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지난 시즌이 마지막 기회 같았고, 그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기회가 다시 어렴풋이 가까워지고 있다. 1995년 이후 NBA 결승전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던 휴스턴 로케츠에게 재도전의 기회가 다가온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9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부상과 함께 한 시련, 전화위복으로
LA 레이커스는 주전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시즌 초반의 순조로운 흐름을 놓치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휴스턴 로케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크리스 폴이 2018년 12월에 또다시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한 달 넘게 결장했고, 주전 센터인 클린트 카펠라까지 올해 1월에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잔부상으로 결장이 잦았던 네네, 무릎 통증으로 2주 넘게 결장했던 에릭 고든에 이르기까지 부상의 악령은 휴스턴 선수단을 훑고 지나갔다.
만약 그 시간에 성적이 급격한 하향세를 탔다면 휴스턴은 지금 플레이오프 진출조차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1월 성적은 8승 6패로 5할을 간신히 넘겼을 정도로 휴스턴에게 12월과 1월은 고난의 시간과도 같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성적이 나빠지지는 않은 덕분에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둘 수 있었다.
결국 2월 초에 폴이 돌아온 데 이어,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 카펠라까지 복귀하면서 휴스턴의 분위기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폴과 카펠라의 부상이 두 사람에게 뜻밖의 휴식을 주었고, 이는 정규시즌 후반기에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휴스턴의 정규시즌 후반기 첫 15경기 성적은 12승 3패로 전반기보다 월등하게 높다. 분위기 회복을 위한 성적은 충분히 확보한 셈이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시즌 중 선수 보강 효과도 빛을 보고 있다.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휴스턴은 카멜로 앤써니, 제임스 에니스 등의 잉여 전력을 정리하고 이만 셤퍼트를 영입했다. 뿐만 아니라 피닉스 선즈에서 바이아웃된 오스틴 리버스를 영입했고, 브루클린 네츠에서 방출된 케네스 퍼리드를 영입했다. 주전들이 줄이어 부상당할 때에는 리버스, 퍼리드가 어쩔 수 없이 선발로 나섰지만, 이제는 부상의 악령에서 벗어나 주전 라인업이 완전히 갖춰지면서 휴스턴의 벤치가 더 두꺼워지는 효과를 낳았다.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는 고난 속에서도 순위를 지키면서 버틴 것이 지금의 휴스턴에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휴스턴은 다른 팀들보다 오히려 후반기 체력 싸움에서 한 발짝 앞서나가게 됐다. 부상 회복 기간 덕분에 체력이 소모되지 않은 크리스 폴은 여전히 플레이오프에서 경계 1순위이다.

되찾은 수비, 되찾은 전력
휴스턴이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하락한 데에는 수비 약화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시즌에는 오펜시브 레이팅 1위, 디펜시브 레이팅 6위로 공수 균형에서 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했지만, 올 시즌에는 디펜시브 레이팅에서 21위에 그치고 있다.
역시나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수비 조직력을 제고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휴스턴의 팀 수비의 발목을 잡았다. 같이 뛰는 경기가 많아야 팀 수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휴스턴은 선수들의 잦은 이탈로 인하여 수비 조합을 고민할 여력이 부족했다. 특히 1월에는 평균 실점이 117.4점에 달할 정도로, 수비 문제가 심각했다.
그러나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3월 10경기 평균 실점이 103.0점으로 올 시즌 월별 실점 가운데 가장 낮다. 야투 허용률 역시 43.5%로 월별 야투 허용률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 부상 공백이 점점 적어지면서, 휴스턴이 서서히 수비를 되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수비가 좋아지면서 자연히 득실 마진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 시즌 휴스턴의 평균 득실 마진은 +8.5득점으로 리그 1위였다. 득실 마진에서 +8득점을 넘긴 유일한 팀이었다. 하지만 취약해진 수비로 올 시즌에는 득실 마진이 내내 중위권이었다. 하지만 2월에는 득실 마진 +5.4득점, 3월 10경기에서는 득실 마진이 +8.6득점이다. 수비가 향상되면서 본래의 전력을 회복하고 있다.
어느 팀이든 수비만 잘하면 중간은 간다. 이미 화력에서는 리그에서 인정받은 휴스턴이기 때문에 수비가 조금만 안정되어도, 전력 상승 효과가 크다. 전반기 내내 골칫덩어리였던 수비가 안정된다면, 휴스턴은 다시 한 번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의 팀이 된다. 서부의 플레이오프 진출권 팀들이 휴스턴과의 조우를 꺼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절정기의 제임스 하든
사실 휴스턴의 상승세 요소를 얘기할 때, 위에서 한 얘기들을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제임스 하든을 빼놓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시즌보다 팀 성적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든의 MVP 가능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하든은 올 시즌에 50득점 경기를 가장 많이 보여준 선수이고, 휴스턴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1987년의 마이클 조던 이후로 시즌 평균 36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아직 없었다. 하든이 시즌 평균 36득점 고지에 끝까지 머무른다면, 32년만의 기록이 된다. 누가 하든이 이러한 고지까지 도전할 정도의 스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그 외의 기록도 풍성하다. 32경기 연속 30득점으로, 연속 경기 30득점 부문에서 역대 2위에 올라섰다. 게다가 NBA가 30개 팀 체제가 된 이후 최초로 29개의 팀을 상대로 모두 30득점을 올린 최초의 선수가 됐으며, 역대 최초로 월 평균 40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스테픈 커리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3점슛 성공 300개를 돌파했다. 휴스턴이 부상의 고난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하든의 신들린 득점 덕분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솔레이션 시도 부문에서 하든이 압도적인 1위이다. 올 시즌에 아이솔레이션을 1,000번 이상 시도한 선수는 하든밖에 없으며, 아이솔레이션 시도 2~5위 기록을 합쳐야 하든의 기록과 비슷해진다. 그 정도로 1대1 시도가 많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뜻이지만, 그 어려운 길을 너무나도 쉽게 헤쳐 나가는 하든이다. 말 그대로, 알고도 못 막는 경지에 올라섰다.
금상첨화 격으로, 이제는 폴이 돌아오면서 체력 부담도 덜게 됐다. 만일 부상자들이 줄지 않았다면, 하든의 체력은 4월 중에 완전히 소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시점에 라인업이 회복되면서, 하든의 휴식 시간이 늘어났다. 플레이오프에 다시 한 번 1대1로 상대를 요리할 재충전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MVP를 수상한 지난 시즌보다 더 위력적인 모습으로 진화한 하든이 있기에, 휴스턴은 플레이오프에서 누구와 붙어도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다. 디펜딩 챔피언 골든 스테이트의 입장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 휴스턴이며,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를 다른 팀들 역시 휴스턴의 전력 회복이 달갑지가 않다. 무엇보다 득점에서 절정에 달한 하든의 존재만으로도, 휴스턴은 플레이오프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
사실상 휴스턴에게는 올 시즌이 마지막 기회다. 크리스 폴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파이널 무대를 밟아야 한다.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발생한 크리스 폴의 햄스트링 부상이 모든 꿈을 앗아가는 듯 했지만, 다시 기회가 오고 있다. 내년에 또 오리라는 보장이 없는 재도전, 휴스턴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열쇠다.
# 사진_ 아디다스, 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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