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즘 참 고민이 많아요” DB 주장이 된 고양이 집사(?) 이정현

홍성한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3 0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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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홍성한 기자] “고민이 많습니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게 된 이정현(38, 191cm)은 여러모로 고민 가득한 표정이었다. 주장부터 키우고 있는 고양이까지 모두 머릿속에 꽉 차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고민이 많아진다는 그를 7월 15일 원주에서 만나 어떤 사연인지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적 후 처음으로 팀 훈련 합류했는데 느낀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 양해 구하고 외부 재활하며 몸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선수들이 체력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것 같아요(웃음). 생각보다 다들 몸이 너무 좋고 파이팅도 넘치죠. 뭐랄까, 오랜만에 이렇게 열정적인 모습을 봐서 나도 동기 부여를 얻고 있어요. 그만큼 재밌는 훈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주성 감독이 오자마자 주장직을 건네셨어요. 예상하지 못하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제가 원주에서 뛰는 게 처음이잖아요.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애들을 잘 추스를 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죠. 그런데 감독님이 그만큼 저를 믿어주시고 그동안 제가 해왔던 것을 인정해 주시는 거라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데뷔 후 3번째 이적을 경험했습니다. 이번 FA에서 DB를 선택한 이유는요?

모르고 있었는데 FA(자유계약선수) 될 때마다 이적했더라고요(웃음). 전 안정적인 것보다는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지난 3년간 성적에 대한 갈등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DB는 2023-2024시즌 우승팀이었잖아요. 멤버 구성도 탄탄하죠. 좋은 선수들과 좋은 코치진 또 레전드 선수였던 김주성 감독님과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개인적으로도 봄 농구를 향한 갈망이 크셨을 것 같습니다. 워낙 우승의 맛을 잘 아시잖아요.
전 옛날부터 플레이오프는 항상 진출해야 한다는 주의였어요. 복합적인 이유로 최근에는 경험하지 못했죠. 제가 부족했던 부분도 당연히 있었고요. 남들이 플레이오프 하는 거 몇 번 보니까 너무 뛰고 싶더라고요(웃음).

이번 러브하우스 봉사활동에서 막내 김보배 선수와 한 조였다고 들었습니다. 어떠셨나요?
삼성에 있을 때 막내 (조)준희가 2004년생…. 17살 차이였습니다(웃음). 나이 차이 요새는 잘 신경 안 쓰려고 해요. 그런데 후배들은 또 다르겠죠? (김)보배랑 친하게 지내기 위해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보배도 잘 받아주더라고요. 재밌게 하고 왔어요. 

 


송창용 은퇴로 2010 드래프트 지명자 중 유일하게 남으셨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전혀 몰랐어요(웃음). 그때는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동기들 은퇴하는 거 보면 서글픈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다르게 말하면 제가 남아있는 건 그만큼 열심히 했고 아직도 경쟁력 있다는 뜻이니까 좋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단순히 기록만 놓고 본다면 슬럼프가 크게 없어 보이는데, 본인 생각은 다르시겠죠?
슬럼프…. 많았죠.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우선 삼성에서 보낸 3년 동안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나이가 있는 편인데 많은 걸 혼자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죠. 팀에 부상 선수도 워낙 많았었고요. 혼자 감당하기에는 좀 버거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제 혼자만의 슬럼프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익히 알려진 연속 경기 출전 기록(690경기), 어릴 때부터 잘 안 아팠나요?
어떻게 설명해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저도 아픈 데가 많거든요(웃음).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부모님이 좋은 몸을 주신 것 같아요. 데뷔했을 때만 해도 이런 기록 세울 거라는 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죠. 뛰다 보니 상징적인 기록이 됐는데 영광스러운 기록이고 꾸준히 했다는 증거니까 좋습니다.

농구 이야기 잠시 떠나 요즘 인삼신기(김태술, 박찬희,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의 대화 주제는 어떤 건가요?
최근에 미국에 있는 (양)희종이 형 빼고 다 같이 만났어요. 요즘은 뭐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지만 결국 농구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랑 (오)세근이는 현역이고 (김)태술이 형은 지도자를 했었고 이렇게 모이다 보니 다각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우리들만의 농구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 같아요.



요즘 빠진 취미가 있다면요?
사실 골프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너무 안 되더라고요. 저번에 허 형제(허웅, 허훈)들과 한번 치러 갔었는데 둘이 너무 잘 쳐 놀랐습니다. 그 이후로 전 골프채를 내려놨고요(웃음). 요즘엔 집사 역할 충실히 하면서 런닝에 빠져있습니다.

집사 역할이라고 하면 고양이 말씀하시는 거겠죠?
네 맞아요. 재작년에 친구 한 명이 어디 갈 데가 있어서 저한테 고양이 한 마리를 맡겼거든요. 그래서 하루 이틀 같이 있어 봤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때 빠져서 1년 동안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심하게 됐죠. 그 후 지금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눈에 바로 들어와서 데리고 왔어요.

그러면 원주로 같이 온 건가요?
그게 고민이에요. 원래 키우던 고양이에 더해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합사가 잘 이루어져야 하잖아요. 익숙한 환경이 아니니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DB 상징 초록색, 평소 즐겨 입으시나요?
사실 녹색 옷을 좋아하긴 해요. 기본적으로 이런 계열의 색깔을 좋아하죠. 그런데 이렇게 입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훈련복만 와서 처음 입어봤는데 적응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5월에 2025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농구선수 부문을 수상하셨더라고요. 어떠셨나요?

처음 연락받았을 때 왜 나지? 저 말고 작은 이정현(소노)인 줄 알았어요(웃음). 잘못 찾아온 거 아니냐고 계속 물어봤죠. 작정현이 대세인데 말이죠. 지난번에는 (허)웅이와 (허)훈이가 받았더라고요. 시상식에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저한테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어서 갔습니다. 여러 분야 사람 많이 만나고 재밌고 신기했습니다.



농구 이야기로 돌아와 성공한 농구선수 길을 걷고 계십니다.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요?
이 나이 돼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많은 선수를 봐왔는데 농구적으로 엄청 뛰어나야만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는 건 또 아니더라고요. 못 한다고 오래 못하는 것도 아니고요. 팀에서 뭘 요구하는지 잘 캐치하고 생각해 내야 해요.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게 본인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죠. 그런 선수들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한때 자격지심이 정말 심했거든요. 항상 뒤처져 있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 힘들었을 때도 있었죠. 사람들이 제가 타고난 줄만 아는데 전혀요. 전 타고난 게 진짜 없어요. 열심히 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성향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궁금한 건데 옛날 이정현의 롤모델은 누구였나요?
강혁 감독님과 최승태 코치님이요. 그 두 분을 많이 봤어요. 몸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농구를 알고 영리하게 한다고 해야 하나요? 팀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 보고 나도 저렇게 농구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보고 많이 느꼈던 선수를 꼽자면 태술이 형이에요. 같이 생활하면서 경기 운영과 관련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근데 요즘 선수들 다 워낙 잘하고 있어요. 저보다 깨어 있는 선수도 많더라고요. 일단 자기가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피지컬적인 문제에 대해서 더 알았으면 해요. 요새 너무 스킬 트레이닝만 하니까 5대5 부족한 선수들이 있거든요. 이현중, 여준석 선수가 농구적으로도 훌륭하지만 결국 피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DB 팬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아직 못 드렸어요. 선수들과 같이 훈련해보니 다들 너무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기대가 됩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부터 팀에 잘 녹아들어서 저희 ‘윈디’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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