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끼리 싸울 수도 있지” 니콜슨-이관희 벤치 충돌 비하인드

잠실/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3 10: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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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슨-이관희
[점프볼=잠실/정다윤 기자] 시간을 지난 12월 28일로 되돌린다.

원주 DB와의 맞대결이었다. 작전타임 중 벤치가 먼저 달아올랐다. 이관희와 앤드류 니콜슨의 충돌. 엇갈린 감정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은 공중파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맥락은 분명했다. 쌓여 있던 답답함이었다. 당시 연패라는 무게가 선수들의 어깨를 눌렀다. ‘이겨야 한다’는 압박이 겹겹이 쌓인 상황. 그날 벤치에서 벌어진 장면 역시 그 연장선 위에 놓여 있었다.

김효범 감독은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

“서로 답답했던 것 같다. 공격 선택이나 전술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이후 다 대화를 했다. 선수들이 먼저 ‘미안하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다’고 하더라. 오늘(2일) 아침에도 웃으면서 훈련을 소화했다. 어차피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지금은 전혀 문제 없다.”

갈등의 뿌리를 ‘승부 근성’에서 찾았다. “워낙 승부 근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최근 접전이 많았고 다 잡은 경기를 놓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장면이 나왔다. 물론 공개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안 된다. 그래서 분명하게 경고했고, 재발은 없을 거다.”

당시 4연패의 한복판에 있었다. 위를 바라보며 달릴수록 발밑의 그림자는 길어지는 법이다. 스포츠에서 선수 간 충돌은 낯설지 않다. 다만 그날은 화면 밖으로 튀어나왔고 그만큼 더 무겁게 보였다. 선수들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선수단의 단합이다. 응집력, 그리고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다. 바로 팀 미팅을 했다. 앤드류와 (이)관희가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오늘 아침에는 관희가 선물을 줬다고 하더라. 서로 줬다고 했나…. 어제(1일) 훈련도 잘 마쳤다.”


엉킨 실타래를 길게 두지 않았다. 감독과 선수단은 빠르게 대화의 자리를 만들었다. 분위기에 균열이 번지기 전 매듭부터 풀었다.

“이게 오래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선수들을 만났다. 사나이들끼리 그럴 수도 있다. 나라고 안 그랬겠나. 너무 크게 부각되는 게 안타깝다. 물론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스포츠라는 게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순간도 있다.”

이후 12월 30일 KT전에서 두 선수는 함께 코트를 밟지 않았다. 갈등의 여파라는 해석이 뒤따랐지만 결론은 분명했다. 이는 전술적 실험이었다.

“분석에서 나온 선택이다. 코트 마진을 따졌을 때 ‘한번 나눠서 뛰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둘 다 슛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돌파형 선수와 조합을 맞춰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어 “돌파형인 (신)동혁이, 저스틴(구탕)과 조합을 맞춰 균열을 내보려 했다. 관희는 픽앤팝을 하는 선수다. 롤하는 선수와 뛰게 해 효율을 보자는 기용이었다. 둘의 문제 때문은 전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결론은 명확했다. 공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분리해서 해봤지만 그것도 아니더라. 힘이 빠진다. 둘도 인정하더라. 같이 뛰어야 된다고(웃음).”

답은 다시 ‘함께’였다. 베테랑의 책임감도 그 지점에서 드러난다. 이관희는 팀 내 최고참이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코트에 나선다. 대부분의 KBL 선수들이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쯤 코트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관희는 원정을 제외하면 늘 2시간 30분 전 이미 땀으로 몸을 적신다.

올 시즌 삼성에서 헌신해온 그에게 쉽게 날을 세울 수 있겠는가. 최고참임에도 수비에서는 상대 에이스를 맡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공격에서도 결국 팀을 위해 한 번 더 내려놓는 희생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어제 훈련에서 관희에게는 수비에서 균열을 내달라고 했다. 나이도 가장 많고 슛을 쏘고 싶겠지만… 돌파를 해달라고 했다. 킥아웃 패스가 나오게끔 말이다.”

니콜슨 역시 다르지 않다. 삼성 핵심이자 공격의 축을 맡고 있다. 책임이 필요한 순간, 그는 늘 경기의 마지막 장면 근처에 있다. 올 시즌 평균 19점 6.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지만 결론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데 있었다.

“앤드류에게는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더 희생해 달라고 했다. 페어링해서 뛰는 건 결국 해야 할 일이다. 선수들을 믿는다.”

벤치에서 시작된 작은 파열음은 팀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방향은 다시 맞춰졌다. 승부의 세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팀의 얼굴을 만든다.

비록 6연패의 터널에 놓여 있지만 결국 삼성이 믿을 수 있는 이름은 이관희와 니콜슨이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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