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쉽지만 값진 신슈에서의 2년
2021-2022시즌 양재민은 정규리그 43경기에 출전해 평균 13분 30초를 뛰며 3.8점 2.1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겼다. 불규칙한 출전 시간 속에서도 나갈 때마다 제 몫을 했다. 특히 2021년 12월 19일 시마네 수사누 매직과의 경기에서는 30분 45초 동안 26점 10리바운드로 맹활약, B.리그 커리어하이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손목 부상을 당해 한국으로 조기 귀국해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양재민은 개인 훈련에 매진하며 오프시즌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Q. 일본에서의 지난 두 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땠나요?
농구선수로서 첫 프로 커리어였잖아요. 한국인 최초로 B.리그에서 뛰었는데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기대한 것보다 출전 시간이 적었는데 아쉽진 않았나요?
첫 시즌에는 출전 시간이 너무 적어서 화도 나고, 분했어요. 지난 시즌에는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팀 전술이나 수비 이해도에 관련해서 많은 부분이 향상됐고, 또 배웠어요.
Q. 그래도 첫 시즌보다 한 단계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첫 시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비자 발급이 늦어져서 팀에 뒤늦게 합류했어요. B.리그는 오프시즌 훈련을 치르면서 팀 시스템을 이해해야 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신인 선수들도 잘 안 뽑더라고요. 팀에 늦게 합류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2년차에 팀 시스템을 이해한 거죠. (마이클 카즈히사) 감독님이 원하시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들을 파악하니까 플레이가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전 몇 경기부터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출전시간이 조금씩 늘어났어요. 그러다보니 신체 리듬이 많이 잡혔고, 자신감도 생겼죠. 공격에서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제가 공격에 장점이 있는 걸 아시니까 패턴을 불러주셨고 그게 잘 통했어요. 당시 팀이 8연패 중이어서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 져서 아쉬웠어요. 승리했다면 분명 팀에 영향이 컸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Q. 시즌 중반 B.리그 아시아 올스타에 선발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올스타게임이 취소돼서 아쉽지 않았나요?
올스타게임이라는 무대를 너무 뛰어보고 싶었어요. 올스타게임이 열릴 예정이었던 오키나와 아레나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NBA식으로 지어진 체육관이거든요. 그런 곳에서 열리는 올스타게임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돼서 기뻤는데 2, 3일 전에 취소가 됐어요. 정말 아쉬웠죠.
Q. 시즌 막판 손목 부상을 당해서 귀국하게 됐는데요.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3월 26일 류큐 골든 킹스와의 경기였어요. 4쿼터에 저희 팀 외국선수들이 모두 5반칙 퇴장을 당해서 외국선수와 매치업 하면서 뛰었는데 예상외로 잘 버텼고, 2차 연장까지 간 거예요. 의욕 넘치게 뛰다가 예전에 (수원) KT에서 활약했던 앨런 더햄과 부딪쳐서 오른 손목이 꺾였어요. 설상가상으로 동료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서 부상 부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조기 귀국을 선택했는데 시즌 마무리를 동료들과 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현재 손목 상태는 완쾌돼서 훈련하는데 전혀 문제없어요.
Q.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매년 오프시즌 한국에 오는 이유가 개인훈련을 위해서예요. 꾸준히 스킬 트레이닝 받으면서 몸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요즘은 친구들 만나는 것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Q. 또래 선수들과 그룹으로 스킬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는데 직접 주도한 건가요?
제가 스킬 트레이닝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받았어요. 항상 혼자 훈련해야 되는 시기가 오면 ‘스킬 팩토리’를 찾아가서 스킬 트레이닝을 받았죠. 근데 매번 혼자 하다보면 한계가 있고, 지루해지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스킬팩토리 박대남 대표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긍정적인 대답을 주셔서 제가 직접 친구들을 모았어요. 그 결과 이정현(데이원), 신민석, 김동준(이상 현대모비스), 신승민(가스공사), 이준희(DB)까지 그룹으로 스킬 트레이닝을 받게 됐어요.

KBL 경기를 직접 가서 본 게 5년 만인 것 같아요. 대학 동기들이나 과거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KBL에서 활약하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컸어요.
Q. B.리그와 KBL의 차이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B.리그는 외국선수가 각 팀에 3명씩 있고, 혼혈선수가 정말 많아요. 그래서 박진감 넘치는 골밑 플레이가 많죠. 확실히 골밑에서는 B.리그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KBL은 국내선수들이 중심이 돼서 하는 플레이가 많더라고요. 국내선수들의 활동량이나 공격력이 굉장히 좋아보였어요.
Q. 우츠노미야와 류큐의 B.리그 챔피언결정전 해설을 하기도 했는데요. 해설을 해보니 어떤가요?
두 팀과 오프시즌에 연습경기도 하고, 시즌 때도 맞붙어본 적이 있어서 선수들 개개인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요. 기회가 와서 좋은 기자님들과 함께 해설을 할 수 있어서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제가 선수들을 평가할 위치는 아니지만 워낙 경기 보면서 말하는 걸 좋아해서 정말 재밌었어요.
