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통역] ⑧ “무한 체력, 에너자이저” 모비스 이주윤

최설 / 기사승인 : 2021-12-08 03: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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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25살 나이로 KBL 최다 우승(7회) 울산 현대모비스에 당당히 입사한 에너자이저 통역사. 이주윤(27) 씨.

20대의 패기와 열정으로 고된 통역 일이지만 체력적으로 끄떡없다는 그다.

이주윤 씨는 말한다. 내가 속한 구단이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다고. 또 통역으로서 외국선수들이 한국을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게끔 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런 이주윤 씨의 농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Q.여러 나라에서 해외 생활을 했다고?
아버지 일로 인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유치원 때부터 사이판, 과테말라, 베트남 순으로 해외 생활을 했다. 따라서 한국에는 ‘죽마고우’라고 부를 만한 친구는 없지만, 나라마다 친한 친구 1명씩은 꼭 있다.

Q.언제 한국에 들어왔는지?
대학을 한국에서 다녔다. 체육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군대도 다녀왔다.

Q.해병대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좋은 경험이었다(웃음). (적응이) 무척 힘들긴 했다.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런 경험이 나중에 사회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다.

Q.해병대 부심이 있나?
전혀 없다(웃음).

Q.학창 시절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 생활도 되게 신선했을 것 같다.
‘땡땡이’도 쳐보고 친구들 분위기에 맞게 놀러도 다녔다. 워낙 노는 걸 좋아해서 재밌었다. 다만 처음에는 술 게임을 하면서 왜 지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이긴 사람이 마셔야지… 지금은 배우면서 마시는 거로 생각한다.

Q.농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사이판에 있으면서 미식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TV를 통해 미식축구를 자주 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미국문화도 알게 되고 농구에 눈을 떴다.

Q.다른 스포츠도 좋아하는지?
아무래도 국제학교에 다니다 보니 체육 시간이 매우 중요했다. 한 종목씩은 할 줄 알아야 했다. 어렸을 때 미식축구도 해보고 베트남 고교 시절에는 럭비부였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요즘에는 웨이트를 자주 한다.

Q.어떻게 통역을 지원하게 됐나?
항상 스포츠 계통으로 직장을 두고 싶었다. 마케팅 쪽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실 프로농구는 아예 생각지도 않았는데 우연한 계기로 통역 공고를 보게 되었고 지원하게 됐다.

Q.그렇게 젊은 나이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첫 직장이었고 긴장을 많이 했다. 합격하고 나서도 인터넷으로 많이 검색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걱정했다. 막상 들어와 보니 감독, 코치, 모든 스태프 분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큰 애로사항이라면 보는 거와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Q.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농구는 꾸준히 봐왔지만 직접 듣고 말하면서 통역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반 한 달은 무척 고생했다. 선수들의 수비 위치나 전술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때 (아이라) 클라크, 양동근 코치가 당시에는 선수였는데 많이 도와줬다.

Q.면접 때 특별히 기억나는 질문이 하나 있다고?
기본적으로 작전을 설명해주면 그것을 통역하는 것하고 외국선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바로 한국말로 바꿔말하는 것을 평가했다. 그러다가 기습적으로 “경기 전날 외국선수가 클럽을 가겠다 하면 어떻게 하겠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확실하게 못 가게 설득하겠다고 답한 것이 기억난다(웃음).

Q.입사 후 첫 느낌은?
일단 부모님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매우 뿌듯해하셨다. 또 (내) 개인적으로는 현대모비스라는 KBL 최고의 팀에 소속돼 있다는 게 큰 영광이었다. 그리고 양동근 코치가 은퇴하기 전 선수였던 시절을 가까이서 봤다는 것도 좋았다. 입사 후 한 달간은 TV에서 보던 사람들이랑 같이 생활하고 이동하고 맨날 본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무뎌지긴 했지만 말이다.

Q.처음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나?
생소한 농구 용어를 접하는 것도 어색했지만, 단순하게 영어를 한국어로 바꿔 말하는 게 힘들었다. 가끔 알맞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인터뷰 때 실수를 하곤 했다.

Q.지금은 좀 어떤가?
예전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까먹었던 영어도 통역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 때 보다 더 향상됐다.

Q.입사 초기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은?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분을 꼽으라 하면 단연 차길호 매니저다. 전 통역이기도 했고 여러 조언을 해주면서 팁 같은 것도 많이 알려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바빠도 내 전화는 꼭 받는다. 감사한 분이다.

