까지 모두 난처하게 됐다.

오리온은 숙소 폐지에 대한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부침을 겪고 있다. 10월 14일에 열릴 개막전에 앞서 조직력을 끌어 올리고 있지만, 선수들의 부상 문제와 생활에 대한 불편함이 겹쳐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모습이다. KBL의 취지와는 별개로 오리온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아직까지 보완해야 될 점도 많고 고쳐야 될 점도 수두룩했다. 프로 스포츠라면 숙소 폐지는 언제가 실행했어야 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_점프볼 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민준구 민준구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