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임종호 기자] 창원 LG의 2019-2020 시즌은 조금 일찍 막을 내렸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KBL이 지난 24일 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 새 얼굴들과 함께 2년 연속 봄 농구를 희망했던 LG는 42경기에서 16승(26패을 챙기며 9위라는 성적표로 한 해 농사를 마감했다. 수장 현주엽 감독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한 시즌이 더욱 아쉬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웃는 날보다 씁쓸한 순간이 더 많았던 LG의 이번 시즌을 돌아보자.

▲ 공격 농구 지향 LG, 뚜껑을 열어보니
LG는 이번 시즌 컨셉을 ‘공격 농구’로 설정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정반대였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출정식에서 박진감 넘치는 화끈한 농구를 예고한 것과는 달리 득점과 관련된 지표들이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렀다. 평균 득점은 72.6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낮았고, 41.5%(1,110/2,675)의 야투 성공률과 2점슛 성공률 역시 47.3%(793/1,675)로 최하위였다. 캐디 라렌(21.4득점), 김시래(10.5득점)를 제외하면 경기당 10점 이상씩을 책임진 선수가 없었다. LG로선 이들 외의 또 다른 공격 옵션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두 선수가 상대의 집중 견제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간 날이 더 많았다. 다가오는 시즌 LG가 강팀으로 거듭나려면 득점력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의 방패를 시원하게 뚫어낼 정도로 화력을 갖추어야만 승리와 더 자주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새 얼굴 대거 합류로 늘어난 가용인원
올 시즌 LG는 선수단 구성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김종규(DB)를 떠나보내는 대신 보상 지명으로 서민수(27, 197cm)를 데려왔고, FA(자유계약)를 통해 3명(김동량, 정희재, 박병우)의 선수를 수혈하며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국가대표 센터 한 명을 잃었지만, 전체적인 뎁스 강화 및 가용인원이 늘어나며 엔트리를 더욱 두텁게 했다. 이적생들은 새로운 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기량을 코트 위에서 마음껏 뽐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김동량(33, 198cm)은 주전 한 자리를 확실히 꿰찼고, 그동안 LG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스몰포워드 자리도 정희재(31, 195cm)와 서민수의 가세로 부담을 덜었다. 새 얼굴들의 합류로 LG는 선수기용을 더욱 폭넓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터.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만큼 새로운 팀에 적응하고, 늘어난 러닝 타임에 익숙하지 않아 가끔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의 활약이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점차 팀에 녹아들고 코트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한 채 플레이한다면 더 나은 앞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캐디 라렌, 성공적인 한국 무대 상륙
캐디 라렌(28, 204cm)의 KBL 상륙은 대성공이었다. 라렌은 올 시즌 전 경기(42경기)에 출장해 평균 21.4점(1위), 10.9리바운드(2위), 1.3블록슛(2위), 3점슛 성공률 41.6%(52/125, 1위)를 기록했다. 그가 기록한 평균 득점은 팀 전체 득점의 1/3을 차지할 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애초 라렌은 서브 외국 선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메인 역할을 기대했던 버논 맥클린(34, 202.7cm)의 부진이 길어지자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자신의 파트너가 바뀌는 와중에도 라렌은 꾸준하면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내외곽을 오가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골밑에선 보드 장악력을 과시했고, 픽 게임에서 파생된 외곽슛도 꽤 정확했다. 긴 윙스팬(223cm)을 앞세운 림 프로텍팅 능력도 출중해 리바운드와 블록슛 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무대 첫 시즌부터 기량을 인정받은 라렌은 날이 갈수록 타 팀들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상대가 누구든지 라렌은 큰 기복이 없는 플레이를 펼쳐 올 시즌 최고의 외국 선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비록 팀이 패배와 마주한 경기가 더 많아 그의 눈부신 활약은 빛을 잃은 적이 많았으나, 라렌이 선보인 퍼포먼스는 홈 팬들에게 위안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 효과 보지 못한 해리스 교체 카드
지난해 10월 31일은 마이크 해리스(37, 197.4cm)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날이다. 당시 원주 DB와의 원정 경기로 KBL 데뷔전을 치른 해리스는 3점슛 7개를 포함해 무려 41득점(15리바운드)을 몰아쳤다. 팀은 83-89로 패했으나, 이날 해리스의 플레이는 임팩트가 너무나 강렬했다. 공격력이 탁월한 해리스 영입으로 LG는 득점력 빈곤을 해결해주길 바랐다. 이어진 두 경기에서 연속 20점 이상씩을 책임지며 공격에선 분명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그러나 장단점이 명확한 탓에 금세 상대에게 간파를 당하며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해리스는 24경기에서 평균 12.8점 5.8리바운드를 올렸고, 이 구간 LG는 10승 14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LG와 함께하지 못했다. 봄 농구를 간절히 바라보던 LG는 해리스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 다시 컨디션이 올라오던 시점이었지만 현주엽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해리스 교체 카드는 별 효과가 없었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라킴 샌더스(31, 193cm)는 적응이 더뎠고, 팀 순위 역시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한 채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 5%의 행운, 1순위 신인 박정현
