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잠실] ‘귀화 첫 국가대표 경기’ 라건아, 강혁 감독의 시작과 끝이었던 잠실체육관

최창환, 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9 1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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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잠실/최창환, 정다윤 기자] 같은 코트 위에 섰지만, 잠실은 각자 다른 추억으로 남았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8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서울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80-73으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이날, 잠실체육관의 마지막 순간도 함께했다.

체육관 하나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그 안의 시간이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잠실체육관은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의 시작이었고, 성장의 무대였으며, 때로는 가장 찬란했던 순간과 가장 먹먹했던 장면을 함께 품은 장소였다.

정기전의 뜨거운 열기부터 챔피언결정전의 무게감, 국가대표 첫 경기의 벅찬 기억까지 잠실에는 저마다 다른 얼굴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긴 세월 한국 농구의 심장처럼 뛰어온 이 공간과의 작별은 그래서 더 쉽게 넘길 수 없는 인사다.

그렇다면 한국가스공사 선수단에게 남은 기억은 어떤 것일까.

#강혁 감독_청춘을 바친 곳


수원 삼성으로 처음 입단했는데, 이곳은 팀이 서울로 올라와 처음부터 시작했던 곳이다.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처음과 끝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영광이다. 삼성에 있을 때는 나의 젊음을 불태웠던 곳이기도 하다. 두 번째 우승(2005-200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MVP)을 했을 때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좋은 기억도 많지만 슬픈 기억도 있다. 故김현준 코치님은 내가 처음 입단했을 때 많이 예뻐해 주셨다.

내게 슬픔으로 남은 기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좋은 기억이 정말 많은 분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입단했을 당시 코치님이셨는데, 나를 무척 예뻐해 주셨다.

가장 슬펐던 기억을 떠올리면 결국 그분이 생각난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남아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김현준 코치님은 선수 시절에도 훌륭한 분이셨고, 코치로 계실 때도 늘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따뜻한 분이셨다.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 더 아쉽게 남는다.


돌이켜보면 그분은 늘 나를 잘 지켜봐 주셨고 끝까지 아껴 주셨다. 그런 기억이 있기에 삼성에서 보낸 시간 동안 나는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 모든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농구 인생에서 전자랜드에서 2년을 뛰기도 했지만, 내게 삼성은 전부와도 같은 곳이었다.

#라건아_귀화 선수로 첫 경기


삼성을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 갔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KBL에서 뛰는 동안 삼성이라는 팀이 한동안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는데, 그 시기에 팀의 일원으로 진출한 경험이 크게 남아 있다. 비록 우승까지 하지는 못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삼성 소속이던 시절, 이곳에서 귀화 관련 기억도 남아 있다. 한국인이 된 뒤 잠실체육관에서 국가대표로 첫 경기를 치렀다. 당시 상대는 뉴질랜드와 홍콩이었고, 그 경기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 경험은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잠실체육관이 철거된다는 소식은 아쉽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스스로도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재건축을 통해 전통과 역사를 잘 살린 새로운 체육관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잠실체육관을 찾아준 팬들도 많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새로 건설되는 만큼 더 좋은 체육관, 더 좋은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슬픈 마음보다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김준일_유독 경기가 잘 풀린 날


많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커리어하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데뷔 시즌 SK전(2015년 2월 18일)이었는데 37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유독 경기가 잘 풀린 날이었다. 37점이 여전히 개인 최다득점인 데다 데뷔 첫 더블더블이었고, 실책도 없었다. 은퇴하는 (함)지훈이 형, (이)정현이 형 등 베테랑들부터 또래 선수들 모두 잠실학생체육관, 잠실체육관에서 학창 시절부터 프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기를 치르며 성장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추억이 많은 체육관이다. 관리하는 분들이 잘 관리해 주셔서 오래된 체육관임에도 크게 낙후되지 않았다. 시설적인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사라지게 돼 아쉽다.

#전현우_함성이 너무 커서...


고려대 1학년 때 뛰었던 첫 정기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관중이 가득 들어차서 정신이 없더라. 잠실체육관에서 정기전을 치르면 함성이 커서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것도 안 들렸다. 선수들끼리 그동안 훈련하며 맞춰왔던 걸 토대로 눈빛 주고받으면서 뛰었다. 프로 데뷔 후에는 전자랜드에서 처음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해 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여전히 프로 경기를 치르는 데에 문제가 없는 체육관이다. 좋은 체육관이 사라진다니 아쉽다. 나보단 삼성의 레전드로 우승, 챔피언결정전 MVP 경험까지 있는 감독님이 많이 서운해 하지 않으실까. 한편으로는 최신식 체육관이 지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든다.

#신승민_정기전의 기운


대학교 때 여기서 정기전을 치렀다. 잠실체육관이 그때 꽉 차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 모든 함성을 한 번에 들을 수 있었고, 그 기운을 한껏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겨서 굉장히 도파민이 돌았던 기억도 난다. 내 커리어하이 최다 득점(27점)도 여기서 작성했다.

정기전 당시엔 체육관이 꽉 차 있는 정도가 정말 대단했다. 못 들어오는 인원만 해도 거의 몇백 명이었다. 계단도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안전사고가 나지 않았던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때 적지 않은 시간을 뛰면서 팀에 도움도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시 1학년이기도 했고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실수도 있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좋은 경기력으로 이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비록 군대를 가지만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다.

#사진_점프볼DB, 대한농구협회,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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