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3&B, 빅맨들의 새로운 생존 공식

김윤호 / 기사승인 : 2019-05-10 10: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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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3점슛의 중요성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아졌다. 자연히 빅맨들에게도 3점슛은 생존 요건과도 같은 존재다. 올 시즌에 300개 이상의 3점슛을 시도한 208cm 이상의 선수가 9명이나 된다. 그런데 외곽슛 하나만으로는 빅맨들이 살 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또 다른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 3&D, 가드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강팀들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오픈 3점슛과 수비에 특화된 스윙맨이나 가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니 그린 (토론토 랩터스), P.J. 터커 (휴스턴 로케츠), 알 파룩 아미누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패트릭 베벌리 (LA 클리퍼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다.


이들은 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위치에 있지 않다. 대부분 패스를 받아먹는 득점이며, 수비와의 경합에서 올린 득점보다 오픈 상태에서 올린 3점슛에 의한 득점이 더 많다. 하지만 그 3점슛은 팀의 공격 흐름에 마침표를 찍는 방점과도 같으며, 공격을 위한 공간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주로 공격을 이끄는 볼 핸들러들과 매치업 되기 때문에, 이들의 일차적인 수비가 팀 수비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3점슛과 수비에 특화된 선수들의 가치는 주축 선수들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 그러한 유형의 선수들을 ‘3&D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지금은 3&D 플레이어가 가드, 스윙맨 중에서 나오는 추세다. 하지만 빅맨들이 3점슛을 쏘는 시대라면 3&D 특화는 빅맨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픽앤팝 이후의 외곽슛이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는 추세인만큼, 같은 신체 조건의 빅맨이라도 3점슛을 넣을 줄 아는 빅맨이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는다. 다만 3점슛이 유일한 빅맨 기용 기준은 아니다.


일례로 라이언 앤더슨은 슈팅 비거리가 스테픈 커리에 버금가며, 매 경기 많은 3점슛을 시도한다. 하지만 수비가 전혀 안 된다는 이유로 NBA 구단들에게 외면 받는다. 케빈 러브 또한 NBA 데뷔 시절부터 3점슛 쏘는 빅맨으로 정평을 날렸지만, 블록 능력이 없어서 감독들의 입장에서는 러브 기용이 고민거리와도 같았다. 여기서 빅맨이 갖춰야 할 또 다른 무기가 자연스럽게 도출되니, 바로 ‘세로 수비’다.


빅맨의 세로 수비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상대의 슛을 블록하는 것 외에도, 높이만으로 상대의 공격을 일차적으로 저지하는 것, 블록 동작으로 상대에게 겁만 줘서 의도적으로 슈팅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것, 상대가 돌파에 성공하더라도 부정확한 레이업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순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빅맨이 3점슛과 세로 수비를 둘 다 갖고 있다면, 팀 입장에서는 금상첨화다. 경우에 따라서는 팀의 중심축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만큼 전술의 다양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올 NBA 팀에 들어갈 정도의 기량을 지닌 빅맨들에게 3점슛과 세로 수비는 기본 무기와도 같다. 자연히 롤 플레이어들에게는 생존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딱 두 가지, 3점슛과 블록슛
조엘 엠비드, 칼-앤써니 타운스 같은 올스타 레벨의 빅맨이 아닌 롤 플레이어 수준의 빅맨이라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되겠다. 바로 3점슛과 블록슛이다. 세로 수비가 아니라 굳이 블록슛으로 한정지은 이유는, 세로 수비를 갖춘 빅맨들은 기본적으로 블록슛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공격에서는 좌우 코너 3점슛이나 픽앤팝에 이은 3점슛으로 24초를 마무리짓고 수비에서는 블록슛에 의한 공격 차단 및 공수 전환을 끌어내는 것, 롤 플레이어 수준의 빅맨들은 이 정도의 역할만 수행해도 합격점이다. 어차피 공격의 큰 줄기는 볼 핸들러들이 잡고 있기 때문에, 공격에서는 필요한 부분만 채워주면 된다. 또한 수비에서는 외곽이 뚫리더라도 블락슛 위협을 통한 2차 저지 작업으로 상대의 공격을 지연시키면, 공격권을 다시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브룩 로페즈다. 올 시즌 밀워키 벅스의 정규시즌 우승의 원동력 중에서 브룩 로페즈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로페즈의 생산성은 분명 브루클린 네츠 시절에 비하면 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두 가지 무기가 밀워키의 우승을 위한 마지막 조각을 채웠다. 그게 바로 3점슛과 블록슛이다.


로페즈는 리바운드를 많이 잡아내는 선수도 아니고, 재빠른 페이스업을 하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슈팅 비거리가 길었을 뿐만 아니라, 통산 평균 블록슛이 1.7개로 현역 선수 중 5위다. 이러한 강점이 밀워키에게는 전술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리바운드는 야니스 안테토쿤보나 에릭 블렛소가 잡아내기 때문에, 로페즈는 블록슛으로 저지만 하면 된다. 또한 로페즈가 3점슛을 위해 외곽으로 빠지면, 안테토쿤보가 휘저을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진다.


놀랍게도 올 시즌에 로페즈는 총 187개, 경기당 2.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성공률도 36.5%로 준수하다. 이 정도의 슈팅이면 로페즈의 매치업은 그의 슛을 저지하기 위해 매번 끌려나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 시즌 평균 28.7분만 뛰고도 2.2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로페즈의 블락슛은 공격 저지, 혹은 공수 전환으로 연결된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로페즈의 가치는 명확히 증명됐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1라운드에서 안드레 드러먼드를 쉴 새 없이 페인트존 밖으로 끌어냈고, 골밑에서는 디트로이트의 공격을 블록으로 확실히 저지했다. 실제로 밀워키는 디트로이트를 4전 전승으로 물리치고 1라운드를 통과했는데, 이 4경기 동안 로페즈의 3점슛 성공률은 37.5%, 평균 블록슛은 3.5개였다. 딱 두 가지로 승리의 방점을 찍은 셈이다. 로페즈는 최근 3년 간 팀을 계속 옮겨 다니면서 가치가 많이 하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올 시즌 밀워키의 정규시즌 제패의 중요한 역할을 해내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됐다. 동시에 롤 플레이어 빅맨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알려줬다.



▲ 생존 공식을 기억해야 살아남는다
이미 빅맨의 새로운 생존 공식은 명확하게 증명되었다. 결국, 이 공식을 잊지 않는 빅맨이 살아남는다. 반대로 얘기하면, 생존 공식을 체득하지 못하는 빅맨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과거의 벤 월러스처럼 수비에만 특화된 빅맨이 기용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비 상황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공격 상황에서 스스로 무력해진다. 수비는 5명이 했지만, 공격은 4명만 하게 되기 때문이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주전 센터인 유세프 너키치가 심각한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고도 전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에네스 칸터와 함께 너키치의 자리를 채우고 있는 백업 빅맨인 마이어스 레너드와 잭 콜린스가 빅맨의 생존 공식을 기억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는 외곽슛이 없는 스티븐 아담스 때문에 공격 전술에서 매번 제약이 생긴다. 사소한 차이지만 그것이 중요한 경기의 승패를 가른다. 3&B, 이제는 빅맨들이 구구단처럼 기억해야 할 공식이다.


#사진_NBA 미디어센트럴, 슛차트_NBA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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