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교통순경, 꼬이지 않으면 풀지 않아도 된다” 강을준 감독의 지도자론

민준구 / 기사승인 : 2020-08-11 18: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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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고양/민준구 기자] “내가 생각하는 감독은 교통순경과도 같다. 꼬이지 않으면 풀지 않아도 되니까.”

고양 오리온의 강을준 감독은 코트 위의 명언 제조기다. 위트 넘치는 언변 속에 뼈가 담겨 있다. 어쩌면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팬들이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긴 공백기 끝에 다시 코트로 돌아온 강을준 감독. 그에게는 9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의 농구가 새롭기만 하다. 그러나 시간은 그의 앞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위트를 잃지 않은 채 또 다른 세대와의 활발할 소통으로 오리온을 이끌고 있다.

11일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강을준 감독은 “처음 LG에서 프로팀 감독이 됐을 때는 굉장히 젊었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참 많은 부분이 다른 것 같다. 예전과 지금의 차이가 크다는 걸 모임에서만 이야기했을 뿐 현실을 지켜보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강을준 감독의 우려와는 달리 현재 오리온의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라 있다. 선수들은 하나 같이 “(강을준)감독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많은 부분을 배려해주시고 또 하나가 되려고 하신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 탓일까. 지난 10일, 오리온은 단 한 명의 열외자 없이 모든 선수들이 훈련에 참가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강을준 감독은 과연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무른 오리온의 분위기를 끌어올렸을까. 그는 소통이란 단어에 집중했다.

“항상 소통이라는 단어를 쓰곤 하지만 진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내 ‘아재개그’를 잘 받아줘서 고마운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게 소통의 전부는 아니다. 웃고 즐기면서 농구를 하는 것. 내가 바라는 소통은 즐거운 농구를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솔직한 말로 정말 많이 고민했다. 우리 첫째 아이가 자주 쓰는 단어를 잘 듣고 선수들과 이야기할 때 꺼내곤 한다. 또 지금 선수들은 참 정직한 걸 좋아한다.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는 정확하게 지적해야 하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즐거운 상황에서 농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내가 바라는 소통이다.”

그러나 강을준 감독이 바라는 즐거운 농구가 KBL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또 자칫 잘못하면 팀 기강이 무너질 수도 있는 문제가 된다. 결국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부분.

이에 대해 강을준 감독은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또 내가 추구하는 것을 팀에 녹이는 건 이상적이지만 현실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선수들이 즐겁고 편하게 농구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편하다는 게 놀자는 의미는 아니다. 감독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신이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을 때는 어떤 실수라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눈치를 보다가 자칫 자신감을 잃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확실히 지적할 생각이다. 우리는 눈치 보려고 농구를 하는 게 아니다. 이기기 위한 농구를 해야 한다. 팀을 위하고 또 본인들을 위한 일이다. 지금은 그런 농구를 하기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농구 철학에 대해 상세히 전한 강을준 감독은 끝으로 “감독은 교통순경과도 같다. 꼬일 때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꼬이지 않으면 풀지 않아도 된다. 선수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LG 시절, 잘하고 있는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준 것(엄지 척)처럼 자기들한테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이다(웃음). 이번 시즌에는 꼬이지 않고 두 손으로 엄지손가락만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 사진_점프볼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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