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준민 기자] 이보다 더한 ‘최악의 출발’이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바로 올 시즌 피닉스 선즈의 이야기다.
리빌딩 시즌을 보내고 있는 피닉스는 정규리그 개막 후 3경기 만에 얼 왓슨 감독의 경질을 결정하는 등 어수선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왓슨 감독이 짐을 싼 데는 바로 에릭 블레드소(27, 185cm)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블레드소는 최근 자신 개인 SNS에 “I Dont Wanna be here”라는 멘트를 남기며 피닉스 구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2013-2014시즌 팀이 정규리그 48승 34패를 기록, 리빌딩 노선을 리툴링 노선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블레드소는 올 시즌 다시 한 번 팀이 중대한 결정을 함에 있어 주춧돌을 놓게 됐다.
이를 발단으로 피닉스 구단 측은 왓슨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 그를 경질했다. 올 시즌 개막 후 연일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경기력에 이미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던 피닉스 구단 측은 블레드소의 SNS가 공개된 지 1시간 만에 왓슨의 경질을 결정했다. 왓슨의 경질에 앞장섰던 라이언 맥도너프 단장은 현재 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함께 맡고 있는 제이 트리아노 피닉스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의 자리에 앉혔다. 맥도너프 단장은 왓슨 감독을 해고한 후 곧장 트리아노 수석코치와 미팅을 가졌고 그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길 의사가 있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왓슨 감독은 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두 번째로 빠른 속도로 해고된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마찬가지로 피닉스는 블레드소에게도 팀 분위기를 흐리는 등 항명의 죄를 물어 귀가 조치와 함께 남은 시즌 로스터에서 완전 배제하기로 결정, 현재 피닉스는 블레드소를 트레이드 블록에 올렸고 블레드소가 다시 피닉스의 유니폼을 입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현재 뉴욕 닉스, 덴버 너게츠 등 다수의 팀들이 블레드소의 영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드소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개인 SNS에 올린 멘트는 그날 자신이 방문한 미용실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말을 남기면서 또 한 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팀의 중심 선수인 그가 개인 SNS로 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것도 모자라 이러한 구차한 변명들을 이어간 것은 분명 프로선수로서 옳지 못한 행동들이었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서 지휘봉을 잡은 트라아노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새크라멘토 킹스전부터 선수단을 지휘했다. 다행히도 감독대행의 직함을 달고 맞이한 첫 경기인 새크라멘토전을 승리로 장식, 기세를 이어 유타 재즈까지 잡아내는 등 피닉스는 트리아노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이후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조금씩 수습하고 있는 모양새다.
美 현지에선 트리아노 감독대행을 “캐나다 출신의 트리아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토론토 랩터스의 감독직을 역임하는 등 1988년부터 지금까지 대학 감독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의 수석코치를 거치며 나름의 경력을 쌓고 자신만의 확고한 농구철학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라 대중들에게 소개했다.
일단 피닉스 선수들은 트라아노의 부임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 그 예로 팀의 주축 데빈 부커(20, 198cm)는 새크라멘토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트리아노 코치의 지도방식에 정말 만족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을 트리아노 코치가 그대로 해주고 있다. 우리 팀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우리에게 그간 필요했던 것은 다름 아닌 체계성과 팀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트리아노 코치는 우리에게 출전시간을 보장해주면서 자유롭게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것이 전임 감독 체제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부커의 말처럼 트리아노 감독대행은 부임과 동시에 선수들에게 자율적인 플레이를 펼쳐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아노는 부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선수들 모두가 자신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펼쳤으면 좋겠다. 지금의 피닉스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젊은 선수들이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충분한 출전시간이다. 나는 분명 이를 충분히 보장할 것이다. 단, 이는 어디까지나 코트 위에서 뛸 준비가 된 선수들에 한해 그렇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실수를 해도 좋다. 코트 위에서 자신을 보여줬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함께 코치인 나도 앞장서서 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코치와 선수의 관계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갈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부임 직후 가진 첫 팀 훈련에서 그간 봐왔던 선수들의 나쁜 습관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짚어주는 등 선수들에게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 또, 선수들과의 단체 미팅에서 “젊은 선수들답게 코트 위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피닉스는 트리아노 감독대행의 부임 직후 치른 경기들에서 에너지레벨이 크게 올라간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두 경기에서 피닉스는 전 선수들이 골고루 출전시간을 받는 것은 물론, 부커를 중심으로 빠른 템포의 농구를 선보였다. 피닉스는 전 선수들이 대부분 일정시간 코트를 밟고 있는 이른바 ‘공산당 농구’로 변신했다. 팀의 중심인 부커조차도 평균 3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대신 부커는 4쿼터에 많은 출전시간을 가져가는 등 승부처에서 중용을 받고 있는 상황. 유타와의 경기에서도 부커는 4쿼터 막판 6점을 쏟아 부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부커는 지난 두 경기 4쿼터에만 평균 7.5분 출장 6.5득점(FG 36.4%)을 기록했다)