지난해 11월 열린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LG가 1순위를 거머쥐었다. 5%의 낮은 확률로 예기치 못한 행운을 안은 LG는 최대어인 고려대 출신의 빅맨 박정현(24, 202.6cm)을 지명했다. 토종 센터가 필요했던 LG로선 최고의 선택. 고향 팀의 부름을 받은 박정현은 “너무 영광스럽다.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팀이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돼 행복하다”라며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부푼 꿈을 안고 프로에 발을 들였지만, 프로 선수 박정현에 대한 평가는 냉담했다. 운동량이 부족한 탓에 게임 체력이 부족했고, 당장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부터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그는 D리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데뷔 시즌 박정현의 기록은 20경기에 출전해 평균 2.2점, 2.0리바운드. 첫 시즌 초라한 성적을 남겼지만, 박정현은 경기가 있는 날에도 형들보다 일찍 나와 연습에 매진했다. 올 시즌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팀의 미래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간다면 팀 내 입지를 조금씩 다져갈 수 있을 것이다.
▲ 끝내 넘지 못한 산, PO 진출
LG의 올 시즌 1차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지난해 봄 농구를 통해 노란 물결의 향긋함을 만끽한 LG는 2년 연속 6강 도전을 꿈꿨다. 하지만 리그 조기 종료로 인해 6위 진입은 끝내 넘지 못한 산이 되고 말았다. 시작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인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 삼성과의 개막전을 앞둔 현주엽 감독은 “1라운드 5할 승률이 목표다”라고 말했지만, 개막 5연패에 빠지며 출발선부터 뒤로 처졌다. 무엇보다 경기력 기복이 심각했다. 한 쿼터에 단 자리 득점에 그친 경우가 꽤 많았고, 이로 인해 70득점 미만에 그친 경기도 16번이나 있었다. 이 중 승리로 이어진 건 단 두 차례. 이러한 원인은 공격에서 소극적인 모습과도 연결지을 수 있다. 거듭되는 패배로 자신감이 떨어진 탓인지, 선수들이 득점 찬스에서 주저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고,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면 밀려다니기도 했다. 현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시즌 내내 강조하기도.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이 우리 팀에 와서 많은 시간을 뛰려 하니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스스로가 해결해야 함에도 자꾸 미루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면서 슛 찬스에서 주저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상대가 강하게 나올수록 더 부딪히라고 한다. 그래야 우리 플레이를 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들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현주엽 감독의 말이다. 덧붙여 “우리가 공격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상대 득점을 최대한 떨어트려야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라고 했으나, 공수 밸런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상대에게 공략 포인트를 내준 것이 뼈아팠다. 다음 시즌 LG가 플레이오프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공격에서 상대를 압도할만한 확실한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창원에서 쏟아진 말말말
“어디서 오셨나요?”,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세요.” 올 시즌 창원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말이다. LG는 이번 시즌 전국구 구단으로 인기몰이에 앞장섰다. 비시즌 동안 전파를 탄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며 농구를 홍보 수단으로 잘 활용했다. 이로 인해 창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LG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홈 경기가 열리는 날도 마찬가지. 경남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창원체육관을 찾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영남권에 경기가 몰려있을 때면 제주도에서 여행 삼아 농구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오실 때마다 마카롱 등 선물도 갖다 주신다. 원주에서도 경기 마치고 (창원으로) 내려오는 휴게소에서 만난 팬분이 방송 너무 잘 봤다고 말씀해주신 적도 있다”라며 관심을 표한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LG의 응원단 역시 “어디서 오셨나요?”라는 멘트를 시작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더불어 팬들의 사진 공세 역시 그 어느 시즌보다 더 잦았다. 방송 여파로 이적생 3인방(김동량, 정희재, 박병우)은 포토 타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박장법사’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박도경 홍보 책임 역시 카메라 플래시를 여러 차례 맞았다. 이들은 팬들의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세요.”라는 부탁에 흔쾌히 촬영에 임하며 ‘팬 사랑 세이커스’의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윤민호, 한명석, 정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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