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어빙, 이제는 커리어가 필요하다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8-25 01: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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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평가와 과소평가가 엇갈리는 선수?’ ‘엉클 드류(Uncle Drew)‘ 카이리 어빙(30·188cm)은 NBA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선수 중 한명이다. 빼어난 테크니션임은 분명한데 리그 최고, 역대급 등의 단어를 언급하기에는 2%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어빙의 가치에 대해서는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테크니션으로서의 어빙에 대해서는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조차 개인 기량의 우수성만큼은 인정한다. 그만큼 다채롭고 화려하다. 농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조차 내외곽을 종횡무진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 어빙의 영상을 보면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오랫동안 비호감 행보를 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어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드리블이다. 세계 최고 핸들러가 가득한 NBA에서도 ’최고중의 최고‘로 꼽히고 있는데 현재는 물론 역대로 따져도 1위를 다툴만하다는 의견도 많다. 역대 최고의 드리블러중 한명인 앨런 아이버슨과도 종종 비교될 정도다. 각종 농구 관련 커뮤니티 등을 보면 어빙의 드리블만 따로 편집되어 하이라이트로 제작된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어빙의 드리블은 특별하면서도 대단하다. 매우 낮고 빠르게 드리블을 치면서도 상대 수비진 사이를 오가며 전후좌우 움직일 수 있고 빡빡한 틈을 돌파한다거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순간에도 좀처럼 손에서 공을 놓치지 않는다. ’빠르게 더욱 빠르게 느리게 더욱 느리게‘ 등 속도 조절도 자유자재다. 혼잡하고 불안불안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볼을 컨트롤한다.


마음먹고 돌파를 시도하려고 드리블을 치고 나가는 어빙에게 수비수 두 세명 정도 제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보통 돌파를 잘하는 선수에게는 색깔이나 이미지에 따라 상대 수비진을 ‘부순다, 뚫어낸다’ 등 여러 가지 표현이 쓰인다. 여럿 수비수의 중심을 한꺼번에 빼앗으며 상대 골밑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슈퍼 드리블러 어빙을 보고 있노라면 ‘벗겨낸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어빙은 손끝 감각과 더불어 유연성, 민첩성 등이 아주 좋다. 때문에 현란하게 드리블을 치면서도 다양한 위치에서 레이업 슛을 올려놓는 플레이가 가능하며 거기에 더해 미들슛, 3점슛 등 슈팅력도 준수한 편이다. 스핀무브와 체인지 오브 페이스를 섞어 쓰며 돌파와 슛을 반복하다 보면 상대 수비진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지기 일쑤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빙은 슈팅가드이자 포인트가드라는 사실이다. 르브론 제임스, 제임스 하든 등과 함께 뛰는 바람에 2번으로 나설 때도 많았지만 그는 포인트가드로서도 최상급 레벨이다. 계속 언급한데로 핸들링이 안정적인지라 볼 운반에 강점이 있고 시야, 패싱능력도 나쁘지 않아 자신 쪽으로 수비를 몰아놓고 빈 곳으로 패스를 뿌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렇듯 기량적으로는 절정에 달해있는 그이지만 ‘어빙이 NBA 최고의 가드냐?’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을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결장횟수가 많아 비슷한 연차를 소화한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각종 커리어에서 밀리는 이유가 크다. 거기에 더해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며 스스로 빠진 경기도 적지 않다.


강력한 개인 기량을 감안 했을 때 어빙은 지금쯤 상당한 누적기록과 커리어를 쌓았어야 됨이 맞다. 하지만 명성과 임팩트에 비해 그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딸리는 것도 사실이다. 신인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향후 거침없는 기록이 쌓일것 같았지만 우승 1회, 올스타전 MVP 정도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다. 그 우승조차 클리블랜드 시절 르브론이 중심이 되어 이끌던 팀에서 ‘넘버2’로서 함께 한 것이다. 비슷한 유리 몸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던 카와이 레너드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어빙은 스스로 자신의 커리어를 깎아 먹는 행보를 반복하며 여러차례 제 발등을 찍었다. 1인자로서 활약하고 싶다는 이유로 클리블랜드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포기하고 보스턴 셀틱스로 이적했으나 팀원들과의 불화 등 부족한 리더십만 드러낸 채 자존심을 구겼다. 중심이 되고자 하는 욕심만 컸지 동료를 이끄는 능력은 한참 부족하다는 혹평만 뒤따랐다.


이후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현재 소속팀 브루클린 네츠에서는 팀 분위기를 망치는 트러블 메이커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전 악동들처럼 단순히 인간적으로 개성이 넘치는 수준이 아닌 극히 이기적인 언행을 통해 팀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는 모습이다. 모두 어빙의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임스 하든, 케빈 듀란트 등이 함께 했음에도 성적이 나지 못한 데에는 어빙의 엉망진창 행실 탓도 컸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어빙 뒤에는 ‘실력은 좋지만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 ‘성실하지 못하고 모든 일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4차원 캐릭터’ 등 좋지 못한 수식어들이 따라붙고 있다. 일단 다루기 힘든 선수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한지라 실력에 비해 시장에서의 가치는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간 NBA에서는 기량과 스타성을 겸비한 수많은 선수들이 나타났다 사라져갔다. 그런 과정에서 훗날 해당 선수의 커리어를 평가하는 데에는 여러 수상기록, 업적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기행으로 유명한 데니스 로드맨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배경에는 안팎에서 저질렀던 사고 못지않게 리바운드왕으로서 세운 많은 기록의 영향이 크다. 만약 로드맨이 그냥 엉뚱한 짓만 남발하는 선수였다면 특이했던 인물 정도에서 그치며 서서히 잊혀져 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빙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팬들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테크니션이고 드리블러인지 잘 알고 있겠지만 후대에서까지 그것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메고 누적기록을 쌓아가던지 아님 팀 우승의 핵심선수로서 굵직한 임팩트를 남길 필요가 있다.


기량적으로 한창 전성기에 있을 현재 시기를 흐지부지 보낼 경우 ‘한때 드리블 좀 했던 선수’ 정도에 그치며 매니아들만 아는 선수로 전락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가 좋은 시절을 덧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트레이 영, 자 모란트, 루카 돈치치 등 젊은 스타가드들은 차근차근 자신들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어빙도 이제 30살이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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