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네 번째 S-더비. 관중석 한켠에서 유니폼과 교복의 시간이 교차했다. SK의 다니엘을 보기 위해 용산고 후배들이 모였다. 프로의 문턱을 먼저 넘은 선배를 확인하러 온 발걸음이었다.
마침 상대는 삼성이었다. 삼성의 연고 선수로 지명된 박범윤과 박범진 역시 형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에 함께했다. 대표로 말을 꺼낸 이는 올 시즌 용산고의 주장 완장을 찬 3학년 김민기(17, 193cm)였다.
하프타임에 만난 김민기는 “용산고 졸업식이 이틀 전(9일)에 있었다. 오늘(11일) SK 경기가 있어서 시간 되는 애들이랑 다 같이 왔다. 우리가 먼저 오겠다고 했는데 다니엘 형이 티켓을 줬다. 7명 전부 다 챙겨줬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복이 옷장으로 들어간 자리에는 프로 유니폼이 걸렸다. 이날 다니엘의 모습은 ‘완전히 교복을 벗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후배들의 시선 속 선배는 낯설었고, 동시에 자랑스러웠다.
같은 코트에서 함께 뛰던 시간은 조명 아래에서 다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김민기는 “헤어진 건 아쉽다. 그래도 프로 경기에서 잘하고 있는 걸 보니 너무 좋다. 자랑스럽다. 코트 안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게 보이고 팀의 에너자이저 같다”고 말했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이날 관중석은 ‘농구장 콘셉트의 식당’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았다. 직관의 묘미란 손에 쥔 간식과 눈앞의 경기가 동시에 완성되는 법이다. 실제로 관중석에서는 용산고 선수 7명이 무릎 위에 피자를 올려둔 채 경기를 즐기는 장면도 포착됐다.
김민기는 “다니엘 어머님께서 피자도 사주셨다. 맛있었고 감사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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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배대범-곽건우-박범윤-박태준-박범진-이서준-김민기 |
그리고 다니엘은 후배들이 동시에 머리를 감싸 쥐고 일어설 만한 한 장면을 남겼다. 하이라이트 필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순간이었다.
다니엘은 케렘 칸터의 돌파에 순간적으로 도움 수비를 붙으며 블록슛을 꽂았다. 공을 잡은 워니가 곧바로 속공으로 달리자 체육관의 공기가 한 번 더 끓었다. 수비 한 번이 온도를 바꾸는 장면이었다.
‘한국판 강백호’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민기는 “형이 긴장은 했지만 리바운드도 정말 열심히 했다. 블록은 진짜 멋있었다. 외국인 선수 상대로 키가 작은데도 점프해서 블록을 찍었다. 그때 용산고 애들이랑 다 같이 벌떡 일어나서 ‘와!’ 하면서 환호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장 가까이에서 다니엘을 봐온 사람답게 시선은 결과보다 과정에 머물렀다.
김민기는 다니엘에 대해 “긴장이 너무 되니까 슛이 잘 안 들어가는 것 같다. 공격이 마음처럼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형은 수비부터 정말 열심히 한다. 내가 보기엔 슛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자신감 있게 던졌으면 한다. 약간 주춤하는 게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다니엘은 용산고 ‘연고 선수’로 프로 무대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이름이다. 학교의 첫 장면을 새 페이지에 찍어낸 존재다.
용산고의 여러 우승을 함께 만든 주장 다니엘은 이제 익숙했던 무대를 내려놓고 또 다른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려 한다.
김민기는 “긴장하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 슛도 자신감 있게 쐈으면 한다. 형은 더 잘할 거라고 믿는다. 용산고의 자랑이다”고 힘을 실었다.
관중석의 환호는 경기 종료와 함께 접히지만, 후배들의 겨울은 이제 시작이다. 달콤한 휴식 뒤에는 통영 전지훈련이 기다린다.
‘왕관’을 지켜야 하는 팀에게 겨울은 늘 단단한 계절이다. 지금의 땀은 곧바로 트로피로 번역되지 않더라도 시즌 한복판에서 분명한 자양분이 된다.
김민기는 “전지훈련에서 안 다치고 기량을 많이 끌어올려서 시즌 때 보여드리겠다”고 짧고 굵게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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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장 김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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