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오레곤(미국)/이호민 통신원] “Keep Portland Weird (포틀랜드의 기묘함을 유지하라)” 미국 서북부 오레곤 주에 위치한 포틀랜드에 도착한 순간 여객을 맞이하는 슬로건이 영 생소했다. 직역을 하자면 포틀랜드의 기묘함, 또는 괴상함을 유지하라는 뜻인데, 일단 포틀랜드라는 도시가 다른 여느 미국도시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특이한 무언가가 있을까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포틀랜드의 지방자치단체의 알맹이 없는 마케팅 문구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관전하기로한 블레이져스 홈경기를 전후해서 포틀랜드의 다운타운을 거닐며 이른바 1인 뚜벅이 투어를 다니면서 위 슬로건의 타당성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여느 상점 하나 식상함을 찾아볼 수 없는 ‘엣지’ 가득한 인테리어에, 상품들도 다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신선함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백년 가까이 전통을 지킨 잡지 가게와 모던 벽화가 그려진 브런치 레스토랑, 헤비메탈 팬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가 공존하고 있었다. 미국 내 커피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포틀랜드를 꼽을 만큼 다운타운의 카페들 역시 깊이있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와 같은 도시의 색다른 정취는 다른 그 어디보다도 미국 내 최대규모의 독립중고서점 파웰(Powell)서점에서 최대치로 만끽할 수 있었다. 흡사 시립도서관을 개조해놓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방대한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었고, 수십 년전 고서도 말끔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1977년 포틀랜드 블레이져스의 우승 전후 정황을 다룬 농구서적의 고전 「Breaks of the Game」을 현장에서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그 어느 도시보다도 적었던 것도 개성을 부각시키는데 한몫했다. 무엇보다도 신나게 했던 것은 광장을 두르며 모여있는 푸드트럭들이었다. 다양한 음식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였는데, 에디오피아, 폴란드, 레바논과 같이 다소 생소한 국가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베이징식 전병, 태국의 팟타이와 인도식 커리를 집어 들고 3인분을 혼자서 해치웠는데 조금 더 진취적이고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포틀랜드의 개성은 비단 도심의 풍경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포틀랜드 홈구장인 모다 센터에서도 자칫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경기장 구성요소 하나하나까지 신경 썼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구장과 차별화를 시키려고 기울인 노력은 우선 입점해있는 다양한 식음료 판매대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 가지각색의 푸드트럭으로 유명한 도시인만큼 다양한 요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한글로 ‘밥, 면’이라고 써 있는 판매대까지 있었으니 그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메뉴도 창의성이 돋보였는데,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햄버거조차도 특제 땅콩버터소스를 가미한 별미로 탈바꿈했으니 말다했다.


현지색 가득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는 펍도 있었는데, 하프타임 때는 로컬팀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애틀 시호크스의 와일드 카드 경기를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를 하나씩 들고 관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시애틀은 댈라스 카우보이스에게 22 대 24로 석패했다).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사교활동을 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경기장 곳곳에 마련된 식수대에는 구단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전시해놓은 ‘Walk of Fame’이 인상적이었다.
구단의 창시자이자 오레곤 주 프로 스포츠의 대부라고 불리는 해리 클릭맨 (Harry Glickman)부터 시작해서 1977년 팀의 우승을 지휘한 명장 잭 램지 (Jack Ramsay)감독, 빌 월튼 (Bill Walton)과 함께 공포의 포스트 듀오를 구성한 모리스 루카스(Maurice Lucas)까지. 구단의 역사를 빛낸 인물들의 경력을 기리고 있었다.

포틀랜드 구단의 차별화 전략이 통하고 있음은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너키치가 골밑을 장악하며 25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하자 팬들은 환호했고, 4쿼터 중반 승부가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경기장에 끝까지 남아서 승리를 함께 만끽했다.
포틀랜드를 떠나는 공항에서 오레곤 특산품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는데 처음 도착했을 때 봤던 그 문구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근거없는 허세로 느껴졌던 슬로건이 이번만큼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단순한 괴상함이 아닌 다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포틀랜드 고유의 특별함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이호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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