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새크라멘토의 성장 엔진, 마빈 베글리 3세

김기홍 기자 / 기사승인 : 2019-02-24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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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기홍 인터넷기자] NBA 2018-2019시즌도 올스타 휴식기를 거쳐 어느덧 후반기에 돌입했다. 시즌 시작 전 예상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팀이 있는가 하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들도 있다.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든 아니든 말이다.

전반기에 여러 팀들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가장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선보인 팀은 바로 새크라멘토 킹스가 아닐까싶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새크라멘토의 대약진을 기대한 매체나 팬들은 많지 않았다. 「점프볼」의 NBA 필진들도 새크라멘토가 피닉스 선즈와 함께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를 다툴 것이라 예측했던 바 있다.

그러나 새크라멘토는 보란 듯이 전반기에 30승(27패)을 수확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권 팀으로 발돋움했다. 그 과정에는 디애런 팍스(21, 190cm)와 버디 힐드(26, 193cm)로 구성된 백코트 듀오의 폭발적인 성장과 ‘세르비안 아티스트’ 보그단 보그다노비치(26, 198cm)의 리그 적응 완료 등 영건들의 발전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선수가 바로 루키, 마빈 베글리 3세(19, 211cm)가 아닐까.

베글리는 201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새크라멘토에 지명되었고, 시즌 두 번째 경기 만에 19득점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비록 시즌 초중반까지는 피닉스 선즈에 지명된 1순위 디안드레 에이튼(20, 216cm)이나 연일 놀라운 플레이를 선보이며 댈러스 매버릭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루카 돈치치(19, 201cm) 등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점차 견실한 플레이로 새크라멘토의 핵심 조각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트 위의 야생마, 달리는 빅맨

이번 시즌 새크라멘토의 농구가 재미있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로 빨라진 경기 페이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 시즌 페이스 수치 95.59로 리그에서 가장 느린 팀이었던 새크라멘토는 불과 한 시즌 만에 페이스 수치 104.1(2위)로 가장 빠른 팀으로 변모했다. 평균 득점 또한 지난 시즌 98.8점(30위)에서 113.4점(9위)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새크라멘토가 빠른 페이스의 팀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요인이 뭘까. 답은 달릴 수 있는 빅맨 라인업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리그에서 가장 빠른 가드인 팍스는 지공 위주의 시스템에 갇혀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데이브 예거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윌리 컬리-스테인(25, 213cm), 해리 자일스(20, 208cm), 스칼 라비시에르(22, 211cm, 포틀랜드 이적) 등 달릴 수 있는 빅맨들을 앞세운 스피드 농구를 천명했다. 여기에 스피드와 공격력이 출중한 베글리가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코트 위의 질주가 시작됐다.

이러한 새크라멘토의 공격은 수비 리바운드 직후의 장면들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상대가 슛을 시도한다.
②림에서 가장 멀리 위치한 A는 리바운드 여부와 상관없이 달려나갈 준비를 한다.
③팀원이 리바운드를 잡아낼 때쯤 A는 이미 반대편 코트로 질주하고 있다.
④빠른 공격을 전개하여 숫자의 우위를 점한다.

이때 ①번 과정에서 상대의 슛이 들어가더라도 이후 과정은 동일하고, A는 가드 포지션에 한정되지 않는다. 즉, A가 컬리-스테인이나 베글리와 같은 빅맨이더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새크라멘토의 야생마와 같은 질주본능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새크라멘토는 공격 제한 시간 22~18초 구간에서 시도한 경기당 야투 시도 횟수가 무려 19.9개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해당 구간의 야투 시도 횟수를 비율로 환산하면 무려 21.5%에 달한다. 즉, 20% 이상의 슛을 공격권 획득 이후 6초 이내에 시도한다는 뜻이다.

시즌 초 유명 팟캐스트 방송인 「더 스타터스(The Starters)」에 출연한 베글리는 팀이 쾌조의 출발을 보인 주요 요인으로 빠른 경기 페이스를 언급한 바가 있다. 베글리는 “팍스의 미칠듯한 스피드가 우리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게 한다”며, “이는 곧 경기를 쉽고 재미있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베글리가 직접 언급했듯 팍스를 필두로 젊고 빠른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라인업에 이러한 스피드 농구는 찰떡과도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정규시즌이 82경기의 장기전이라는 점을 고려해보자. 아무리 젊은 선수들이라도 백투백 경기에서는 다소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베글리 본인도 해당 방송에서 NBA 적응에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 안배 문제를 꼽았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이 후반기 들어 팀의 업템포 농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새크라멘토 경기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글리의 뛰어난 공격력의 명과 암

베글리는 대학 시절부터 엄청난 탄력을 바탕으로 한 리바운드 능력과 골밑 마무리 솜씨를 지닌 선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튕겨져 나온 공을 재차 점프하여 잡아내는 세컨 점프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슛을 시도하거나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점프를 한 후 착지하고, 이어 균형을 잃지 않은 채 빠른 타이밍으로 재차 뛰어 올라 세컨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NBA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베글리는 명문 듀크 대학교에서 평균 21.0점 11.1 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61.4%라는 엄청난 루키 시즌을 보냈다. 참고로 듀크, 노스 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주립, 루이빌 등 농구 명문 대학들이 모인 ACC 컨퍼런스 내에서 득점, 리바운드, 야투 성공률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선수는 호레이스 그랜트, 팀 던컨, 베글리 단 3명뿐이다.