26일 피닉스가 유타의 촘촘한 그물수비망을 망가뜨릴 수 있었던 것도 다름 아닌 ‘빠른 템포의 공격’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전날 LA 클리퍼스 원정경기를 가졌던 유타는 체력적으로 불리한 상태였고 트리아노는 이틈을 적극 활용, 1쿼터부터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는 등 유타를 괴롭혔다. 트리아노는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면서 속도감을 계속해 유지하는 등 적절한 용병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피닉스는 게임 페이스에서 102.48을 기록했다. 본디 유타는 빠른 템포의 팀들을 자신들의 페이스로 끌어들여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지만 이날만큼은 피닉스의 스피드를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
또, 트리아노 감독 대행은 높이가 좋은 유타를 상대하기 위해 타이슨 챈들러나 알렉스 렌 등 빅맨들도 적극 활용했다. 트리아노 감독대행의 부임 후 피닉스는 개막 직후 3경기에서 평균 130점까지 치솟았던 실점도 101.5점(득·실점 마진 +5.5)까지 떨어지는 등 수비조직력도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피닉스가 상대한 유타와 새크라멘토, 두 팀이 공격력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팀들이 아니기에 피닉스의 수비조직력은 향후 강팀들과 상대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점수를 매겨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피닉스는 올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평균 117.8실점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은 특성상 분위기를 한 번 타면 무서운 모습을 보인다. 이날도 피닉스는 1쿼터 조쉬 잭슨의 비하인드 백패스에 이은 렌의 호쾌한 투 핸드 덩크가 터지며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 경기를 자신들의 페이스로 끌고 가면서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던 유타를 제압했다.
59살의 적지 않은 나이의 트라아노 감독 대행도 대부분의 시간을 코트에 서 있으면서 젊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독려하는 등 선수들과 경기 도중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열정적인 지도를 펼치기도 했다. 또, 선수들이 교체로 코트로 나가거나 반대로 코트로 들어오면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이나마 틈새 지도를 이어가는 등 세심한 모습도 함께 보였다.
이런 트리아노 감독대행의 지도력에 대해 백전노장, 챈들러도 만족을 표하고 있다. “트리아노는 젊은 선수들이 원하는 지도방식을 펼치고 있다. 그것은 간단하다. 바로 선수들의 성장욕구를 자극시키는 것이다. 리그 17년차의 경력을 쌓은 나 역시도 성장을 갈구하는 데 하물며 젊은 선수들은 오죽하겠는가. 트리아노는 젊은 선수들에게 세심한 지도를 이어가면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라는 말을 전했다.
챈들러도 그간 왓슨 감독의 지도력에 강하게 의구심을 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없었음에도 자신이 로스터에서 제외되었을 때, “나는 리빌딩 팀에서 뛰기 싫다”는 말을 남기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계속해 불만을 토로했던 챈들러는 오프시즌 트레이드 블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은 현재 트리아노 감독대행의 선임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왓슨 감독의 체제에선 중용을 받지 못했던 챈들러는 지난 두 경기에서 평균 26.2분 출장 7.5득점(FG 60%) 12.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자레드 더들리와 함께 구심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마찬가지로 더들리도 경기에는 적은 시간 나서고 있다. 하지만 트리아노 감독대행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등 피닉스는 그간 침묵을 지키던 고참 선수들이 손수 발 벗고 나서며 팀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중이다.
비록 그 시작은 어수선했지만 피닉스는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암흑기 탈출을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일부에선 현재 피닉스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두고 감독 교체로 인한 일시적인 극약처방의 효과라 주장하는 등 부정적인 의견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닉스와 트리아노 감독대행은 계속해 팀에 긍정적인 변화들을 유도, 이들의 의견이 틀렸다는 것과 함께 변화된 피닉스를 만들 수 있을지 앞으로의 피닉스의 모습이 궁금해지고 있다.
#제이 트리아노 감독대행 프로필
1958년 9월 21일생 193cm 88kg 캐나다 출신
1981 NBA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전체 179순위 LA 레이커스 지명(*1998년 은퇴)
1998-1995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감독, 2002-2008 토론토 랩터스 수석코치, 2008-2011 토론토 랩터스 감독(*87승 142패 기록), 2012-2016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 수석코치, 2016-2017 피닉스 선즈 수석코치, 2017-현재 피닉스 선즈 감독대행(*現 캐나다 대표팀 감독 겸임)
#사진-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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