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시] ‘47.4% 노력형 슈터’ 경희대 신은찬 “약점도 장점으로 바꾸겠습니다"

황혜림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9 14: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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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황혜림 인터넷기자] 수능 점수 대신 오직 농구 실력으로 대학 문을 두드린 신입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간.

바로 '대학농구능력시험(대농시)'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한 정답을 채워 나갈 루키들의 성장 기록을 들여다본다. 그 여덟 번째 성적표의 주인공은 '경희대 신은찬(186cm, F)'이다.

 


#소년로그

신은찬이 어린 시절 처음 손에 쥔 공은 농구공이 아닌 축구공이었다. 하지만 소년에게 진짜 스포츠의 희열과 즐거움을 일깨워준 것은 단연 농구였다. 다섯 명의 선수가 코트 위를 쉴 새 없이 질주하며 연쇄적으로 점수를 내고,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틀어막는 농구만의 매력이 그의 ‘도파민’을 깨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농구를 시작했어요. 원래는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소질이 아주 있진 않았거든요(웃음). 그러다 키가 크니까 주변에서 농구나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따라간 게 계기가 됐죠. 농구는 축구와 달리 점수도 많이 나고, 인원도 훨씬 적다 보니까 제가 공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신은찬은 매산초-삼일중-삼일고로 이어지는 연계 학교로의 진학을 포기하고 홍대부중으로 전학을 감행했다. 소년의 다소 특이한 선택의 배경에는 당시 홍대부고 에이스였던 박무빈을 향한 뜨거운 동경이 있었다.

"클러치 상황에서 감독님도, 선수들도 무빈이 형을 믿고 맡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정말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는 모습, 그리고 되고 싶은 모습이 당시 무빈이 형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형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농구를 시작했을 때 무빈이 형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때 홍대부고 성적이 정말 좋았어요. 그 후에 고대에서도 잘하는 거 보고 지금까지도 동경하고 있어요."

 

시간이 흘러 이제는 같은 '홍대부고 동문'이자 어엿한 농구계 선후배가 된 지금, 신은찬은 여전히 어릴 적 우상에게 직접 다가가 조언을 구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홍대부고 오시거나 할 때마다 일부러 가서 농구적인 거 물어보고 그랬어요. 형이 진짜 잘 알려줘요. 홍대부고 올 때마다 햄버거 같은 것도 잔뜩 사와주셨어요."

 

한결같이 박무빈을 닮고 싶다 말하던 소년은 그의 뒤를 좇아 대학 무대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신은찬은 초등학교 시절 인터뷰에서 스스로 "슛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던 선수였다. 그러나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그는 동년배 중 최고 수준의 슈팅 능력을 가진 슈터로 성장해 있었다. 이 극적인 전환점의 시작은 의외로 단순했다.


"솔직히 중학교 때도 슛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기회를 많이 받아 슛을 많이 던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늘었죠. 모영훈 선생님께 스킬도 배우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요.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형들과 경기하면 잘하던 돌파도 통하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슛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슈팅 훈련에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무릎이 조금 앞으로 나간다거나 하는 사소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잡아주셨어요. 배울수록 동작을 더 잘 체득할 수 있었죠. 슈터가 코트 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무작정 외워서 따라 하기보다는 원리를 이해하고 몸에 익힌 게 제게는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홍대부고 시절, 이무진 코치는 신은찬을 "농구밖에 모른다. 새벽에 항상 운동하는 선수다. 정말 다른 일을 하나도 안 하고 농구만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은찬은 자신이 사랑하는 농구에 노력을 쏟아붓는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선수였다. 지독했던 새벽 훈련은 스스로의 성장에 떳떳하기 위해 매일 지켜온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새벽 운동도 하루도 빼지 않고 했어요. (정)현진이랑 학교 앞에 방을 잡아서 살았어요. 새벽운동을 하고 수업을 갔어요. 드리블이랑 슛 위주로 훈련을 했는데, 제가 워낙 수비가 느려서 코치님이 제안주신 줄넘기를 엄청 했어요(웃음)."

그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 빛을 발한 순간이 있었다. 신은찬은 고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24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 무룡고전을 꼽았다. 당시 그는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려 30득점을 폭발시켰고, 그중 24점을 외곽포(3점슛 8개)로만 채우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가 이 경기를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단지 득점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선배들의 졸업 후 자신이 이끌어갈 농구를 미리 체험했다.