Q.어떤 팁들인가?
예를 들면 외국선수들에게 훈련 시간보다 10분 앞당겨서 말하라는 점과 원정으로 가는 도시들의 주요 음식점들을 미리 알려준 점이다. 우리 팀은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타 도시에서 외국선수들이 선호하는 음식점을 내가 직접 찾는 것보다 시간상 절약이 크게 돼 엄청난 도움이 됐다.

Q.어느덧 3시즌째 치르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은 좀 여유로워졌다는거? 이제는 전반적으로 시즌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팀과 감독이 (외국선수에) 요구하는 것도 어느 정도 파악됐다 보니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1년 차 때 대부분의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상황마다 알맞은 대처가 가능하다. 외국선수 트레이드, 교체, 선수에서 코치로 변경 등 모든 경우를 첫 시즌에 다 겪어봤다.

Q.외국선수들을 처음 보면 해주는 말이 있다고?
몇 년 일을 하다 보니 감독이 외국선수한테 바라는 점이 거의 비슷하다. 감독이 먼저 말하기 전에 미리 외국선수들한테 하나씩 설명해준다.

Q.그런 점에서 아이라 클라크 코치가 큰 도움이 된다고?
가끔 내가 설명을 해도 외국선수들이 갸우뚱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클라크 코치가 나서서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러면 알아듣는다. 그런 점에서 의지가 많이 된다.

Q.클라크 코치는 평소 어떤가?
선수들보다 더 활발하다. 새로운 곳을 가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에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선수 때보다 코치가 되고 나서 더 친해졌다. 가끔 이태원에서 밥도 같이 먹고 시간을 보낸다.

Q.두 외국선수, 라숀 토마스와 얼 클락의 한국 적응도는?
(라숀) 토마스는 시즌 초반부터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했다. (얼) 클락도 경력자이기에 마찬가지. 다만 토마스가 초반 고전을 했기에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 코치들도 모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미팅을 자주 했다.

Q.두 선수가 한국 음식도 잘 먹는지?
클락은 잘 안 먹는 편이다(웃음). 타코와 멕시코 음식을 좋아한다. 요새는 파스타에 빠져 ‘파스타입니다’를 자주 간다. 반면 토마스는 좀 먹는 편이다. 김말이를 특히 좋아하고 잡채도 곧잘 먹는다.

Q.평소 성격은?
토마스는 착하고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종종 다운 텐션이 되면 너무 다운된다. 그렇다고 오래 지속되는 건 아니다. 클락은 평소에도 표정 변화가 없다. 언제 기분이 좋고 나쁜지 판단이 안 설 때가 있지만 시키는 건 다하려고 든다. 기본적으로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Q.2라운드 후반부터 토마스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어떤가?
전부터 분위기는 좋았다. 연습할 때도 굉장히 열심히 했다. 외부에서 부족하다고 했지만, 우리 팀은 믿고 있었다. 우리 선수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믿음이 전달된 것 같다.

Q.클락은 국내선수들한테 약속을 한 게 있다고?
클락이 (서)명진이랑 (이)우석이랑 장난치면서 12월 크리스마스까지 교체 없이 한국에 남아있다면 신발 하나씩 사주겠다고 농담 식으로 말했다. 그 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Q.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선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숀 롱이다. 잘하기도 했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다. 지금은 일본에 있는데 일본의 경우 통역이 경기장에서만 함께 한다고 하더라. 가족 없이 생활하다 보니 가끔 영상통화도 한다.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Q.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는지?
아직 그런 말은 없었다(웃음).

Q.훈련 때 가장 힘들게 한 선수도 숀 롱이라고?
경기력은 되게 좋았고 폭발적이었지만, 가끔 훈련하기 싫은 티를 좀 많이 냈다. 옆에서 장난도 쳐주고 힘내라는 격려를 해줬어야 했다(웃음). 그래도 코트 위에서만큼은 확실한 선수여서 미워할 수 없었다.

Q.그 외에는?
버논 맥클린과 에메카 오카포와도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때 먼저 연락이 온다. 오카포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트레이너 형들한테까지 물어보면서 짧은 단어도 읽을 줄 알았다. 가끔 지하철을 같이 타면 ‘신촌’이라고 또박또박 발음했다. 그리고 리온 윌리엄스는 제일 관리하기 편했다. 손이 거의 안 갔다. 쉬는 날에도 본인이 알아서 움직였다. 가끔 택시 불러달라고 했을 때 불러주는 정도?

