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홍성한 기자] “자, 봄에 뵙겠습니다.” 소노 팬들을 향한 손창환 감독의 수줍은(?) 다짐이었다. KBL 최초 전력분석원으로 시작해 수많은 경험을 쌓고 드디어 팀을 이끄는 사령탑이 됐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손창환 감독의 이야기를 7월 1일 홍천 전지훈련 현장에서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4월에 선임되셨습니다. 감독이란 호칭은 적응 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특별한 감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원래 하던 거 계속하고 있는 느낌? 하던 대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너무 달려서 과부하가 온 느낌이에요(웃음).
구단 발표가 난 후 첫마디가 기억납니다. “마음이 무겁다.” 어떤 의미였을까요.
팀이 여러모로 어둡고 좋지 않은 상황이었잖아요. 거기서 내가 너무 행복한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당연히 먼저 들었습니다. 착잡하다 그래야 하나 여러 감정이 들었죠. 그런데 분명 좋은 감정은 아니었던 게 사실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팀에 여러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사장 일용직도 마다하지 않으신 건 익히 알려졌습니다.
말 그대로예요. 월급 안 나오고 적금은 다 깬 상태고, 퇴직 연금만 남아있었는데 그건 깨기 싫더라고요. 깨면 또 일부를 뱉어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어떻게든 만기 될 때까지 계속 가지고 갔어야 했던 거죠. 그러던 중 친한 후배가 우리 일 좀 도와주면 일당 줄게라고 장난쳤는데 제가 진심으로 받아들였죠. 그래서 가게 된 거예요(웃음).
거기서 받은 일당을 모아 선수들 밥을 사주신 거죠?
그렇죠. 그런데 공사장까진 아니고 그냥 반도체 관련된 관을 제작, 설치하는 일을 한 거예요. 4~5일 정도 나갔어요. 일당이 좀 높은 곳이라 100만 원을 금방 딱 채웠죠. 그걸로 애들 밥 사주고 그랬던 거죠. 뭐. 어떻게 알려진 건지 참….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이 감독님을 향해 ‘어머니’라는 표현을 쓸 때도 있더라고요.
그냥 제 역할이 그랬던 거 같아요. 선수들이 강성이었던 감독님과 함께했는데 저까지 그렇게 선수들을 대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선수편 들어주는 등 이 균형을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었죠. 그게 다입니다.

이 균형, 감독 자리로 올라선 후에는 어떻게 맞추려고 하고 계실까요?
둘 다 분명 필요합니다. 지금은 강한 걸 누구한테 맡기기보다는 저도 강할 땐 강하고 약할 땐 약하게 대하려고 하고 있어요. 혼자 균형을 맞춰보려고 하고 있다고 봐야죠. 너무 밀어붙여도 안 되고 너무 풀어줘도 안 돼요. 적당한 분위기가 가장 좋습니다.
전력분석, 오랫동안 쌓아온 이 경험이 곧 감독님의 색깔이 될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죠. 그런데 이제 쌓아온 데이터 안에 왜? 가 들어가야 해요. 역량은 충분한데 기록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어요. 왜 그런지를 찾아야 하죠. 성격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죠. 그걸 찾아내야 하죠. 데이터는 그냥 하나의 지표일 뿐이에요. 그게 모든 걸 지배할 수 없어요.
2005년 KBL 최초로 전력분석원이라는 직함을 얻으셨습니다. 당시에는 전력분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지금은 영상이 워낙 잘 돼 있지만 옛날에는 아니었잖아요. VHS 비디오 테이블로 경기를 녹화 떠서 그걸 편집해서 사용했어요. 1경기를 빼내는 데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어갔답니다. 6~8시간 정도? 딴 게 노가다가 아니라 이게 진짜 노가다예요. (편집은 따로 배우신 건가요?) 다른 구단은 그런 게 없었는데 당시 제가 몸담았던 곳이 SBS여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편집을 배우기 위해 SBS 뉴스텍으로 4개월 정도 파견을 갔다 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히딩크 감독님이 관련된 편집 프로그램을 들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거죠. 완전 신세계였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건국대 출신 최초 KBL 사령탑도 되셨습니다.
글쎄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그냥 학연, 지연 이런 거 보지 않고 사람 자체를 보는 성향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능력 보고 사람 봐요. 그래서 딱히 해드릴 말씀이 없네요(웃음).
전력분석, 코치를 거쳤기에 지금 밑에 코치들의 입장을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나요?
먼저 타일러 가틀린 수석코치 같은 경우 사실상 파트너라고 봐야 하죠. 김강선, 박찬희 코치를 향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그리고 남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하죠. 그래야 하는 위치에요. 선수가 지식적인 답을 원할 때 지식으로 답변해 줄 수 있어야 하고 인간적인 대화로 다가올 때는 또 거기에 맞춰서 소통해야 합니다. 분명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좋은 코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첫 번째는 기술적인 지식, 두 번째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죠. 이게 되지 않으면 좋은 코치가 될 수 없습니다.

