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원주 동부 시절부터 14년째 DB 외국선수 관리를 맡아 온 노력파 통역사. 김태형(38) 씨.
그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선수를 자신의 고객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로 오로지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본인의 최우선 과제라고 여긴다.
개인 시간까지 할애하며 외국선수와 어울리기 좋아하는 김태형 씨는 타고난 통역사다.
거기에 그들의 말까지 귀 기울일 줄 아는 그의 농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Q.DB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2007년부터다.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운 좋게 1년간 DB(당시 원주 동부)서 통역 일을 했다. 대학 친한 선배가 전 통역이어서 추천을 해주었다. 학비도 벌 겸 그때는 큰 뜻 없이 했다(웃음).
Q.그럼 대학생 때부터 일을 시작한 건가?
그렇긴 하지만 쭉 이어서 하지는 못했다. 첫 시즌을 마무리하고 다시 학업으로 돌아갔다. 졸업을 해야 했다. 이에 1년간 공백기가 있었고 졸업 후에 정식으로 (구단에) 입사했다.
Q.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보다 구단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또 취업 시기와 맞물려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히 DB서 일할 기회가 생겨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지원했다. DB서도 나를 좋게 봐준 덕분에 바로 입사하게 됐다.
Q.원래 하고자 했던 일은?
중고등학생 때 인도네시아에서 이민 생활을 했다. 한국에서도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며 다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직업이 바뀌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통역 일을 하고 있다(웃음).
Q.인도네시아 생활은?
아버지 일 때문에 가게 됐다. 당시에는 치안도 그렇고 환경상 밖을 막 돌아다니면서 놀지는 못했다. 나도 어렸다. 외국인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배웠고, 평소 친한 친구들끼리 집에 모여 팝콘 등을 먹으면서 NBA를 보고 놀았다.
Q.대학생 때 경험한 첫 번째 시즌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을 것 같다. 우승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땠나?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승까지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어어! 하다가 결국 우승까지 이뤘다. 당시 (김)주성이 형이 최전성기였고 팀을 챔피언 자리까지 이끈 모습이 엄청나 보였다. (내) 개인적으로는 다시 학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보너스도 나오고 학비를 벌어 너무 기뻤다.
Q.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텐데?
맞다. (내가) 어리기도 했고 코트 위 통역뿐만 아니라 외국선수 관리도 해야 했기에 초반 적응이 쉽지 않았다. 추천해준 형이 많은 조언을 해주었지만, 어려웠다.
Q.초창기 주로 맡은 업무는?
통역 일도 통역 일이지만, 당시에는 드래프트 제도로 외국선수를 뽑았다. 드래프트가 얼마 남지 않아 참가하는 외국선수들 프로필 자료 뽑는 것을 도와줬다. 매일 영상을 보면서 참가 외국선수 얼굴도 익히고 첫 두 달은 회사에 출근하는 형식으로 나가 시키는 일만 계속했다.
Q.당시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은?
추천해준 선배 형과 당시 사수였던 류동혁 전 통역이다. 숙소 생활, 선수들과 어울리는 팁 등 여러 노하우를 알려줬다.
Q.통역으로서 첫 번째로 했던 노력은?
가장 많이 시간을 투자했던 부분은 농구 용어 익히기다. 농구를 평소에 좋아했고 영어를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쓰는 영어와 농구 용어는 확실히 달랐다. 감독, 코치, 선수들이 쓰는 농구 용어를 외우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Q.그럼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외국선수 관리가 처음에는 가장 힘들었다. 어떻게 대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베테랑 선수들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대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다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시간이 흐르다 보니 외국선수들도 (나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챙겨주면서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Q.그래서 첫 시즌에 만난 레지 오코사가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렇다. 초반에는 (레지) 오코사랑 맞춰가느라 힘들었는데, 시즌 중후반이 되니 잘 맞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오코사가) 나를 친한 동생처럼 생각해주면서 오히려 많이 챙겨줬다. 서울에 맛있는 음식점도 데리고 다니면서 밥도 사주고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Q.이는 동시에 외국선수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외국선수들이) 물론 한국에 돈을 벌러 온 친구들이지만,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무척 외로울 거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좀 더 친하게 지내보고자 전략을 바꿨다. 개인적으로도 이 선수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한국 생활에 더 젖어 들게 하고 외롭지 않도록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Q.개인 시간까지 같이 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긴 하지만 스스로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 과거 사수와 지금 이상범 감독이 주로 했던 말로 외국선수가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했다. 그것을 지키고자 했다.
Q.그래서 가장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선수는?