이처럼 베글리는 짐승 같은 운동능력과 골밑 마무리 능력을 인정받으며 1라운드 2순위에 지명되는 영광을 누렸다. NCAA와 NBA에서 두드러진 베글리의 공격력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베글리는 기본적으로 엘보우 지역에서 공을 잡고 진행하는 아이솔레이션 능력을 탑재하고 있다. 포스트업 기술은 부족한 편이지만 페이스업을 활용하여 골밑으로 치고 들어와 왼손으로 마무리 짓는 능력이 준수하다. 몸으로 상대를 밀어놓고 훅슛을 시도하거나, 왼쪽으로 들어가는 척 하다 반대방향으로 스핀무브를 통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컷인을 통한 림 공략과 위에서도 언급했듯 공격 리바운드를 활용한 세컨 찬스 득점도 그의 주요 공격 루트라 할 수 있다. 또한 트랜지션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상대 골밑으로 쇄도하여 쉬운 찬스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자주 연출해낸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픽앤팝을 통한 캐치앤슛 득점도 쏠쏠한 편이다.

특히 이번 시즌 림 부근에서 무려 71.9%의 필드골 성공률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리그 탑 빅맨들인 앤서니 데이비스(76.0%), 조엘 엠비드(73.1%), 니콜라 요키치(68.2%)와도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약점도 뚜렷하다. 베글리는 스크리너로서는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팀원이 득점을 창출해내는 정도를 의미하는 스크린 어시스트 수치에서 경기당 0.7회에 그치고 있는데, 빅맨으로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2018-2019시즌 경기당 스크린 어시스트
1위 루디 고베어 : 6.1회
2위 트리스탄 탐슨 : 5.5회
3위 코디 젤러 : 5.2회
4위 유서프 너키치 : 4.9회

스크린 자체가 단단하지 못하고, 스크린 이후 림으로 대쉬하는 폭발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오히려 슬립으로 롤해 들어가는 것보다 팝으로 빠져서 점프슛을 시도하는 빈도가 높다.

「NBA드래프트닷넷(nbadraft.net)」에서는 베글리의 컴패리즌으로 크리스 보쉬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를 거론한 적이 있다. 좋은 운동능력과 골밑 득점력, 속공 마무리 등은 스타더마이어와 비견될 법도 하지만, 피닉스 선즈 시절 스타더마이어가 스티브 내쉬와 함께 최고의 픽앤롤 전문가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물론 19세에 불과한 어린 빅맨이 훌륭한 아이솔레이션 득점력을 갖추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로 하여감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여기에 장차 스크리너로서의 자질과 경기장을 넓게 볼 줄 아는 시야를 갖추게 된다면 더욱 막기 힘든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약한 수비력과 검증되지 못한 내구성

앤서니 데이비스, 카와이 레너드, 지미 버틀러 등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공격과 수비가 모두 뛰어난 공수겸장 스타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제임스 하든과 같이 공격만으로도 리그를 파괴할 수준의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공수 양면의 밸런스를 갖춘 선수들이 좋은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베글리는 식스맨으로서 훌륭한 스코어러의 자질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전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 시절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평균 2.4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등 공격에서의 집중력과 열정에 비해 수비에서의 적극성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피지컬적인 측면에서도 211cm의 신장을 감안했을 때 윙스팬이 다소 짧고, 프레임이 두텁지 못하다보니 버티는 수비에 불리함이 있다. 또한 운동능력을 활용한 대인수비 능력에 비해 수비 로테이션 이해도가 떨어진다.

또한 베글리는 부상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즌 초반 고관절, 사타구니, 등, 무릎 등 여러 부위가 좋지 못해 13경기에 결장한 바가 있다. 유려한 스킬보다는 운동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선수로서 잦은 부상은 장차 선수 생명에도 직결되는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부상 이전 26경기에서 평균 23.1분을 출전하여 12.7득점 6.1리바운드를 기록했던 베글리는 복귀 이후 18경기에서 26.3분을 뛰면서 14.9득점 8.4리바운드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피닉스를 상대로 32득점을 퍼부으며 커리어-하이를 작성했고, 22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전에서도 28득점을 올리며 골든스테이트 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이처럼 베글리는 부상 복귀 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원석에 가까운 선수다. 플레이의 섬세함이 부족하고 투박하며 뚜렷한 단점도 많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은,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임이 분명하다.

이번 시즌 새크라멘토는 정규시즌 종료까지 2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베글리가 새크라멘토를 2006년 이후로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끄는 주역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이 선수가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지,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지켜보는 것도 NBA를 즐기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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