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농구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골밑이 부실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외곽농구, 스페이싱이 대세로 떠오르고는 있기는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격 한정이다. 림에서 가장 가까운 골밑이 털리면 답이 없다. 포스트 인근에 최소한의 수비적 안정성이 더해져야 만이 다른 플레이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아시아 농구가 미국, 유럽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곹밑에서 밀리는 것도 큰 원인 중 하나다. 포스트에서만이라도 대등하게 싸움을 가져간다면 격차를 확 줄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인종의 차이를 운운하기에는 슬픈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신체 능력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 빅맨들은 흑인들처럼 탄력과 스피드가 좋지도 백인처럼 힘이 세지도 않다.
기술의 차이도 있겠으나 일단 신체 능력에서부터 크게 밀려버리니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장에서라도 앞서가야겠지만 이 부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나라건 빅맨을 볼만한 장신자들은 지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선수 없었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현재 열리고 있는 아시아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활약이 눈부시다. 여준석, 이정현의 부상 악재 속에서도 이현중, 유기상 등의 외곽슛을 앞세운 '양궁 농구'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골밑 기둥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간 대표팀은 서장훈, 김주성, 오세근, 김종규 등 시기별로 좋은 빅맨들이 나와 포스트를 지켜줬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김종규가 여전히 뛰어주고 있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예전 같지 않다. 하윤기 또한 부상 여파 등으로 경기력이 썩 좋지 못하다. 골밑 전력 약화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보다는 수비가 잘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빅윙 이현중(25·201cm)을 중심으로 선수 전원이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등 에너지 레벨 높은 경기 스타일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빼놓을 수 없는 공신이 있으니 다름아닌 이승현이다.

이승현은 언더사이즈 빅맨이다. 장신 가드, 빅윙이 늘어가는 추세에서 195cm의 신장으로 빅맨을 보기는 여러모로 어렵다. 당장 KBL만봐도 이승현보다 키가 크거나 비슷한 사이즈의 가드, 스윙맨 자원이 적지 않다. 빅맨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승현보다 작은 4~5번 자원이 있을까 싶다.
사실 이승현은 신장만 놓고 봤을 때는 스몰포워드가 적절하다. 하지만 프로 입성 전부터 포스트에서 활약해왔고 발도 빠른 편이 아닌지라 쭉 4번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아주 잘해주고 있다. 본인보다 한참 큰 토종 빅맨들은 물론 외국인선수 수비까지 맡아왔다. 공격은 미드레인지나 3점슛 등 간간이 쏘는 슈팅 위주의 단순한 스타일이지만 스크린플레이, 몸싸움, 리바운드 경합 등 수비시에는 온몸을 불태우는 유형이다. 워낙 센스가 좋고 부지런한지라 발이 빠르지 않음에도 수비폭이 넓다.
이승현은 대학 시절만 해도 공격시 저돌적으로 림어택을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슈팅 위주로 공격 옵션을 간소화시킨 것은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다. 워낙 몸을 아끼지 않고 플레이하는 유형상 공격에서까지 수비처럼 했다면 몸이 남아나질 않았을 공산이 크다.
이승현은 수비도 전투적으로 한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지라 격렬하게 싸울 수 밖에 없다. 신장은 크지 않아도 힘과 투지가 좋은지라 한참 큰 선수들을 상대로도 몸싸움 등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 신인 시절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려 하승진을 전담마크 한 적도 있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승현은 여전하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그이지만 필사적으로 곹밑에서 싸우고 또 싸우는 모습은 신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호주의 크고 힘센 선수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파이팅을 불살랐다. 김종규, 하윤기가 베스트가 아닌 상태에서 이승현마저 없었다면 대표팀은 골밑 수비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이승현은 김종규, 하윤기보다 더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가고 있다. 가정일뿐이지만 이승현이 이원석만큼 컷으면 어땠을까? 아마 대표팀은 역대급 센터를 보유했을 수도 있다. 언더사이즈 빅맨 이승현의 미친 존재감이 더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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