로드 벤슨이다. 첫 두세 시즌은 야생마 같은 성격의 (로드) 벤슨과 티격태격도 많이 했지만, 조금씩 친해졌다. 숙소에서 (벤슨이 좋아하는) 피자도 시켜 먹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게임도 하면서 가까워졌다. 처음으로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간 선수 중 한 명이다. 결국 나와 가장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선수이고 지금까지도 연락하면서 지낼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그 당시, 농구와 관련 없는 내 주위 친구들도 다 알고 지냈다.
Q.이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도 2017-2018시즌이라고?
벤슨이랑 보낸 마지막 시즌이었고, 팀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또 이상범 감독도 처음 부임한 시즌으로 디온테 버튼이라는 엄청난 선수도 만났다. 행복하면서도 아쉬움이 공존했다. 마지막에는 벤슨이라는 좋은 친구를 잃는다는 마음에 슬펐다.
Q.당시 벤슨을 영입하는데 이상범 감독을 설득했다고?
사실 그 시즌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디온테) 버튼을 뽑았고, 다음 2라운드에서 조지 워싱턴이란 빅맨을 선발했다. 하지만 (조지) 워싱턴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그때 (내가) 벤슨에 대한 확신이 너무 있던 나머지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관리와 기량 면에서 (구단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자신있다고 말했다. 결국 교체 선수로 데리고 와 대성공을 거뒀다. 신인 버튼의 멘탈케어 역할도 자처, 경기력도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통합우승을 하지 못한 것. 플레이오프 4강 전에서 벤슨이 데이비드 사이먼을 막다가 체력이 다 떨어졌다고 말했는데 결국 결승전에 오르지 못했다.
Q.버튼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어떤 선수였나?
갓 대학을 마치고 온 신인이었다. 외로움도 많이 타던 선수였다(웃음). 벤슨과 마찬가지로 맨날 데리고 다녔다. 버튼하면 마지막까지 잡으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Q.미국까지 찾아가지 않았나?
맞다. 선물을 싸 들고 시즌 끝나고 이상범 감독과 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버튼 집에까지 찾아갔다. 재계약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지금도 계속 연락은 하고 지낸다. 그때 당시에는 미국 진출에 대한 열망이 컸다.
Q.미국 도전이 한풀 꺾인 현재 (버튼이) 다시 KBL로 돌아올 수 있을지?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난 시즌 끝나고도 의사를 물어봤다. 다만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 현재 미국을 떠나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Q.버튼과 재계약 불발 후, 엄청난 선수를 소개받았다고?
버튼이 대학교 동창인 현 NBA 덴버 너게츠 소속의 몬테 모리스를 소개해줬다(웃음). 그래서 덴버까지 직접 넘어가서 만난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Q.올 시즌에는 얀테 메이튼도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게 됐다. 애틋한 선수였다고?
(얀테) 메이튼은 오랫동안 봐왔던 선수다. 2018년부터 접촉을 했다. 한국에 와서도 생활을 정말 잘했다. 집에서 성경책만 읽을 정도로 손이 안 갔다. 또 떠나기 전에도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울먹였다. 메이튼 역시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 왜 (본인에게) 안 좋은 일만 계속 생기는지 속상해했다. 현재는 미국에서 수술을 마치고 재활 중이다. 성실하고 어떻게든 이기고 하는 자세를 가진 선수이기에 최고라고 생각한다. 꼭 다시 같이하고 싶다.
Q.새롭게 들어온 조니 오브라이언트는 어떤가?
메이튼 이탈 후, 우리가 데려올 수 있었던 최고의 선수가 아닌가 싶다. 아직은 100% 몸 상태가 아니지만, 곧 올라올 것으로 본다. 인성도 좋고 팀에 잘 적응 중이다.
Q.레나드 프리먼 역시 올 시즌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맞다. 정말 괜찮고 착한 선수다. 농구 센스와 이해도가 좋고 무엇보다 팀 마인드가 장착됐다. 훈련도 성실히 임해주고 있어 고맙다.
Q.두 선수의 식성이 완전 반대라고?
(레나드) 프리먼은 해산물 빼고는 다 잘 먹고, (조니) 오브라이언트는 해산물만 먹는다(웃음).
Q.두 선수와도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지?
코로나 시국이라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외국선수들과) 밖에 돌아다니질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는 자주 나눈다. 식당이나 원정 경기를 가면 진솔한 얘기를 나눈다.
Q.코로나가 풀리면 다시 데리고 다닐 생각인가?
물론이다(웃음).
Q.외국선수가 오면 맞춰보는 게 있다고?
우리가 쓰는 농구 용어하고 외국선수가 쓰는 용어하고 맞춰본다. 거의 비슷하기는 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 훈련 때 바로바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어긋나면 신뢰가 깨질 수 있다. 사전에 조율을 해둔다.
Q.평소 성격은 어떤가?
