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리그 PO 결산] 왕좌의 게임에서 승리한 연세대…희비 엇갈린 4강

민준구 / 기사승인 : 2017-09-28 0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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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PO 디펜딩 챔피언 연세대가 ‘숙적’ 고려대를 꺾고 8개 팀이 참가한 왕좌의 게임에서 최종 승리자가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 해를 보낸 연세대는 2년 연속 챔프전 우승 팀이 돼 대학농구의 새로운 지배자가 됐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2017 대학농구리그 PO는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그동안 대학농구리그 PO는 최강자에게 도전하는 그림이 그려졌지만, 올해는 달랐다.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 속에서 4강 구도를 형성한 고려대, 중앙대, 연세대, 단국대가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전력 차이가 크지 않은 4팀의 승부는 매 경기가 결승전인 것처럼 치러졌다. 결국 최종 승자는 연세대가 차지했지만, 남은 3팀 모두 주어진 환경 속에서 명승부를 그려냈다.

새 왕조 건설한 연세대

대학농구리그 출범 이래 왕조를 건설한 건 단 두 팀 뿐이다. 초대 챔피언 중앙대가 오세근, 김선형, 함준후로 이어지는 황금 세대를 내보내고 주춤하자 경희대가 김민구, 두경민, 김종규를 내세워 2년간 대학 정상에 올랐다. 그 뒤를 이은 게 바로 고려대다. 본래 전력이 탄탄했던 고려대는 이종현이 입학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2016년 정규리그까지 그 위력은 대단했다. 대학은 물론, 상무, 프로 팀들조차 당시 고려대를 쉽게 넘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PO부터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연세대는 이종현이 부상과 대표팀 차출 문제로 부재한 틈을 타, MBC 대회 우승과 대학농구리그 PO 우승을 차지했다. 정기전에선 연패 행진을 끊으며 매번 패했던 지난날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올해 야심차게 출발한 연세대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개막전에서 만난 고려대에게 대패를 당해 PO 챔피언의 자존심을 짓밟혔다. 이후 중앙대에게도 패하며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부상, 대표팀 차출 문제가 큰 타격으로 돌아온 것이 컸다.

절치부심한 연세대는 7년 만에 정기전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부상에서 돌아온 허훈과 안영준, 그리고 김진용까지 제 몫을 해내며 입학 후 첫 정기전 승리를 따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충격효과는 대단했다. 정기전에서 오랜 만에 패한 고려대는 대학농구리그 PO에서 다시 만난 연세대에게 시종일관 밀렸다. 1차전은 전반, 2차전은 후반에 전력을 다했지만, 연세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암울했던 정규리그에 비해 연세대의 PO 무대는 탄탄대로 그 자체였다.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경희대(2회), 고려대(3회)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세대의 핵심은 4학년과 저학년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었다. 은희석 감독의 한 수는 통했다. 자기 몫을 해줄 수 있는 4학년들에게 집중 시키는 것 보다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저학년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재미를 봤다. 고려대가 주전 선수들에게만 의존했던 부분과는 극히 대조된다.

연세대는 PO 우승을 차지하며 더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2학년 김경원을 중심으로 박지원, 한승희 등 많은 선수들이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4학년 3인방(허훈, 김진용, 안영준)이 올해를 끝으로 신촌을 떠나지만, 채워줄 새 얼굴이 많다. 당분간 연세대 왕조라고 불릴 정도의 전성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무너진 고려대 왕조, 이제 변화할 때

2014년부터 쌓아왔던 고려대 왕조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그간 이승현, 이종현, 강상재 등 듬직한 빅맨과 함께 했던 고려대는 수준급 가드 진까지 보유해 대학농구리그 최강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지난해 PO부터 공든 탑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올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 아쉽게도 고려대 왕조로 불린 지난날과는 달리 평범한 팀이 되고 말았다.



단국대와 2차 연장 끝에 간신히 5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고려대.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의 평가는 연세대의 우세였다. 지난해부터 공략법이 노출된 고려대의 3-2 드롭존은 이미 고대 유물이 됐다. 슈터 전현우의 부상과 식스맨의 부재는 연세대의 우세를 점치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연세대는 고려대의 드롭존을 무너뜨리고 최종 승자가 됐다. 이민형 감독의 전매특허였지만, 공략법이 노출된 상황에 드롭존을 고집한 것은 패착이었다.

그러나 역전의 기회는 있다. 연세대, 단국대, 중앙대는 4학년 선수들의 프로 진출로 인한 공백이 크다. 고려대는 다르다. 김낙현, 최성원, 김윤이 떠나지만,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박준영-박정현 골밑 듀오도 최소 2년 동안 손발을 맞출 수 있어 다른 팀에 비해 유리한 편이다.

다소 아쉬운 한해를 보냈지만, 고려대는 2014년부터 이어진 정규리그 우승 행진을 ‘4’로 늘리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도 즐비해 내년, 내후년을 더 기대하게 한다. 문제는 변화다. 지금처럼 고학년 위주의 경기가 이어진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의 출전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정해진 틀을 뒤집어버리기 보단 큰 틀 안에서 세부 전술을 수정할 필요도 있다.

또다른 우승 후보였던 단국대, 중앙대…내년이 더 걱정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춰온 단국대와 정규리그 2위의 돌풍을 일으킨 중앙대는 아쉬운 4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단국대는 한 순간의 실수가, 중앙대는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낳은 결과였다.



단국대는 올해야말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오랫동안 조직력을 다져온 전태영, 하도현, 홍순규가 마지막 대학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려 노력했다. 정규리그 4위는 실망스러웠지만, 단기전 승부에서 다른 우승 후보들을 위협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많은 것을 잃게 했다. 고려대와의 4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한 단국대는 사실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1차 연장전 약 1분여를 남긴 단국대는 고려대를 6점차로 앞섰다. 시간만 흘려보냈어도 승리할 수 있는 상황, 하도현이 무리한 단독 돌파를 연거푸 선보이며 고려대에게 역전 기회를 제공했다. 결국 하도현의 실책은 고려대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전태영이 매 경기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단국대의 좌절이 아쉬운 건 따로 있다. 전태영, 하도현, 홍순규가 없는 내년부터 사실상 단국대의 전력은 우승권과 멀다. 윤원상과 권시현이 버티고 있지만, 두 선수 이외에 전력이 중위권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 기회일수도 있었던 올해, 단국대는 또다시 깊은 터널 속에 갇힐 수 있게 됐다.

중앙대는 양홍석의 조기 프로 진출 선언과 김국찬의 장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먼저 김국찬과 함께 팀을 이끌던 양홍석의 부재가 아쉬웠다.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까지 받은 양홍석은 자신의 재능을 시험하고자 조기 프로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하나 중앙대의 입장에선 매우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미 김국찬이 십자인대 파열로 PO 출전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양홍석까지 빠지며 팀 전력이 반토막났다.



이우정, 장규호, 박진철이 건재했지만 고려대와 연세대, 단국대의 전력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연세대와의 4강전에서 종료 직전까지 접전을 펼쳤지만, 승부처에서 득점해줄 수 있는 해결사가 없었다. 중앙대의 야심찼던 PO 우승을 위한 전진은 이대로 멈춰서야만 했다.

중앙대의 경우도 단국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우정과 장규호가 떠나면 앞 선을 지켜줄 선수가 없다. 박진철을 제외하곤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정규리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양홍석과 함께 할 미래를 꿈꾼 중앙대는 이제 우승은커녕 중위권을 탈출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 사진_한필상,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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