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KCC는 대대로 신인드래프트를 통한 빅맨 포지션 수급과는 인연이 적은 팀이었다. 가드, 스윙맨 등에서는 꾸준히 즉시 전력급 선수를 키워냈으나 골밑에서 활약해야 할 4, 5번 포지션에서는 유독 성과가 적었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37·221cm)을 앞세워 2차례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으나 그는 어느 팀에 뽑혔어도 건강만 보장된다면 중심 역할을 해줄 선수였다. 하승진을 제외한다면 평균 수준의 커리어를 남긴 빅맨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주전은 커녕 어느 정도 출장시간을 가져가며 로테이션을 돌만한 빅맨자원 조차 없었다. 그나마 강은식(39‧198cm) 정도가 있었지만 고질적인 부상으로 인해 활약 시기가 짧았다. 물론 거기에 대해 KCC 역시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팀내 취약점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고 꾸준히 자원을 수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하재필, 박세진, 곽동기 등을 지명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트레이드로 김진용, 최현민 등을 데려왔고 영입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김종규, 장재석 등 좋은 빅맨 자원이 시장에 나오면 대부분 참가했다. 그만큼 빅맨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윙맨 타입의 송창용이 상대 빅맨 수비를 하는 등 아쉬울 때가 많았다.
다가올 시즌에는 그런 걱정은 한시름 덜었다. 비시즌 FA 시장에서 많은 팀들의 주목을 받았던 국가대표 4번 자원 이승현(30‧197cm)을 얻었기 때문이다. 개인 기량에 더해 농구에 대한 마인드, 리더십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승현의 가세는 KCC 전포지션에 걸쳐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타일러 데이비스(25·208㎝), 라건아(33·199㎝) 또한 포스트 플레이 중심의 선수들인지라 전체적인 높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올라갔다는 평가다. 높이 농구에 정점을 찍어줄 송교창(26·201cm)이 군입대로 빠져있음에도 복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시즌 송교창의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준 김상규(33·201㎝)의 존재도 든든하다. 3.5번까지 가능한 유형으로 전형적인 빅맨과는 거리가 있지만 타고난 높이에 기동력까지 겸비하고 있는지라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런 가운데 KCC 골밑에 힘을 보태줄 선수로 성장 중인 젊은 피가 있으니 다름 아닌 서정현(24·199.7cm)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지명받은 그는 팀내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빅맨 기대주다. 주전급으로의 도약은 쉽지 않을지 몰라도 백업 멤버로서 어느 정도 시간을 책임져줄 만큼 쏠쏠한 활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승현의 뒤를 받쳐줄 수 있다면 장기레이스를 풀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KCC 팬들 사이에서는 ‘일단 시즌이 시작 되고 지켜보자’는 의견도 많다. 그간 KCC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다수 빅맨 유망주들이 백업은 커녕 전력 외로 전락해버린 사례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정현은 무릎부상으로 고생했던 전력이 있는지라 기동력 부분에 있어서 약점을 지적받고 있기도 하다. 어느 정도 상태로 시즌에 들어설지는 모를 일이지만 많이 뛰는 팀 컬러를 감안했을 때 불안한 구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정현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BQ에 있다.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가 좋고 작전 수행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팀플레이 자체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던 기존 빅맨 유망주들과는 다를 것이다는 의견이 많다. 이른바 센스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슛터치를 가지고 있어 미들슛은 물론 3점슛까지 가능하며 풋워크가 좋은지라 포스트업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적어도 공격시 가만히 놓아둘 선수는 아닌 것이다.

전력 외 취급받았던 기존 백업 빅맨들같은 경우 개인 기량을 떠나 이런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않아 쓰임새를 제대로 가져갈 수 없었다. 단순히 한사람 몫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떠나 전술적으로 녹아들지 못하면 혼자 겉돌게 되고 그로인해 삽시간에 팀플레이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전창진 감독이 지난 시즌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조차 백업 빅맨들을 코트로 내보내기 여의치 않았던 가장 큰 이유다.
현재 KCC입장에서는 빅맨진의 패싱플레이가 특히 중요해졌다. 지난 시즌 같은 경우 유현준, 이정현 등 앞선 가드진에서 공격 전개를 많이 시작했지만 다음 시즌에는 둘 다 팀에 없다. 새롭게 앞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김지완, 허웅은 물론 백업인 박경상, 이진욱 등도 리딩이 좋은 타입은 아니다. 결국 그러한 부분을 다른 포지션에서 나눠서 분담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팀플레이를 잘 이해하고 패싱게임이 가능한 서정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승현이 다재다능하다지만 체력적 부담과 부상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정현이 기대에 맞는 플레이를 일정 시간 동안 만이라도 소화해줄 수 있다면 KCC는 빅맨진의 스크린과 포스트 플레이를 중심으로 앞선 선수들의 적극적인 외곽슛, 컷인플레이 등을 주무기로 사용하는게 가능해진다. 파워의 데이비스, 기동력의 라건아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좀 더 잘 뽑아낼 수도 있다.
서정현은 경복고등학교 시절 하윤기에 이은 랭킹 2위의 빅맨으로 인정받았다. 비록 대학 진학후 잦은 부상과 탄탄한 선수층에 밀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서정현이 아쉬웠던 대학 시절을 딛고 KCC의 주요 빅맨 자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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