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신성’ 마카넨, 시카고 리빌딩의 기수가 되어줄까?

서영욱 / 기사승인 : 2017-09-20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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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영욱 기자] 9월은 NBA 팬들에게 매우 허전한 시기이다. 대부분의 굵직한 선수 이동은 끝나고, 프리시즌 경기는 9월 말에야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허전함이 덜하다. 유럽의 농구 축제인 2017 FIBA 유로바스켓이 9월을 풍족하게 채워줬다.
유로바스켓에는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과 유럽에서 굵직한 명성을 가진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높은 경기 수준을 자랑한다. 슬로베니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번 유로바스켓은 곧 NBA에 모습을 드러낼 예비 스타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쳐 NBA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시카고 불스 팬들은 이번 유로바스켓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봤을 듯하다. 지난 2017년 드래프트에서 팀에 합류한 로리 마카넨이 연일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번 유로바스켓에서 핀란드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마카넨이었다. 조별 리그부터 16강까지 총 6경기에 출전한 마카넨은 경기당 27분을 소화하며 19.5점 야투 성공률 55.8%(3점슛 성공률 47.8%) 5.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어느 국가 대표팀의 에이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마카넨은 이번 대회 팀 내 득점, 리바운드, 야투 시도에서 모두 1위에 올랐는데, 이번이 마카넨의 성인 대표팀 데뷔 무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눈에 보이는 기록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마카넨은 에이스 그 자체였다. 조별 리그 첫 경기부터 마카넨의 에이스 본능이 빛났다. 마카넨은 클러치 타임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로 꼽히는 프랑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마카넨은 4쿼터 3분 30여 초를 남긴 시점부터 7점을 몰아넣으며 경기를 연장으로 이끈데 이어 연장에서도 팀이 올린 14점 중 절반을 책임지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마카넨은 이후 경기에서도 중요할 때마다 빛났다. 조별 리그 세 번째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도 4쿼터 15초를 남기고 자유투 3개와 스틸에 이은 덩크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으로 끌고 갔고, 두 번의 연장에서는 팀의 첫 득점을 모두 책임지며 기세를 가져왔다.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아이슬란드전에서도 마카넨의 활약은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핀란드는 3쿼터까지 7점을 뒤졌지만 4쿼터에 31점을 몰아치며 83-79로 역전승을 거뒀는데, 마카넨은 4쿼터에만 12점을 넣으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마카넨의 이번 유로바스켓에서의 활약이 고무적인 이유는 성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뽐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대학 시절부터 익히 알려진 마카넨의 강점은 213cm의 장신임에도 덕 노비츠키를 연상시킬 정도로 좋은 슛 능력과 신장 대비 뛰어난 드리블을 바탕으로 한 득점 능력이었다.
뛰어난 슈팅 능력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카넨은 경기당 3.8개의 3점슛을 시도해 1.8개를 성공하며 47.8%의 성공률을 기록했는데, 성공률만 놓고 보면 대학 시절보다도 나은 수치였다(애리조나 대학 1학년 시즌 3점슛 성공률 42.3%). 신장 대비 뛰어난 드리블을 활용해 포인트 가드 대신 볼 운반을 맡기도 했으며 외곽에서 돌파를 이용해 상대 빅맨을 요리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그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내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는 자신의 플레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헨릭 디트먼 핀란드 감독의 말처럼, 마카넨은 플레이로서 팬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21살의 어린 나이로 첫 성인 대표팀 무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화해냈다는 것도 이번 유로바스켓에서 마카넨을 돋보이게 한 요소 중 하나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4쿼터 접전 순간 공격의 마무리를 담당했던 게 마카넨이었고 그 역할을 대체로 잘 수행해냈다. 비록 슬로베니아와의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는 자신의 실책 때문에 패했지만, 마지막 공격을 책임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유로바스켓에서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보여준 마카넨이지만, NBA에서 ‘꽃길’만 걸을 것으로 예상하기에는 아직 의문점이 남아있다.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보여줬지만, 약점도 다시 한번 노출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약점으로 분류되던 리바운드와 수비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마카넨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5.7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213cm의 신장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마카넨은 대학 시절에도 평균 7.2개에 머물렀다(평균 출전 시간 30.8분).