우츠노미야는 기회의 팀
양재민과 계약한 우츠노미야는 지난 시즌 B.리그 챔피언이다. 정규리그에서 40승 16패로 B.리그 전체 6위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류큐를 2연승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대표 선수로는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에이스 히에지마 마코토와 일본 최초의 NBA리거 타부세 유타가 있다. 또한 우츠노미야는 새 시즌 B.리그 대표로 동아시아 슈퍼리그에 출전한다. 따라서 양재민은 우츠노미야 소속으로 한국을 찾아 안양 KGC 또는 서울 SK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Q. B.리그 우승팀 우츠노미야로 가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리그 우승팀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와서 너무 영광이었어요. 36개 팀 중에 1등인 팀이 저를 선택한 거잖아요. 2시즌 동안 신슈에서 뛰면서 저런 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 근데 에이전트한테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죠.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솔직하게 KBL 신인 드래프트에 나가려고 했어요. 제 동기들이 KBL에서 뛰는 걸 보니까 심적으로 흔들리더라고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B.리그 FA 시장이 열리니까 생각 이상으로 저를 좋게 봐주더라고요. 가족들과 2주 동안 밤새면서 고민을 했어요. 그 결과 지금 한국에 돌아가는 것보다 제 가치를 인정해주고, 좋은 대우를 해주는 팀에 가서 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를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던 것 같아요.
Q. 굉장히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아는데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았나요?
시즌 끝나기 전부터 4팀에서 관심이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러나 그 때는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니까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간 건 아니었죠. 근데 시즌이 끝나고도 구체적인 금액과 조건을 제시한 팀이 꽤 있었어요. 처음에는 한국에 가려고 했는데 우츠노미야도 경쟁에 합류하면서 제 몸값이 예상외로 엄청 뛴 거예요. 그러던 중 군대에 있는 형(양재혁)이 전화를 해서 “네가 견뎌온 시간들이 있는데 그걸 인정해주고, 대우해주는 팀이 있다는 건 너무 좋은 상황이다. 지금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0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좋은 대우받으면서 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저에게는 가족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는데 형이 그렇게 말을 해줘서 일본에 잔류하게 됐어요.
Q. 그렇다면 우츠노미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슈나 영입 제의가 왔던 다른 팀들도 너무 좋지만 우츠노미야는 B.리그에서 명문 중에 명문이에요. 아시아에서도 인정받는 팀이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경쟁하다보면 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계약 전 우츠노미야 감독과 직접 통화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에 감독님께서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영어를 조금 하실 줄 아는데 저와 통화하기 위해 멘트를 준비하셨어요. 저에게 “지금 위치보다 높은 곳으로 가야하는 선수다. 예전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너를 지켜봤다 네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알고 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단순히 말뿐일지 몰라도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주시니 더 믿음이 갔어요.
Q. 생애 첫 FA였는데 대형 계약을 통해 자존심을 세운 것 같은데요?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금액이었어요. 계약 후에 에이전트가 “신슈에서 보낸 2년이라는 시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15년 동안 에이전트를 하면서 그런 평가가 너에게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서 한국에 가지 않고 2년 동안 버틴 것만으로도 한 단계 성장한 거다. 그러니 이번 계약을 운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2년 동안 보상을 받은 거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았고, 마음의 짐을 덜어낸 것 같아서 편안해요.

너무 영광이죠. 그동안 한국 농구의 역사를 봤을 때 해외 프로팀 소속으로 KBL 팀과 공식 경기를 가진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첫 역사를 쓰게 된 거니까 기분 좋더라고요. 현재 한국에서 제 상황을 잘 모르시고 저에 대해 좋지 않게 평가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한테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제 열심히 할 일만 남은 것 같아요.
Q. 이번에 남자농구 대표팀이 세대교체가 됐는데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연령별 대표팀을 다 거쳐서 항사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스페인에서 생활할 때도 한국 농구선수라는 자부심을 잊지 않기 위해 방에 태극기를 붙여놨거든요. 이번에 대표팀이 세대교체가 되고, 제 또래 선수들이 뽑히는 걸 보면서 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잘한다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저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앞으로 양재민 선수를 보고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해외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 부분을 생각 했어요. 제가 이번에 한국에 돌아갔다면 ‘일본 가더니 잘 못하고 돌아왔네’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거예요. 하지만 우츠노미야와의 계약을 통해 대학교,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KBL만이 농구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어요. 야구나 축구는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꽤 많잖아요? 농구도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유망주 선수들이 B.리그와 KBL의 수준을 따지기보다 프로선수로서 길이 많으니 도전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새 시즌 새로운 팀에서 뛰게 됐는데요.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매번 인터뷰 할 때마다 각오를 말하긴 하는데 저는 큰 목표보다 당장 앞에 놓여진 목표가 더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노력을 하는 거죠. 쉽게 말해 큰 목표보다 내가 세워놓은 하루 계획을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 일본 갈 때는 평균 몇 점을 넣고, 어떤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말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 그걸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큰 목표를 위해서 나아간다기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면 원하는 걸 다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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