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이채형, 공격력 겸비한 신명호로 성장?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9-01 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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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이하(U-18) 남자농구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대표팀은 지난 28일 막을 내린 제26회 국제농구연맹(FIBA) U-18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서 일본을 77대73으로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대회 이후 22년 만의 아시아선수권 정상 등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대표팀이 우승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않았다. 짧은 훈련기간은 차치하고라도 높이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이유가 컸다. 신장과 기량을 겸비한 주전급 빅맨은 사실상 유민수(201㎝) 한명 뿐이었는데 사실상 그 역시 정통 센터와는 거리가 있었다. 유민수는 소속팀 청주신흥고와 대표팀에서 빅맨을 소화하고있지만 이는 팀사정상 어쩔 수 없었을뿐 최종 목표는 전천후 장신포워드다. 실제로 롤모델 역시 송교창이다.


이러한 높이의 약점을 상쇄시켜준 것은 가드진의 대활약이다. 대표팀은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서는 9개팀중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주영(18‧삼일상고‧180cm), 이채형(18‧용산고‧185cm), 강성욱(18·제물포고‧185cm)등의 가드진을 앞세워 스틸(1위), 어시스트(2위), 최소 실책(1위) 등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특히 이주영은 내외곽을 가리지않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앞세워(평균 23.2득점)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강동희 전 원주 DB 감독의 장남으로 유명한 강성욱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등에서 고르게 활약하며 팔방미남으로서의 명성을 또다시 입증했다.


’신스틸러‘ 이채형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대표팀이 가장 빛난 부분은 수비다. 이주영, 이채형, 강성욱이 앞선을 책임지며 완성도 높은 3-2 드롭존을 펼쳐보였는데 평균 19개의 스틸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상대팀 안방 살림을 탈탈 털어먹었다.


이채형은 대회 내내 1등 ‘대도(大盜)’로 악명을 떨쳤다. 그가 기록한 평균 6.6스틸은 일본 토도로키 루이의 3.6스틸(2위)과 비교해보면 새삼 위엄이 느껴진다. 대인수비는 물론 도움수비도 능숙하게 잘해내며 고교 최고의 앞선 수비수라는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선수시절 빼어난 수비수로 이름높았던 부친(이훈재 남자농구 대표팀 코치)을 소환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외려 이대로만 성장해준다면 부친을 넘어 역대급 수비수로서의 도약까지 가능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채형의 수비수로서의 재능을 신명호 전주 KCC 코치와 비교하기도 한다. 신코치는 프로농구 역대 가드중 최고 수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던 인물이다. 고질적인 슈팅 약점으로인해 말미암아 시즌이 거듭될수록 저평가받고 말았지만 수비력하나만큼은 ‘최고 중의 최고’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KCC의 챔피언결정전 2회 우승에 공헌했고 수비 5걸에도 3회나 선정됐다. 최하급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수비 하나로 프로무대에서 나름대로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더욱 대단하다. 한창때 신명호의 수비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워, 스피드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탑클래스 공격수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패스가 나가는 길목 등을 캐치하는 능력도 탁월하며 움직임을 간파하고 차단하는 이른바 예측 수비에도 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끈질긴 수비를 펼치기 때문에 상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힘과 스피드 모두 뒤지지 않고, 수비 센스마저 좋아 한번 걸려들게 되면 그야말로 늪에 빠진 기분을 맛보게 된다. MVP에 선정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주희정 역시 가장 힘든 맞상대로 신명호를 꼽았을 정도다. 상대팀 토종 에이스는 물론 어지간한 단신 외국인선수까지 수비가 가능했던지라 그가 코트에 나서면 양 팀의 전술까지 바뀔 만큼 영향력이 대단했다.


신명호의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맡은 상대를 꽁꽁 묶는 것도 모자라 동료가 막아야할 선수에게까지 도움 수비를 들어가는데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다. 매치업에서 동료가 밀리거나, 혹은 뚫렸다 싶은 순간에는 여지없이 협력수비를 들어가며 팀 디펜스의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허재 전 감독의 첫 우승 시절 KCC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하승진의 높이가 아닌 신명호를 중심으로 강병현, 임재현 등이 펼쳐내는 앞선의 ‘질식수비’였다. 상대팀에서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신명호에게 노골적으로 거친 몸싸움을 펼치며 신경전을 벌였을 정도다. 역대로 수비수가 그러한 견제를 받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더티한 수비가 아닌 힘대 힘, 기동력대 기동력으로 상대를 락다운시켰다는 점에서 더더욱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아직 고교생이기는하지만 이채형의 수비를 보고있노라면 신명호가 연상된다는 의견도 많다. 한창때 신명호가 그랬듯 파워, 기동성에서 어지간한 에이스급에 꿇리지않으며 엄청난 활동량에 더해 끊임없는 손질을 통해 상대의 공을 빼앗아내는 스틸능력이 발군이다. 이채형을 수비수로 두고 드리블이 길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거미손이 날아든다. 늘 공에 시선을 집중하고있는지라 어설픈 패스는 중간에서 잘라먹기 일쑤다. 도움수비 능력 역시 갈수록 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해 신명호 코치는 “이번 U-18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에서의 활약상은 잘봤다. 현재도 잘하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 수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쑥스럽다. 현역시절 나와 달리 이채형은 수비에 더해 다른 능력치들도 높은만큼 훨씬 큰 선수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코치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채형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단순히 수비만 극강인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5경기 평균 11.2득점, 4.8리바운드, 5.8어시스트, 6.6스틸을 기록하고 베스트5에 뽑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득점력과 패싱능력까지 겸비했다. 조별 예선 첫 경기 인도전에서 13점, 10리바운드, 10스틸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고 중국전에서는 10득점, 10스틸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의 고른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허재 전 감독은 신코치에 대해 “외곽슛만 갖춘다면 5억 원짜리 선수다”는 말로 극강의 수비를 더욱 빛나게해줄 공격력 부재에 대해 아쉬워한 바 있다. 만약 신코치가 어느 정도 슛능력까지 갖췄더라면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자원으로 쓰였을 것이 분명하다. 업그레이드 신명호로 기대되는 이채형이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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