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갈림길에 선 KT 박준영, 삼성 차민석

김종수 / 기사승인 : 2021-11-17 22: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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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용 인원이 정해져 있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동 포지션에 자신보다 뛰어난 혹은 가능성이 큰 경쟁자가 있을 경우 출장시간의 감소 및 그로 인한 기회 박탈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차라리 식스맨 정도의 기대치라면 모를까 주전급이 가능한 기량이나 성장 가능성을 갖춘 선수같은 경우 억울함을 느낄수도 있다.


한팀에서 5명씩 밖에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농구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떤 스포츠보다도 포지션별 분배가 확실한 종목인지라 비슷한 자리에서 자신보다 나은 선수가 있는 경우 원하는 출장시간이나 기회를 갖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경험치로 성장해야 하는 젊은 선수들의 경우 그로인해 발전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차라리 자신을 필요로 하는 타팀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도 생길 수 있겠지만, 팀 입장에서도 적절한 대가 없이 상대팀 전력을 올려주기만 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 프로농구 선수이자 현재는 농구 교실을 운영 중인 김훈(48‧190cm)은 “아주 압도적인 기대주가 아닌 이상 자신의 가능성에 맞게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운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대학교에서 정통포인트가드로 이름을 알렸던 유망주가 팀에 들어왔는데 국가대표 1번 이상민이 버티고 있다? 거기에 한창 전성기다? 그럼 그 유망주가 얼마나 기회를 받을 수 있겠는가. 포인트가드가 목마른 팀에서는 그 기대주를 원하겠지만 이미 유망주는 이상민이 있는 팀의 지명을 받은 상태다. 어지간한 대가 없이 남 좋을 일을 시킬 이유는 없다. 서로를 원하는 선수와 팀이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고 말했다.


현재 그러한 케이스로 아쉬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선수를 꼽으라면 KT 박준영(25‧195.3cm)과 삼성 차민석(20‧199.6cm)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둘 다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선수들인 만큼 기대치나 관심은 상당한 편이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필요한 만큼의 경험치를 쌓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2018년 1순위 출신 박준영은 한동안 ‘변거박(변준형 거르고 박준영)’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박준영이 나쁜 선수라서가 아니다.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동국대 가드 변준형(25·185㎝)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준영이 KT에 뽑힐 당시 KT팬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같은 고려대 출신이라고 뽑은 것 아니냐?'는 학연픽 논란까지 있었다.


이같은 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박준영도 좋은 선수로 차분히 성장하기는 했지만 변준형은 첫해, 평균 19분 2초를 뛰면서 8.3점, 2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받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 중 한 명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세간의 혹평에 주눅이 들었던 탓일까. 첫 2시즌 동안 박준영은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며 변준형과의 비교에 더욱 작아지기만 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시즌은 박준영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됐다. 46경기 동안 18분 31초를 뛰며 평균 6.9득점, 3.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아주 훌륭한 성적까지는 아니라도 충분히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박준영에게도, 팀에게도 득이 됐다는 평가다.


박준영은 일반적인 4번과는 조금 다르다. 포지션 대비 사이즈가 좋은 것도 아니고 스피드, 파워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어찌보면 낙제점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대신 빅맨으로서의 다양한 테크닉과 준수한 BQ가 돋보인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스탭이 좋은지라 다양한 방식으로 골밑 공격을 시도하고 슈팅력도 준수해 오픈찬스에서 곧잘 미들슛, 3점슛 등을 성공시킨다.


무엇보다 빅맨치고 시야와 센스가 나쁘지 않아 스크린플레이나 패싱게임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박준영이 나오면 볼이 잘 돈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박준영은 아직 완성형이 아닌 기대주다. 젊은 선수이니만큼 매 시즌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변준형으로 인해 화가 났던 KT팬들도 달라진 박준영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허훈, 양홍석과 함께 KT를 이끌어갈 미래로도 불렸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상황이 확 달라졌다. 전체 2순위로 국가대표 센터 하윤기(22·203.5㎝)가 들어오면서 출장시간이 확 줄어버렸다. 그로 인해 7경기에서 5분 11초를 뛰며 평균 1.6득점, 0.9리바운드로 기록이 급감했다. KT가 포워드진이 얇은 팀 같으면 주 식스맨으로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김영환, 김현민, 김민욱, 김동욱 등 다양한 스타일의 포워드가 차고 넘친다. 올 시즌은 우승에 도전할 만큼 전력이 좋은지라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면 기대주를 키우기보다는 베테랑을 더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준영 입장에서는 악재다.

 


박준영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으나 삼성 차민석 역시 좋지만은 않다. KBL 신인드래프트 최초 1라운드 1순위에 뽑힌 고졸 출신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민석은 입단 당시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으며 프로에 입성했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던 연세대 장신 가드 박지원(23·191㎝)도 있었지만 삼성은 20년 만에 나온 1순위 지명권을 과감하게 차민석에게 던졌다. 당장의 성적에는 박지원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었으나 차민석의 성장 가능성에 더 큰 점수를 준 것이다.


차민석은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갖췄으며 얼굴까지 잘생겨, NBA 진출을 노리는 데이비슨대 이현중(21·202cm), 고교생 괴물 용산고 여준석(19·203cm) 등과 함께 차세대 트로이카로 기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앞서나가는 그들과 발을 맞추려면 지속적인 성장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박준영이 그렇듯 차민석 역시 올해 새로이 합류한 슈퍼 루키로 인해 입지가 확 줄어든 케이스다. 1순위 지명권을 또다시 얻게 된 삼성은 올 시즌 역시 ‘미래에 투자한다’는 전략으로 이원석(21·206㎝)을 지명했다. 하지만 이원석은 차민석과는 다르다. 기대주이면서 충분히 즉시 전력감이다. 당장의 기량도 차민석보다 앞서있으며 똑같이 젊은 빅맨 기대주다. 현재 상황에서는 당연스레 이원석에게 기회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12경기에서 평균 10분 27초를 뛰며 3.9득점, 1.6리바운드로 지난 시즌보다 모든 기록이 감소했다. 3번 스몰포워드로 성장 방향을 바꿔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플레이 스타일상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맞지 않는 옷으로 인해 퇴보할 수 있는 위험부담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수의 미래를 위해 박준영과 차민석이 충분히 경험치를 쌓고 성장할 수 있는 팀으로 트레이드가 되는게 좋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선수 개인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프로는 타팀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다. 당장 출장시간이 적다고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선수를 헐값에 내놓을 구단은 사실상 없다. 타팀 입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기대주를 향해 좋은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다. 박준영과 차민석이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그들은 프로다. 현재의 팀에서 경쟁력을 가져가든 아님 실력을 올려서 타팀의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되든, 가치는 본인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프로라는 냉혹한 벽을 박준영과 차민석이 어떻게 깨면서 성장할지 주목된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백승철 기자,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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