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Q. 은퇴한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3살 배기 딸이 한 명 있거든요. 아내가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제가 주 양육자가 됐죠. 그리고 동호회 농구 하러 다니고 있어요. 자꾸 오라고 해서 가는데 운동 안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뛰려니까 힘들더라고요(웃음).
Q.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게 됐는데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은퇴 동의서 작성할 때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공허험이 오더라고요. 주변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다 저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빨리 빠져 나와야 된다고 하시는데 지금은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Q. 현역 연장 의지가 있었고, 지난 시즌에 충분히 좋은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아쉽진 않았나요?
당연히 아쉬웠죠. 저도 선수생활을 더 하려고 노력했는데 나이가 많으니까 모든 팀들에게 제가 우선이 아니라 차선책이더라고요. 연락 온 팀들이 있긴 했는데 계약까지 이뤄지지 못했어요.
Q. 재계약을 해주지 않은 울산 현대모비스가 야속할 것 같기도 합니다.
서운한 마음이 안 들 수가 없더라고요. 팀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간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죠. 그래도 제 커리어를 2시즌 연장해준 팀이라 고마운 마음이 더 커요. 서운함보다 고마움이 더 앞서는 것 같아요.
Q. 유재학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감독님께서 한 번 부르셨는데 그때 제가 해외에 있어서 못 뵈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미국으로 가시게 돼서 통화만 짧게 했죠. 7월 말에 한국 돌아오면 한 번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사무국장님께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감독님이 고맙다고 말씀하셨다고 그러더라고요.
Q. 은퇴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요?
현대모비스에서는 처음부터 재계약이 어렵다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다른 팀을 못 찾았죠. FA 1차 협상 기간이 끝나고 나서 은퇴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입의향서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제가 필요했다면 진작 데려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앞으로 금방 깨질 기록이죠(웃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자부심이 있어요. 선수생활이 가늘었기 때문에 길게 가지 않았나 싶어요.
Q. 선수생활하면서 후회는 없었나요?
후회 많이 했죠.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예스맨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저는 감독님이 지시를 하셔도 아닌 것 같으면 제 의견을 이야기 했거든요. 그걸 어떤 감독님들은 안 좋게 보시더라고요. 만약, 아닌 것 같아도 ‘예’라고 하고 따랐으면 좀 더 잘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아요.
신인상?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
이현민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창원 LG에 입단했다. 그는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8.1점 2.3리바운드 3.6어시스트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당당히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고양 오리온(현 데이원), 전주 KCC, 현대모비스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5-2016시즌에는 오리온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현민은 통산 702경기에서 3551점 1304리바운드 2700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Q. 단신 가드라 지명 순위가 밀릴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LG에 입단했습니다. 그리고 데뷔 시즌 신인상까지 수상했는데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웃음). 그 때는 신장이 작았어도 자신감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당당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신인상을 받았으니 잘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팀과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거든요. 신인이 혼자 잘한다고 상을 받는 게 아닌데 (박)지현이 형, (조)상현이 형, (현)주엽이 형을 비롯한 형들이 도와줬어요. 똑같이 찬스가 나면 저한테 패스를 주고, 제가 패스를 주면 무조건 슛을 던지려고 하셨죠. 제 어시스트 만들어주려고요.
Q. 그 당시에 흔치 않았던 플로터를 자주 구사했는데요. 플로터를 연습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경희대 4학년 때 김민수가 있었어요. 같이 훈련하다보면 높이가 있으니까 우연히 한 번 시도했는데 잘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사용하게 됐죠. 그 때는 이름이 플로터인줄도 몰랐어요(웃음). 당시에 신선우 감독님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으셔서 아무렇지 않게 시도했어요.
Q. LG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상무 지원했다가 탈락했습니다. 당시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진실은 무엇이었나요?
당시에 체력 테스트를 보는데 2월 말인가 3월 초여서 굉장히 추웠어요. 그래서 후드티 모자를 쓰고 뛰었거든요.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어서 중위권 정도로 맞춰서 뛰었어요. 부상당하면 안 되니까 최선을 다할 수 없었죠. 그 당시 선수들이 다 그랬고요. 근데 제가 후드티 모자 쓰고 뛰는 모습을 참모장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겨울에 추우면 귀가 시려서 후드티에 달려있는 모자를 뒤집어쓰고 뛴 건데 그 모습이 좋지 않게 보였나 봐요.

제가 상무에 있을 때였는데 진짜 기분이 더럽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좋지 못했어요. 배신감도 느꼈고요. 그래도 금방 괜찮아지더라고요. 전자랜드에 유도훈 감독님이 계셨으니까요. LG에서 저를 뽑아주신 것도 코치였던 유도훈 감독님의 의견이 컸다고 들어서 그걸로 위안을 삼았어요.
Q. 2015-2016시즌에는 오리온 소속으로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출전시간이 적어서 아쉬움이 남기도 할 것 같은데요?
운이 좋아서 우승한 것 같아요. 당시 조 잭슨이 계속 부진하다가 애런 헤인즈가 부상을 당하면서 KBL에 완벽하게 적응했거든요. 만약, 헤인즈가 다치지 않았다면 챔피언결정전에서 KCC한테 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많이 아쉽죠. 우승을 했는데도 아쉽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잭슨이 있어서 저와 (한)호빈이, 故(정)재홍이가 출전시간 20분을 두고 경쟁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후반기부터 출전시간이 늘어나서 그나마 우승에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죠.
Q.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서울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다가 2주 만에 다시 KCC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을 것 같은데요?
지금도 궁금해요. 제가 KCC에 가는 걸로 삼성과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었는지요. 그때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어요. 정말 웃기기도 했고요. 한편으로는 ‘은퇴해야 되나?’라는 생각도 조금 했던 것 같아요.
