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 SIXTHMEN] 부진 탈출한 박준영부터 ‘마산 르브론’까지… 2라운드 수놓은 환상의 식스맨들

이영환 / 기사승인 : 2020-12-17 10: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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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영환 객원기자] 2020-2021시즌 KBL의 키워드 중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약체로 분류됐던 팀이 선두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지난 시즌 상위권 반열에 들었던 팀은 최하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식스맨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신뢰 아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꽃피우고 있는 식스맨들. 이들의 활약상을 추려 라운드별로 살펴본다.

기나긴 부진의 늪 탈출한 박준영

박준영(부산 KT)
주전 출전: 3경기 / 벤치 출전: 4경기
평균 20분 38초 출전 8.3득점 3.6리바운드 0.9어시스트

박준영에게 지난 2라운드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듯하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고른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을뿐더러 활약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3번과 4번 포지션을 오가며 겪은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달라졌다. 박준영은 데뷔 후 커리어하이 득점을 올리며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왔다. 서동철 KT 감독도 “이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라운드 기준으로 박준영이 평균 20분대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향된 출전 시간은 서동철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박준영은 그 믿음에 부응했다. 수비에 대한 높은 집중력과 리바운드가 시작이었다. 박준영은 이를 발판삼아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공격에서도 자신의 득점을 확실히 마무리 지으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 결과, 박준영의 2라운드 평균 득점은 지난 시즌 7.0점에서 8.3점으로, 리바운드는 2.6개에서 3.6개로 소폭 상승했다.

박준영은 지난달 14일 창원 LG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렸다. 협력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이후 로테이션 과정도 매끄러웠다. 이 과정에서 박준영은 수차례 스틸에 성공하기도 했다. 공격에서는 영리한 움직임으로 빈 곳을 찾아다니며 득점 기회를 노렸다. 여유가 생긴 덕분이었을까. 평소 잘 쏘지 않던 3점슛도 2개 모두 깔끔하게 성공했다. 박준영은 이날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인 17득점을 기록했다. 3개의 스틸과 2개의 블록은 덤이었다.

박준영의 수확은 자신감이다. 지난 5일과 6일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전,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연속 10+ 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률 5할을 맞추는 데 공헌했다. 이 같은 성장은 KT에 있어 분명 호재다. 팀의 공격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난 데다 주축인 김현민과 양홍석 등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2라운드에 보였던 경기력을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다. 박준영은 과연 자신에게 붙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완벽히 바꿔낼 수 있을까.

2년차 슈터 김훈이 보인 가능성


김훈(원주 DB)
주전 출전: 1경기 / 벤치 출전: 8경기
평균 16분 30초 출전 5.8득점 2.0리바운드

원주 DB의 2라운드는 우울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1라운드에 이어 연패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했다. 외국 선수들의 기량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도 한 가지 위안거리는 있었다. 올 시즌 2년차를 맞은 가드 김훈이 그 주인공이다. 김훈은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중요한 외곽포를 꽂으며 슈터의 면모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김훈은 신인이던 지난 시즌 2라운드 평균 16분 8초의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다. 올 시즌의 경우 같은 기준 16분 30초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자신감이 붙으며 효율이 달라졌다. 김훈은 2라운드 총 27개의 3점슛을 던져 14개를 넣으며 51.9%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동기간 21개 중 8개를 넣은 것과 차이가 있다. 경기 당 3점슛을 던지는 횟수가 비교적 고르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진전을 이룬 셈이다. 리바운드에 대한 참여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슈터로서 김훈의 장점이 두드러졌던 경기는 지난달 15일 서울 SK전이었다. 무득점으로 경기 내내 조용했던 김훈은 4쿼터 들어 놀라운 집중력으로 3개의 3점슛을 연거푸 성공했다. 허웅과 두경민에게 견제가 쏠린 상황에서 생긴 완벽한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결정적 슛이 들어가자 김훈은 큰 소리로 포효하며 코트를 가로질렀다. 승부처 쏘아 올린 김훈의 외곽슛으로 DB는 SK의 추격을 끊고 달아날 수 있었고 11연패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난조인 상황에서 젊은 피 김훈의 선전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팀 전력에 더 큰 보탬이 되기 위해 다듬어야 할 점도 많다. 다소 들쭉날쭉한 경기력에 더해 받아먹는 슛 외에 공격에서 이렇다 할 장점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D리그와 정규리그를 오가며 조금씩 가능성을 비치고 있는 김훈. 그가 남은 시즌 어떤 모습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해보자.

주연보다 빛난 조연, ‘마산 르브론’ 김동욱

김동욱(서울 삼성)
주전 출전: 0경기 / 벤치 출전: 9경기
평균 22분 17초 출전 8.1득점 1.8리바운드 3.6어시스트

베테랑이 주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특히, 코트에 서 있을 때 동료들이 느끼는 안정감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주도권을 뺏겨 쫓아가는 상황에서도 어렵다는 생각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승부처에서도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존재만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 ‘마산 르브론’ 김동욱은 서울 삼성에 있어 그런 선수다. 2라운드 들어서는 경기 운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베테랑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김동욱은 1라운드와 비교할 때 출전 시간이 크게 늘었다. 9경기 평균 11분 40초에서 22분 17초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덩달아 다른 지표들도 변했다. 같은 기준 평균 득점은 2.3점에서 8.1점으로, 어시스트는 1.3개에서 3.6개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주목해야 할 부문은 어시스트. 김동욱은 볼 핸들링 능력과 패스 센스 등에서 웬만한 가드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기범의 입대로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삼성은 그의 경기 조율 능력이 필요했다.