"2학년 왕중왕전 때, (손)유찬이 형이랑 (박)정웅이 형이 다 국가대표로 빠져서 3학년이 (손)승준이 형 한 명밖에 없었어요. 예선 통과만 해도 선방한 대회라고 생각했는데, 8강에서 무룡고를 만나서 마지막에 2점을 뒤질 때 3점슛을 넣어서 이겼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24년 당시 박정웅과 손유찬이라는 든든한 3학년 선배들이 있을 때는 신은찬이 코트 전체를 리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었다. 하지만 선배들이 졸업한 이후, 그에게는 '메인 리딩과 경기 운영'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신은찬은 이 갑작스러운 부담감마저도 자신의 한계를 깨는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상대방이 압박 수비를 붙을 때 아무래도 가드를 봤던 적이 없었다 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원래는 슛만 쐈는데, 이것저것 다 해보니까 되게 재미있게 농구했어요."

신은찬이 이끈 홍대부고는 신은찬을 비롯한 '새벽 훈련조'가 3학년에 오른 지난해 한때 성적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5월 연맹 회장기를 16강 탈락으로 마무리하고 코치님께서 많이 편찮으셨어요. 코치님이 안 계시는 상태로 치른 경기에서 원래 30점씩 이기던 팀과 붙어도 자꾸만 졌어요. 코치님께서 몸이 편찮으신데도 어떻게든 체육관에 나오셔서 저희 훈련을 지켜보실 정도였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끼리 더 집중해서 훈련하자고 다짐했고, 새벽 훈련도 꾸준히 나갔죠.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당시 저희보다 전력이 좋다고 평가받던 배재고도 이길 수 있었어요. 종별선수권 때는 코치님이 돌아오셔서 8강에 올랐고, 추계연맹전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어요."


#대학로그

고교 무대에서 신은찬은 볼을 직접 운반하고 패스를 찔러 넣는 것은 물론, 필요할 때는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았다. 하지만 대학 무대에서는 역할 변화가 불가피했다. 볼 점유를 줄이고 팀 공격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며, 오픈 찬스에서 슛을 꽂아 넣는 전문 슈터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현국 감독님께서는 한 선수가 드리블을 오래 가져가는 농구보다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볼을 공유하는 농구를 추구하세요. 그래서 저도 고등학교 때처럼 볼을 오래 소유하기보다는 팀원들과 함께 볼을 돌리다가 찬스가 났을 때 받아서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볼 없는 움직임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신은찬은 올해 신입생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고 있다. 비록 아직은 고쳐나갈 게 많은 새내기지만,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승부처를 맡길 수 있는 '해결사 슈터'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팀의 든든한 신뢰를 뜻하는 증거이자, 신은찬이 어린 시절 박무빈을 보며 꿈꿔왔던 자신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주문받고 있을까?


"돌아 나와서 센터 스크린을 받고 슛을 쏘는 것처럼, 진짜 딱 슈터만의 움직임을 많이 주문하시는 것 같아요. 스크린을 이용하는 움직임과 드리블 없이 간결하게 슈팅을 올라가는 플레이를 많이 주문하셨어요."


선배들과의 호흡도 그의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보통 교체되면 (임)성채 형이랑 (배)현식이 형의 백업으로 많이 들어가요. 성채 형은 저랑 똑같이 슈터여서 초반에 슛 없는 움직임을 많이 알려줬고, 자신있게 쏘라고도 많이 격려해줘요. 현식이 형은 수비를 잘 해야 코트에 많이 설 수 있다고 해주시면서,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주세요."


포지션과 역할의 변화뿐만 아니라, 고교 무대와 대학 무대의 스케줄 차이에서 오는 피로감도 신입생이 넘어야 할 높은 벽이다.


"고등학교 때는 대회를 하나 치르고 나면 쉴 시간이 있었고, 또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대학 리그는 시즌 내내 경기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체력적으로 더 힘들고 쉴 시간도 부족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일정이 좀 빠듯하게 느껴져요."

변화가 있는 한편, 그대로인 것도 있다. 그는 자신을 채우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대학에서도 이어나가고 있다. 고교 시절 매일같이 출석 도장을 찍던 자율 훈련을 이제는 경희대 동기 및 선배들과 함께 이어가고 있다.

