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2026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지난 20일 부천체육관. 총 14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로 향했다. 저마다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 중에 오랜만에 모교에 활력을 넣어준 선수들이 있었다. KB스타즈와 하나은행으로 향한 김민경과 이은서 법성고 3학년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2라운드 4, 5순위로 지명됐다. 올 시즌 법성고는 5명의 선수로 대회에 나섰는데 3학년 두 선수가 모두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언제나 관심 밖에 있던 팀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
드래프트 하루 전, 당연히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김민경(183cm, C)은 "기대와 걱정 속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내일 어떻게 될까,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새 마음속으로 드래프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은서(173cm, G) 또한 "머릿속으로 계속 드래프트를 그려봤다.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잠에 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불리기 바라는 현장. 14명의 선수 중 10, 11번째로 불린 이들이다.
앞서 뽑힌 김민경은 "'아직 내가 꿈 속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밖에 안 났다. 소감을 전하고 내려올 때 은서 언니 이름이 불렸다. 내가 뽑힐 때보다 더 행복했다. 은서 언니랑 서로 많이 믿고 의지해왔기에 더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은서는 "내 이름이 불리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다. 혹시나 준비했던 소감도 다 잊었다. 한편으로 내가 이뤄낸 것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관중석에서 응원해 준 분들, 특히 남인영 코치님이 떠올랐다"고 아직도 생생한 지명 순간을 전했다.
김민경을 호명한 KB 김완수 감독은 "트라이아웃 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봤다. 정미란 코치와 오정현 코치 그리고 김무성 전력분석 또한 그동안 지켜본 선수였고 간절하고 절실한 선수에게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 또한 이은서에 대해 "정선민 수석 코치와 함께 고교 대회를 간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현장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기에 정 코치와 전력분석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두 사람이 여기저기 정말 많이 알아본 선수"라며 "미래, 장래가 있는 선수라 들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
| ▲KB 김완수 감독과 김민경 |
![]() |
|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과 이은서 |
이은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농구를 시작했다. 3년 동안 얼마만큼 성장할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꿈은 크게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 농구를 시작하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가졌다"며 김민경은 "프로 목표보다 그저 재밌는 걸 하고 싶어서 농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와 기회가 주어진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를 지도한 법성고 남인영 코치는 "은서는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한번 알려준 것을 계속한 선수다. 기본기를 익힐 때 지루하거나 싫증 낼 수 있는데 1학년 때 코트 한편에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기본기 연습을 하는 근성을 보여줬다"며 "민경이는 부지런함과 악착같은 모습이 있다. 신장이 크지만 그렇게 느린 선수는 아니다. 두 제자를 모두 좋게 봐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남인영 코치와 두 선수의 만남은 특별하다. 늘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학교기에 남 코치는 여기저기 키 큰 선수를 찾아 나섰다. 제주도에서 김민경, 완도에서 이은서를 찾아 데려왔다.
김민경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코치님을 만났다. 솔직히 법성고가 어디 있는지 몰라 바로 거절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계속 학교가 어떤 곳인지 보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부모님과 우선 보고만 오자고 해서 갔는데 학교는 물론이고 선생님과 언니들이 정말 좋았다. 촌이라고 해서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법성고 농구부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 |
| ▲법성고 3학년 김민경, 제50회 협회장기 영광대회 당시 모습 |
배구를 즐기던 이은서는 "다니던 금일중학교에 남인영 코치님이 찾아왔다. 농구를 권유했고 부모님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바로 농구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첫 만남을 이야기했다.
법성고의 지원과 환경은 전국 최우수 중 하나다. 하지만 부족한 선수, 관심 밖의 팀으로 대회에서 늘 외로운 팀 중 하나였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농구라는 이유로 고향을 떠나 영광으로 온 두 소녀는 극복할 수 있었다.
김민경은 "1학년부터 지금까지 늘 선수가 6명이 넘은 적이 거의 없었다. 대회도 많이 나가지 못했다. 우리를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적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고 중요했다"며 "법성에서 보낸 3년이란 시간이 전부 좋았다. 모든 순간이 내게 하나의 드라마 같았다. 법성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행복한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고 법성 생활을 이야기했다.
이은서는 "부모님과 오래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 또 처음 농구를 시작한 만큼 기본기도 기술도 없어서 혼자 기본기 연습하는 시간이 힘들었다. 언니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걱정한 시간도 많았다"며 "프로 오프 시즌에는 (이)명관 언니가 학교를 찾아 같이 운동하고 맛있는 것도 사줬다. 그때마다 언니가 2대2, 3대3 훈련을 함께했다. 한번은 내가 돌파하는 과정에서 언니 얼굴을 팔꿈치로 때린 적이 있는데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 계속 있다. 언니한테 죄송하다고 또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WKBL에서 이명관은 법성고 출신으로 학교 이름을 알렸다. 이후 6년 만에 그의 두 후배가 프로에 진출하며 학교를 알렸다. 당연히 이명관은 이들의 롤모델이자 사랑하는 언니다.
![]() |
| ▲이명관(뒷줄 왼쪽 두 번째)과 법성고 선수들 |
![]() |
| ▲오프시즌 WKBL 선수들과 법성고 선수들이 함께 |
김민경은 "프로의 꿈을 가지게 해준 정말 특별한 선배다. 첫 프로 경기도 명관 언니의 경기였다. 언니의 활약을 보면서 '나도 저기서 언니랑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다.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모습이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드래프트 이후 언니가 바로 축하한다고 연락했다. 힘든 점과 극복하는 법 등 정말 현실적인 조언을 언제나 많이 해준 자랑스러운 선배이자 언니"라고 자랑했다.
끝으로 다시 한번 주변에 감사함을 전했다.
먼저 김민경은 "KB스타즈 구단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운동뿐 아니라 멘탈까지 잡아준 남인영 코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또 전남에서 농구할 수 있도록 항상 편의와 힘써준 전남농구협회 김민승 전무이사님께도 감사하다. 학교 선생님들도 늘 응원과 지도에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게 많은 분 덕분에 드래프트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선수가 되겠다"며 "후배들도 기대해도 좋은 선물을 챙겨줄 계획이다. 프로에서 건강히 한 시즌 마친 후 멋지게 후배들 앞에 찾아가 응원하고 격려하는 선배가 되겠다. 농구뿐 아니라 마음가짐, 태도 등 항상 발전하는 정말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 앞으로 팬들과 응원하는 모든 분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했다.
![]() |
| ▲법성고 이은성, 제50회 협회장기 영광대회 당시 모습 |
이은서는 "많은 하나은행 구단 관계자에게 감사하다. 또 키워주신 부모님과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를 꺼내준 남인영 코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를 항상 응원하고 격려해준 학교 선생님, 전남농구협회 김민승 전무이사님께도 감사하다. 농구부 선배님과 후배들에게도 감사하고 우건영, 우무영, 정민교 선생님과 스킬트레이닝 안재욱, 옥범준 코치님께도 감사하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이름과 학교를 더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더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하겠다. 기대하고 응원해 주는 분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도록 끝까지 승부하는 선수가 되도록 약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드래프트가 끝난 지 일주일이 가까워 오지만 법성고와 영광군 그리고 전남 농구계는 여전히 두 선수가 전해준 기쁜 소식으로 축제 분위기다. 빛이 있어야 비로소 보이듯,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두 선수를 드러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애써왔다. 어른들의 관심과 응원이 어린 선수들에게 향했기에, 결국 프로 관계자들의 눈에도 그들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_점프볼 DB(정수정 인터넷기자), WKBL, 선수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