Q. 현대모비스에서 은퇴를 앞두고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출전시간과 감독님의 믿음이 있으면 선수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모비스에서는 유재학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시는 게 느껴졌고, 출전시간도 꽤 많았어요. 사실 제 나이를 보면 (서)명진이 백업으로 길어야 10분 정도 뛸 거라고 예상했는데 평균 17~18분 정도 뛰었어요. 출전시간과 감독님의 믿음이 있으니까 더 잘하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선호하는 외국선수 스타일과 제가 선호하는 외국선수 스타일이 잘 맞았던 것도 있어요. 저는 2대2 플레이에 능숙하고, 엔트리 패스 넣어주면 마무리 잘하는 외국선수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숀 롱이나 라숀 토마스와 잘 맞았어요.
Q. 현대모비스의 99즈가 유독 이현민 선수를 잘 따랐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그렇지 않아요. 말만 그러는 거예요(웃음). (신)민석이는 군산고 후배라서 제가 예뻐했고 명진이, (이)우석이, (김)동준이는 가드 포지션이다 보니 저한테 빼먹을 게 없나 해서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제가 많이 알려줬거든요.
꾸준함의 비결은 주어진 출전시간
이현민이 롱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꾸준함이다. 프로에서의 15시즌 동안 평균 출전시간이 30분을 넘었던 시즌은 단 두 시즌 밖에 되지 않지만 한 번도 10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만큼 기복 없이 코트 위에서는 묵묵히 제 몫을 했다는 뜻이다. 은퇴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53경기에 나서 평균 17분 36초를 뛰었다. 꾸준함의 대명사 이현민, 그가 꼽은 비결은 주어진 출전시간이었다.
Q. 단신임에도 프로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나요?
저는 선수라면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저는 정통 포인트가드라는 색깔을 빨리 찾은 거죠. 희소성도 있었고요. 요즘 트렌드가 바뀌고 있긴 하지만 정통 포인트가드를 찾는 지도자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Q. 이현민하면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것도 출전시간인 것 같아요. (양)동근이 형이 와도 출전시간이 3분? 이러면 절대 잘할 수가 없어요. 누가 와도 마찬가지고요. 출전시간이 적으면 자기 기량을 보여줄 수 없는 거죠.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팀의 메인 선수는 아니었는데 누가 부상을 당하면 그 때 잘했어요. 기회를 잘 잡은 거죠. 그래서 출전시간이 늘어났던 적이 많아요.

다들 저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진짜 작은 친구들이 아니고서는 저를 좋아할 수가 없죠. 플레이가 재미없으니까요. 그래도 약간의 자부심은 있어요. 작아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였나요?
(김)현중이 형에게 하프라인 버저비터 맞고 진 경기(2008년 12월 5일 vs 모비스)가 기억에 남아요. 그 전에 제가 득점에 성공했는데 하프라인에서 그걸 넣더라고요. 그게 아니었으면 제가 주인공을 됐을 텐데 말이죠. 그 시기에 제가 되게 잘했어요. 주엽이 형, 상현이 형 등 주축들이 빠졌는데도 팀이 좋았었거든요.
Q. 제일 기억에 남는 지도자는 누구인가요?
추일승 감독님이요. 제가 처음에 오리온에 갔을 때 감히 제가 평가할 위치는 아니지만 명장이다라는 느낌이 없었어요. 그런데 같이 지내보면서 왜 프로 감독으로 계시는지 느끼게 해주신 분이죠. 노력과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시는 분이에요. 열정도 크시고요. 이걸 오리온 떠나고 나서 느꼈어요. 그래서 나중에 다시 오리온에 갔을 때는 추일승 감독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뛰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동료 한 명을 꼽는다면요?
지현이 형이요. 제가 프로에 처음 와서 연봉 협상을 하는데 팀에서 7200만원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지현이 형이 듣고 연봉 협상 하는데 들어가서 “신인 선수한테 7200만원이 뭐냐. 내꺼 300만원 빼서 7500만원 맞춰줘라”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현이 형을 잘 따랐던 것 같아요. 포지션도 같아서 경쟁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Q. 선수 생활하면서 못 이뤘던 목표가 있나요?
목표는 없어요. 다만 ‘상을 한 번 더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제가 신인상 말고는 받은 상이 없거든요. 그래서 식스맨상을 생각했는데 그러려면 기록이 더 좋아야 됐어요. 근데 저는 개인 기록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서 결국 상을 하나 더 못 받고 은퇴하게 됐죠.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아직 여러 가지 생각만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게 우선이죠. 만약, 지도자가 된다면 프로 감독이 되는 게 누구나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요.
Q. 지도자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요즘 휘문고에서 김지훈 코치를 도와서 선수들을 조금씩 가르쳐주고 있어요. 처음엔 친해서 놀러갔는데 송영진 코치님이 떠나셔서 혼자 계시니까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몇 번 도와주다보니 계속 가게 됐어요. 학생들 가르쳐주면서 얻는 것도 있고, 재미도 느끼고 있죠.
Q. 마지막으로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안티팬이 많아요. 욕도 많이 먹었고요(웃음). 제가 최애인 팬들도 많지 않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지금까지 길게 농구를 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 계속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현민 프로필
생년월일
1983년 6월 16일
신장/체중
174cm/75kg
학력
군산초-군산중-군산고-경희대
드래프트
2006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 창원 LG
선수 경력
2006~2011 창원 LG
2011~2013 인천 전자랜드
2013~2016 고양 오리온
2016 서울 삼성
2016~2019 전주 KCC
2019~2020 고양 오리온
2020~2022 울산 현대모비스
# 사진_박상혁 기자, KBL 제공
# 장소 제공_티 플랜트(서울 서초구 동광로39길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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