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준민 기자] 사자성어 중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세라 하더라도 10년을 못 간다는 뜻의 성어다.
올 시즌 샌안토니오의 상황이 이와 비슷해졌다. 그간은 “샌안토니오 걱정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란 말이 신빙성을 얻었지만 올 시즌만큼은 다르다. 시즌 초반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던 순위도 어느새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을 벗어난 서부 컨퍼런스 10위(37-30)로 떨어졌다. 최근의 경기들을 보면 리그 최고의 방패라는 말도 무색할 정도다. 앞선 10경기에서 2승을 올리는 데 그쳤던 샌안토니오는 이 기간 동안 평균 109.2점(득·실점 마진 –3.3)을 상대에게 내줬다. 그러다보니 이미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제히 ‘샌안토니오의 위기설’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전과 달리 이 의견에 반박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동의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는 점도 샌안토니오의 위기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샌안토니오는 NBA 파이널 5차례 우승 등 누구나가 부러워 할 영광들을 누리며 리그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시기를 놓쳐버린 리빌딩 등 수많은 과제들도 산적했다. 영광의 빛에 가려져 샌안토니오가 직면한 과제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뛰어난 위기관리능력도 샌안토니오가 가진 장점이었기에 올 시즌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것이라 생각됐다. 그러나 올 시즌은 더딘 리빌딩 등 기존의 문제들에 더해 부상악령들까지 발목을 잡기 시작, 그간 슬기로운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던 그렉 포포비치 감독조차도 수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포포비치 감독도 이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과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샌안토니오가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이제와 의미 없는 가정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시즌 개막 전 카와이 레너드(26, 201cm)의 부상이탈이 없었다면 올 시즌도 “샌안토니오의 걱정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란 문장은 불변의 진리로 남았을지 모르는 일이다. 2016-2017시즌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보았듯, 샌안토니오에서 레너드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사람들의 상상, 그 이상이다.
그나마 올 시즌 초반은 라마커스 알드리지(32, 211cm), 마누 지노빌리(40, 198cm) 등 노장 선수들이 제몫이상을 해주며 리그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알드리지의 경우, 올 시즌 레너드가 없는 샌안토니오의 핵심으로 거듭나, 올스타에도 복귀하는 등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 시절의 명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알드리지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기란 어려웠고 결국 알드리지마저도 부상악령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렇게 샌안토니오는 올 시즌 레너드의 부상이탈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를 뼈아프게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오프시즌 야심차게 영입했던 루디 게이(31, 203cm)도 부상으로 신음하는 등 경기력이 변변치 못하다. 기대를 모았던 디욘테 머레이(21, 196cm), 데이비스 베르탄스(25, 208cm)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더딘 것도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다. 특히, 머레이의 경우, 토니 파커(35, 188cm)를 밀어내고 주전 포인트가드로 올라섰지만 아직은 본인이 왜 샌안토니오의 주전 포인트가드인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더딘 성장은 비단 올 시즌뿐만 아니라 앞으로 샌안토니오의 미래와도 연관이 된 중요한 문제라 신경이 더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 레너드의 부상을 틈타 카일 앤더슨(24, 206cm)이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건 위안거리다.

이렇게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여전히 “아직은 샌안토니오에게 희망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레너드의 복귀’ 때문이다. 당초, 올 시즌 레너드의 코트 복귀는 매우 어려워보였다. 레너드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동안 레너드와 샌안토니오의 사이에는 불화설까지 대두, 올 시즌 종료 후 레너드와 샌안토니오의 이별가능성까지 터져 나왔다. 그 내용인 즉, 레너드의 부상을 두고 구단과 레너드의 의견차이가 커지고 커져 끝내는 불화설로 발전했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포포비치 감독까지 인터뷰를 통해 “레너드가 올 시즌 복귀한다면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는 말을 전하는 등 사실상 레너드의 시즌아웃은 기정사실화처럼 여겨졌다.(*올 시즌 레너드는 정규리그 9경기 평균 23.3분 출장 16.2득점(FG 46.8%) 4.7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그 기적 같은 일이 지금 발생했다. 시즌아웃설과 불화설 등 숱한 루머가 쏟아졌음에도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던 레너드가 복귀를 결정했다. 그간 두문불출했던 레너드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코트로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언론과 팬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계속해 쏟아지는 루머들을 의식했던 탓인지 레너드는 구단 프런트들과 미팅을 갖기에 앞서 기자들과 깜짝 기자회견을 개최, 자신과 샌안토니오를 둘러싸고 있던 루머들에 대한 해명의 말을 내놓는 등 어수선한 팀 분위기 수습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레너드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즐기지 않았던 터라 갑작스런 레너드의 인터뷰 요청에 그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이는 그만큼 레너드가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레너드는 이 자리에서 “부상치료를 위해 지금은 팀이 아닌 뉴욕에 머물고 있다”는 자신의 근황과 함께 항간에 떠도는 루머들이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밝혔고, 더불어 자신이 복귀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부상의 정도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혹여 부상이 재발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다. 이 때문에 복귀를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해 지노빌리, 파커 등 수많은 동료들과 구단 직원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건 나에게 매우 괴로운 일이다”는 말을 남기는 등 결국, 레너드의 마음을 움직인 건 구단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레너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포비치 감독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들과 미팅을 갖고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레너드는 지난 원정 3연전에는 불참, 다시 뉴욕으로 건너가 개인훈련과 심리치료를 포함한 부상재활을 병행하며 다가올 복귀를 준비했다.
샌안토니오의 지역지, MY SAN ANTONIO에 따르면 포포비치 감독은 14일, 레너드를 직접 만나 정확한 복귀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발표된 것으론 16일에 있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전 복귀가 유력하지만, 이 자리에서 생각보다 레너드의 몸 상태가 좋다고 판단된다면 기사가 올라온 오늘 날짜인 3월 13일, 이미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출전명단에 그 이름을 올렸을지도 모른다.(*레너드의 부상소식 업데이트 전 작성된 기사로 최신 내용을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최근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오클라호마시티 썬더-휴스턴 로케츠로 이어지는 원정 3연전을 모두 무기력하게 패하며 분위기가 어수선한 샌안토니오로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올랜도 다음 상대인 뉴올리언스가 앤써니 데이비스(25, 208cm)의 부상으로 잠시 그 기세가 꺾였다고는 하나, 현재로선 뉴올리언스의 전력이 샌안토니오의 전력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현실. 때문에 그나마 리그 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올랜도와의 경기가 연패를 끊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설령, 레너드가 복귀를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샌안토니오로선 반드시 올랜도와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레너드의 복귀는 시기가 확실치 않을 뿐 이미 확정은 됐다. 이와 함께 한편에선 레너드 복귀 후 샌안토니오의 경기력에 대한 갑론을박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레너드 복귀로 샌안토니오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걱정이 없을 것이다”는 긍정적인 의견들과 함께 “아직 부상이 완쾌되지 않는 레너드의 복귀가 샌안토니오에 얼마만큼 힘이 될지는 모르겠다”는 의구심 가득한 의견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향후 미래를 위해 올 시즌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포기하고 리빌딩 작업에 착수해야한다”는 뼈있는 조언들도 주를 이루고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곤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레너드 복귀가 희망고문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선택이 됐든 샌안토니오에게도 리빌딩인지 성적인지,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앞으로 팀의 운영방향을 결정해야할 고민과 결정의 시간이 다가온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사진-나이키,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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