선임되신 후 모든 파트가 선수들 앞에서 PPT 발표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였나요?
소노가 창단된 지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구력이 짧죠. 여기에 어두운 일도 있었잖아요. 그렇다 보니 정착된 팀 문화가 없다고 느껴졌죠.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누가 흔들어 댈 때 이겨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우리가 내실부터 좀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해서 PPT 발표를 하자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트레이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었어요.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면서 관리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어린 친구들은 노하우가 없어 이런 걸 잘 몰라요. 지식을 심어주고 싶었죠. 또 다른 하나는 프런트까지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알아가는 자리가 더 있어야 했던 거죠. 이건 우승 3번 하며 쌓인 제 경험에서 비롯된 거예요. 합심이 굉장히 중요해요.
감독님은 PPT 발표 자리에서 어떤 주제를 다뤘나요?
저 같은 경우는 작년 기록을 분석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했어요. 우리가 어떤 수치를 끌어 올려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문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팀 분위기를 망치는 선수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중히 경고 했습니다.
감독님이 원하는 문화는 어떤 걸까요?
후배는 선배를 존중해야 합니다. 선배들도 후배를 존중해 줘야 하죠. 서로 희생하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잘못 받아들여지면 꼰대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프로에서 오래 뛴 선수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거죠. 당연히 이 선수들도 내가 잘났다고 후배를 무시하면 안 되는 거죠. 후배들이 존경심에 선배들을 도와주고 선배들은 내가 하나 먹을 거 후배들한테 양보하는, 이런 게 좋은 팀 문화 아닐까요?
그 문화를 만드는데 주장 정희재의 역할이 클 것 같습니다.
우리 팀에 있는 선수 중 (정)희재가 제일 잘 맞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일단 리더십이 있고 희생할 줄 알거든요. 선수들에게 불리한 점이 있으면 저한테 와서 서슴없이 이야기를 먼저 해요. 저한테도 큰 도움이죠. 그 말이 맞으면 저도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줘요.

이정현-케빈 켐바오-이재도, 공존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하겠죠?
빠른 공격을 하려는 게 이들의 공존 때문에 더 하려고 하는 거예요. 정체된 농구를 하면 이 선수들은 공존할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몰아주기 농구가 될 거거든요. 그 공간을 만들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해요. 처음부터 이 생각을 했었고, 공존 가능하다고 얘기했던 게 이런 부분에서 나온 거죠.
이정현 활용도도 궁금합니다.
활용도보다 켐바오, 이재도까지 공격 비율을 맞춰주는 게 먼저예요. 빠른 공격을 할 때는 누구한테 찬스가 나든 간에 무조건 공격을 다 해야 해요. 비율은 공을 누가 잡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얼리 오펜스는 리바운드부터 시작이에요. 그건 누가 잡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누구의 비율이 특정하게 크게 낮아지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비율을 맞춰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거죠.
네이던 나이트, 감독님이 처음으로 뽑으신 1옵션 외국선수입니다. 평가를 해주신다면요?
우선 기동성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보고 있었어요. 나이트가 그중 한 명이었죠. 해보고자 하는 얼리 오펜스에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중국 리그 경기력을 보고 그런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라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시스템이 달랐어요. 우리 팀에 와서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나이트 잡으려고 두바이 가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했어요(웃음).
이렇게 여러 조각이 모였습니다. 어떤 팀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소노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큽니다. 이름 말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강호들 있잖아요. 그거 만들려고 지금 여기 있는 겁니다. 제 목표인 거죠.
끝으로 소노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굉장히 내성적이에요.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순간에 바뀌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해드릴 말이 일단 이거밖에 없습니다. “자, 봄에 뵙겠습니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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