(내) 평소 성격은 조용하다. 지내다 보면 가끔 주변 사람들이 왜 말을 안 하냐고 그럴 때도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내가 들어주는 사람에 속한다. 장점이자 약점인 거 같다. 한 가지, 외국선수들을 대할 때는 강점이 되는 것 같다. 선수들이 본인 얘기를 잘 들어주니 좀 더 편하게 빨리 다가오더라.
Q,통역으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공과 사.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적으로는 한국에서 알아본 선수를 직접 해외에서 만나고 계약까지 성사했을 때, 가장 뿌듯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최근 경우는 칼렙 그린이 있었다. (칼렙) 그린을 보러 유럽까지 갔다 오고 힘들었는데 결국 계약에 성공해서 기뻤다. 사적으로는 외국선수가 한 인간으로 다가왔을 때 가장 뿌듯하다. 예전에 드래프트 때문에 라스베가스에 머문 적 있는데 벤슨이 아무 말 없이 찾아온 적 있다. 그때는 이미 계약을 안 한 뒤라 아무 관련이 없었지만, 이상범 감독과 같이 경기도보고 식사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Q.이상범 감독과 함께 해외 출장도 많이 다녔는지?
코로나 전에는 비시즌에 꼭 한 번씩은 나갔다. 미국, 유럽 등을 같이 다니면서 옆에서 많이 배우고 덕분에 책임감도 생겼다.
Q.이상범 감독이란?
내게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게끔 원동력을 만들어준 분이다. 부임 후 (내게) 좀 더 스카우팅 업무에 신경을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계속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큰 동기부여가 됐다. 덕분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됐고 더 발전할 수 있었다.
Q.이상범 감독이 미식가라고?
출장을 가면 지역 맛집을 꼭 들리는 스타일이다(웃음). 그렇다고 음식을 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덕분에 이탈리아에서는 최고의 파스타를, 독일에서는 현지식 족발 튀김을 아주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다. 정말 맛있었다.
Q.이상범 감독 외 고마운 사람을 한 명 더 뽑으라면?
현재 같은 사무실을 쓰는 박제용 스카우터다. 분담해서 일하고 있는데, 가장 고생하는 분 중 한 명이다. 많이 도움을 받고 있고 이번 오브라이언트 영입에도 가장 큰 공을 세운 분이다.
Q.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친한 선수가 있다면?
오랫동안 봐온 (윤)호영이랑도 친하고 특히 (이)광재와 (김)봉수는 입사(?) 동기라서 더 애틋하다. 신인 시절부터 함께 해왔다. 얘기도 더 많이 하는 편이고 편하다.
Q.레전드 김주성 전 선수(현 코치)에게 반한 적 있다고?
물론 첫해 우승을 이끈 점도 대단했지만, 선수 시절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 팀을 이끄는 모습에 반했다. 벤슨과 버튼에게 호영이랑 가서 수비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너희들은 공격에만 신경 쓰라고 말한 것이 정말 멋있었다. 팀에 저런 마인드를 가진 선수가 한 명씩은 꼭 필요하구나를 느꼈다. 동생들도 잘 챙겨주고 인간적으로 본받을 것이 많은 사람이다.
Q.허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주변에서도 느껴지는지?
엄청나다. 외국선수들이 놀랄 정도다. NBA 슈퍼스타들도 이 정도는 아니라면서 원주 BTS라고 부른다(웃음). 경기가 없는 날에도 팬분들이 선물을 주고 가신다.
Q.그런 허웅이 선수들에게도 베푸는지?
개인적으로 마트를 가도 다른 선수들 먹을 것을 한가득 사서 온다. 외국선수들을 위해 편한 슬리퍼를 사다 준다던가 사회생활을 잘한다. 이건 (김)종규도 마찬가지다. 외국선수들에게 값비싼 무릎 안마기기 같은 걸 사주면서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가려고 노력한다.
Q.원주 팬들을 자랑하자면?
정말로 자부할 수 있다. 10개 도시 중 단연 최고의 열정을 가진 분들이시다. 치악체육관 때부터 열기가 대단했다. 외국선수들도 오자마자 인정한다. 홈에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선수들도) 든든하다고 느끼고 있는 만큼 항상 감사드린다.
Q.남은 시즌 DB 농구를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은?
시즌 초반과 지금은 사뭇 다르다. 선수 구성에서 기존 외국선수 메이튼이 가고 새 외국선수 오브라이언트가 들어왔다. 또 (강)상재도 전역해서 합류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다른 국내선수들도 있는 가운데 새로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다. 달라진 팀의 전력을 확인하시면 좋겠다.
Q.앞으로도 통역 일을 계속할지?
구단과 감독이 믿고 맡겨준다면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 통역으로서 점수를 매기자면 80점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만족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떠올렸을 때 설렁설렁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친구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하나의 목표를 가진 집단에서 그 마인드를 나 역시 똑같이 가지고 계속 일할 생각이다.

#사진_홍기웅, 최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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