"형들도 그렇고, 워낙 다같이 나가는 분위기여서 오전에 수업 없는 사람들은 다 운동하고 있고, 야간에도 9시에 단체 훈련 끝나고 또 따로 각자 훈련을 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자연스럽게 따라서 한 시간 정도씩 더 운동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 9위로 마쳤던 경희대는 올 시즌 3위에 올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신은찬은 그 상승의 배경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원팀 농구를 하는 게 가장 큰 거 같아요. 감독님, 코치님도 다른 것보다 이기적인 플레이가 나올 때 지적을 가장 많이 하세요. 다 같이 한마음이어야지 팀 농구가 잘 풀리잖아요. 지금 딱 그런 거 같아요."

#대학농구능력시험
신은찬이 스스로 매긴 대학농구능력시험 등급표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외곽(1등급)과 수비(5등급)였다.


홍대부고 시절부터 동년배 중 정상급 슈터로 평가받은 신은찬은 대학 무대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손끝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1'이라는 당당한 숫자로 기록됐다. 특히 그는 연세대와의 경기에서 3점포 두 방을 적중, 대학 무대에서 슈터로서의 신고식을 치렀다.

"그날 코트에 들어간 모두가 다 잘했어요. 연세대 잡으려고 다들 3주 전부터 외박도 안 나가고 연세대전만 준비했어요. 노력의 결과로 얻은 승리였죠. 첫 슛이 들어갔을 때 와이드 오픈 찬스였는데, 그게 들어가니까 자신감 얻어서 두 번째 슛도 넣을 수 있었어요."


이번 시즌 신은찬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7.4%로, 경희대 팀 내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정규리그 10경기 중 성균관대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출전해 기록한 수치이기에, 슈터로서의 자질을 평가할 표본의 신뢰도 역시 매우 높다. 그의 주무기인 3점슛은 대학 무대에서도 유효성을 입증했다.

반면, 농구를 시작한 이래 늘 발목을 잡았던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 항목에는 냉정하게 5등급을 매겼다.


"순간적으로 따라가는 건 빠른데, 꾸준히 따라가는 사이드 스텝이 좀 느린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는 제가 자꾸 한눈 팔아서 놓치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형들보다 사이즈도 좀 작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농구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적받은 게 수비여서 수비가 가장 아쉬워요. 팀 수비에서 구멍을 낸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1대1 수비를 잘 못 따라가요."


고치기 힘든 치명적인 약점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약점은 신은찬이 대학 농구계에서 '짠물 수비'와 압박 압박 수비로 정평이 난 경희대학교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부족한 부분을 기어코 노력으로 메워 장점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그의 열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감독님이랑 김민구 코치님께서 수비를 정말 잘 가르치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두 분께 수비를 배우고 싶어서 경희대학교에 오게 됐습니다."
 

"경희대 수비가 서로서로 많이 도와주는 유기적인 수비인데, 저도 다른 선수 도와주려고 신경 곤두세운 상태로 막고, 연습 게임 때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해서 뛰고 있어요. 어떻게든 보완하고 싶어요."


#일상로그

시험기간에도 정규경기를 병행 중인 새내기 신은찬은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 운동 시간표에 모든 일정을 맞추다 보니, 다소 엉뚱하고 생소한 교양 과목 강의실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기초 중국어>랑, <빅뱅에서 문명까지>라는 교양 수업을 들어요. 나머지는 거의 다 실기 수업이에요. 오전 운동이랑 오후 운동 전에 수업 들으려고 그 시간대에 있는 수업을 아무거나 신청했어요. 중간고사는 적당히 아는 거 쓰고 나왔는데, 기말고사는 아직 공부 중이에요.(웃음)"


"대학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은 배구부, 핸드볼, 축구부 이런 운동부랑 가장 많이 친해졌어요. 그리고 과잠이 최근에 나왔는데, 자주색 과잠이 마음에 들어요. 여름 다 돼서 받아서 한 번도 입어보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마음에 들어요."


경희대는 축제를 앞두로 치른 성균관대전에서 40분 내내 피 말리는 박빙의 승부 끝에 극적인 2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 극적인 승리 배경에는 선수단의 간절함을 자극한 '대학 축제 자유이용권'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숨어있었다.

"대학 로망 일순위는 무조건 축제였어요. 성균관대전 이기면 축제날 다 놀게 해주신다고 해서 형들이 진짜 이를 갈고 준비했어요. 덕분에 축제 공연을 엄청 앞에서 봤어요. 12시까지 기숙사에 들어가기는 해야 해서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재밌었어요." 


누군가의 뒤를 좇던 소년은 이제 경희대 외곽을 책임지는 핵심 자원으로 성장했다. 새벽을 깨우는 꾸준한 노력으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온 그는, 승부처마다 동료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받는 슈터를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코트 위에서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_점프볼 DB, 신은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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