지휘관으로서 김동욱의 역량은 지난달 11일 원주 DB전에서 빛났다. 2쿼터 교체 투입된 김동욱은 제시 고반과의 투맨 게임을 시작으로 경기를 천천히 조립했다. 탑에서 동료들의 기회를 봐주면서도 수비가 헐거워지면 곧바로 슛을 던졌다. 4쿼터 막판에는 해결사 기질도 발휘했다. 2점 차까지 따라잡힌 상황이었지만 김동욱은 긴장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종료 15초를 남기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터뜨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날 최종 기록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15득점 4어시스트 4스틸이었다.

불혹에 이른 김동욱에겐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리그 최고참인 부산 KT의 오용준(41세)을 제외하면 가장 나이가 많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 펼치는 열정과 기량만큼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그는 경기를 통해 여전히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김동욱의 농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병우가 쏘아 올린 간절함의 크기

박병우(창원 LG)
주전 출전: 2경기 / 벤치 출전: 6경기
평균 13분 47초 출전 6.0득점 0.6리바운드 1.1어시스트

남자 프로농구는 지난달 중순부터 2주가량 휴식기를 가졌다. 각 팀은 전열을 가다듬었고 선수들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다가올 경기를 준비했다. 이후 재개된 2라운드.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띈 선수가 있었다. 큰 폭으로 증가한 출전 시간만큼 쏠쏠한 활약으로 팀에 공헌한 박병우였다. 박병우는 중요한 순간마다 장기인 외곽슛을 연거푸 넣으며 중고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병우는 휴식기 이후 치른 3경기에서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10점, 15점, 12점)을 올렸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기록이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 이후 처음으로 맛본 3연속 두 자릿수 점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올 시즌 2라운드 초반과 달리 25분 내외로 부쩍 늘어난 출전 시간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록을 통해 그가 휴식기를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박병우는 지난 6일 안양 KGC전에서 전반에만 15득점을 기록, 자신의 전반 득점 커리어하이를 썼다. 1쿼터 외곽포 한 방으로 슛 감각을 찾은 박병우는 2쿼터 들어 2개의 3점슛을 추가했다.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득점 기회를 노렸고, 패스를 받은 직후에는 주저 없이 슛을 던졌다. 박병우는 이어진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도 7개 중 4개의 외곽슛을 터뜨리며 팀 승리(83-78)를 견인했다.

박병우는 원주 동부 시절까지만 해도 괜찮은 슈터로 평가되곤 했다. 하지만 상무에서 돌아온 이후 내리막을 걸으며 팀에서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LG로 이적한 지난 시즌에는 단 15경기 출전에 그쳤고, 3점슛 성공률은 19.4%까지 내려앉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 그렇기에 박병우의 올 시즌은 누구보다 간절하다. 개막 전 “바닥부터 들어가는 것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던 박병우. 시즌이 끝날 무렵, 그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지켜보자.

부상 딛고 동료 공백 메운 김민구

김민구(울산 현대모비스)
주전 출전: 1경기 / 벤치 출전: 6경기
평균 23분 47초 출전 11.3득점 3.1리바운드 2.6어시스트

올 시즌 현대모비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민구. 그의 2라운드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부상이 원인이었다. 김민구는 1라운드 도중 발목을 다치며 한동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라운드 들어서도 후유증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을 더 끌 순 없었다. 팀의 주포 중 하나인 김국찬마저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김민구는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제 몫을 다해줬다.

김민구는 부상의 여파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코트에서만큼은 내외곽을 부지런히 휘저으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기록 면에서는 주전으로 출전하던 1라운드보다 더 나아진 모습이었다. 김민구의 평균 득점은 1라운드 9.0점에서 2라운드 11.3점으로 올랐다. 평균 3점슛 시도 및 성공 개수도 3.5개 중 1.0개에서 5.1개 중 2.1개로 상승했다. 여러 차례 결장하며 경기 감각이 조금 무뎌질 법도 하지만 손끝은 확실히 살아 있었다.

특히, 휴식기 직전 경기였던 지난달 19일 전자랜드전에서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을 작성했다. 2쿼터부터 코트에 들어선 김민구는 3점슛 2개를 포함해 8점을 넣으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어 4쿼터에는 13점을 몰아치며 승부의 추를 기울였다. 총 21득점. 필드골 성공률이 7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고효율을 보여준 셈이다. 김민구의 활약으로 현대모비스는 전자랜드에 79-64로 승리했다.

현대모비스의 앞선을 책임지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김민구. 최근 김국찬에 이어 전준범까지 다치면서 가뜩이나 무거운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2라운드만 놓고 보면 선방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만 동료들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울 수 있다. 과연 김민구는 557.1%라는 역대 최고연봉 인상률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 보일 수 있을까. 리그 중위권 도약 여부를 가를 열쇠가 그의 손에 있다.

 

#사진_점프볼 DB(홍기웅, 박상혁 기자)

 

점프볼 / 이영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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