Q.외국선수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무엇보다 외국선수가 못하면 그게 가장 힘들다. 눈치가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외국선수 속마음까지 들어다 보려 한다. 말은 안 하지만 표정만 봐도 고민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가서 혼자 답답해하지 말라고 팀에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권유한다. 때로는 외국선수 편에서 때로는 구단 편에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다.

Q.통역 일을 하고 나서 후회한 적 있나?
없다. 코트에서 선수들과 호흡하고 연습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이 행복하다. 외국선수뿐 아니라 국내선수들과도 친하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좋다.

Q.앞으로도 통역을 계속할지?
그건 장담 못하겠다(웃음). 아직은 젊고 경험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에이전트도 어떨지 생각해봤다. 더 큰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본다.

Q.통역으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나도 해외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외국선수들이 한국에 왔을 때 좀 더 편하고 내 집처럼 느끼게끔 해주고 싶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Q.3년간 함께한 유재학 감독은?
처음에는 무서웠다. 무덤덤하고 많이 혼낼 줄 알았다. 근데 되게 친근한 분이다. 선수들한테도 혼내면서 지적하는 것 같지만 큰 틀에서 다른 코치들이 못 잡아내는 것들을 집어준다. 구체적인 것을 혼자서만 잡아낼 수 있는 굉장한 능력있는 분이다.

Q.그런 유재학 감독에게 경기 중 제재를 당한 적 있다고?
승부 욕이 있다 보니 나 스스로 상대의 페인트 존 3초 바이얼레이션을 센 적이 있다. 분명히 바이얼레이션이었다. 그래서 “왜 파울 안 불러줘!” 크게 말한 적 있는데, 그때 유재학 감독이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웃음).

Q.승부 욕이 대단한 것 같다. 평소 성격이 어떤가?
내향적이다. 그래도 친한 사람들과는 농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Q.원정도 많이 다니고 구단 스케줄을 맞춰야 하다 보니 개인 시간 부족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다.
아직 20대라 그런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 다만 개인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는데 여자친구를 길게는 2주 동안 못 볼 때도 있다.

Q.농구 통역을 하는 데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 있다면?
시즌이 들어가면 개인 시간이 많이 없기에 이 부분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크다고 본다. 그리고 농구에 대한 열정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또 지금 내가 있는 팀이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해야지만 일을 더 재밌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다.

Q.국내선수 중 가장 친한 선수는?
다 친해서 특별히 누구랑 가장 친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형들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고 동생들과는 장난도 치면서 친하게 지낸다. ‘99즈’ 멤버 우석, 명진, (신)민석, (김)동준이랑은 쉬는 날에도 카톡으로 얘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장)재석이 형, (함)지훈이 형은 많은 걸 챙겨준다. (내) 영어 이름이 피오다. 세례 명이다. 팀에서는 (나는) 피오로 통한다(웃음).

Q.가까이서 지켜보는 ‘99즈’는 어떤가?
본인들끼리 ‘으쌰으쌰’ 힘내며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하루 못하는 친구가 생기면 서로 위로해주면서 의지를 불태운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면서 분위기가 좋다.

Q.레전드 양동근 코치의 근황도 궁금하다.
되게 재밌고 유쾌한 분이다. 주위 사람을 항상 웃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하나를 물어보면 더 많이 알려주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외국선수를 대할 줄 아는 분이기도 하다. 선수 때도 느꼈지만, 그 정도 위치에서 겸손하기가 참 힘들다. 항상 미안하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 점을 보면서 참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Q.조동현 코치는 천재라고 느꼈다고?
작전을 진짜 빨리 외운다. 한 번만 봐도 상대 패턴을 다 읽는다. 클라크가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기억하지라고 서로 말할 때가 있다. 나는 최대한 5번 포지션의 움직임만 기억하려 한다. 아무래도 외국선수에게 전달을 해야 하니 모르는 게 있으면 항상 물어본다.

Q.현대모비스 선수단 현재 분위기는?
항상 밝고 긍정적이다. 또 팀이 발전해야 하는 부분, 개개인이 발전해야 하는 것들을 스스로 다 알고 있다. 서로 맞춰가면서 훈련에 임해 3라운드부터는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Q.팬들이 현대모비스 농구를 즐기려면?
움직임을 보셨으면 한다. 선수마다 다 목적이 있어서 움직인다. 쓸데없는 움직임은 없다.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현대모비스 농구를 제대로 즐기셨으면 좋겠다.


#사진_윤민호, 최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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