특히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지적되는 수비 문제는 이번 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대2 수비에서 상대 가드를 따라가지 못해 자주 돌파를 허용했고 상대가 몇 차례 스크린을 활용하면 매치업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2대2 장면에서 상대 가드에게 쉽게 공략당하는 모습은 빅맨과 가드를 매개로 한 2대2 혹은 3대3 플레이가 대세를 이루는 현재 NBA에서 지겹도록 공략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약점의 연장선으로 현재 NBA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스몰라인업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리그의 페이스는 빨라지고 있으며 스몰라인업을 주요 라인업으로 사용하는 팀들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특히 빅맨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빅맨이 스몰라인업을 상대로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할 경우, 팀에서의 비중도 작아졌다.
토론토 랩터스의 요나스 발렌슈나스가 좋은 예다. 발렌슈나스는 좋은 골밑 공격력을 겸비한 준수한 빅맨이지만 수비에서는 느린 발 때문에 스몰라인업에 약점을 노출하면서 4쿼터 클러치 타임에 벤치를 지킬 때가 많았다. 안타깝게도 마카넨은 수비에서 발렌슈나스와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마카넨은 대학 시절에도 스몰라인업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의 빠른 스위치에 약점을 보였고 수비에서 흔들리자 공격에서도 흐름을 잃었다. 이런 마카넨의 약점이 잘 드러낸 게 지난 2월 5일 애리조나 대학 시절 가진 오레곤과의 경기였다. NBA의 스몰라인업과 유사한 라인업을 구축한 오레곤을 상대로 마카넨은 공수에서 모두 부진했다. 수비에서는 상대의 빠른 템포를 쫓아가지 못해 많은 실점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으며(이날 오레곤은 85점을 기록했다) 공격에서도 5개의 야투를 시도해 하나만 성공하는데 그치는 등, 4점에 묶였다. 마카넨이 앞으로 NBA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약점을 반드시 최소화해야 한다.
강점과 약점이 명확한 마카넨이지만, 사실상 전면 리빌딩을 선언한 현재 시카고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한 명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마카넨은 당장 2017-2018시즌 공격에서 1옵션이 유력한 상황이다.
우선 시카고에서 여섯 시즌 동안 활약하며 지난 시즌까지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한 지미 버틀러는 더 이상 없다. 선수 옵션을 실행하며 잔류를 선택한 드웨인 웨이드는 다시 팀을 떠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웨이드까지 팀을 떠날 경우, 시카고는 2016-2017시즌 팀 내 득점 1,2위가 모두 없는 상태로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2016-2017시즌 시카고를 거친 선수 가운데 득점 3위에 오른 타지 깁슨은 진작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 떠났으며 4위였던 니콜라 미로티치는 아직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미로티치는 현재 제한적 FA로 남아있다).
버틀러 트레이드의 대가로 시카고에 합류한 잭 라빈은 건강만 하다면 마카넨 이상으로 안정적인 득점 옵션이 되어줄 수 있다. 하지만 라빈은 2016-2017시즌 도중 입은 십자인대 파열 때문에 시즌 개막에는 함께 하지 못한다. 생각보다 재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복귀 날짜는 알 수 없다. 잭 라빈과 함께 이적한 크리스 던은 2016년 드래프트 전체 5순위라는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공격에서 실망스러웠다. 이래저래 후보들을 제외하면 남는 건 결국 마카넨이다. 물론, 마카넨도 이제 막 NBA에 데뷔하는 신인 선수일 뿐이지만 이번 유로바스켓에서 성인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프레드 호이버그 시카고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호이버그 감독은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좋은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만, 클러치 타임에 특히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20살의 어린 선수가 유럽 최고의 팀을 상대로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건 훌륭한 징조이다”라고 말하며 마카넨의 활약을 높이 샀다.
유로바스켓에서의 활약 때문에 마카넨은 더 높아진 기대 속에 첫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높아진 기대감 속에 유럽산 백인 빅맨이면서 슛이 좋은 유망주에게 항상 따라오는 이름, 노비츠키가 또다시 언급되고 있다. “사람을 누군가와 비교한다는 걸 불공평한 일이다. 게다가 우린 다른 영역의 선수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디트먼 감독의 말처럼, 이제 NBA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신인 선수와 전설적인 선수인 노비츠키를 비교하는 건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닮은 점이 있고 마카넨이 상당한 잠재력이 있음은 분명하다. 마카넨이 노비츠키와 가까운 길을 걸을수록, 시카고의 리빌딩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사진=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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