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KB스타즈 신예 박은하(G, 166cm)가 데뷔전을 치렀다. 첫 득점에 실패한 박은하는 자신을 갈고 닦아 다음에는 꼭 3점슛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청주 KB스타즈는 23일 청주체육관에서 펼쳐진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부천 하나원큐와의 홈경기에서 71-56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KB스타즈는 19일에 우리은행을 70-62로 꺾으며 통산 100승을 달성한 안덕수 감독의 '100승 축하 파티'를 100% 만끽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는 또 다른 신인이 코트 위에 얼굴을 드러냈다. 바로 KB스타즈의 신인 가드 박은하였다. 전주비전대 출신 박은하는 2020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3라운드 4순위(전체 16순위)로 KB스타즈에 지명됐다.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본지 인터뷰를 통해 “열심히 한 만큼 (박은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전주비전대는 이번 2020 KUSF 대학농구 U-리그 여대부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팀이다. 가용 인원이 5명에 불과했으나, 끈끈한 조직력으로 기어이 결승 무대에 올랐다. 박은하는 전주비전대 내 유일한 4학년 선수로서 팀의 중심을 잡았다. 박은하의 대학 시절 마지막 대회 성적은 플레이오프 2경기 포함한 총 4경기 평균 20.3득점 5.5리바운드 4.5어시스트 2.8스틸이었다.
박은하는 대학 무대 활약을 보상받았다. 선발회 열기가 거의 사그라들었던 3라운드. BNK가 숭의여고 고세림(3라운드 1순위)을 지명했으나,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이 지명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대로 선발회가 마무리되는 듯한 순간, KB스타즈는 추가 시간을 요구했다. 그리고 안덕수 감독은 장고 끝에 박은하를 단상 위로 불러냈다. 박은하는 선발회에서 호명된 14인 중 말석을 차지했다.
동기인 조수민(2020.11.22, 하나원큐 전)과 양지수(2020.12.17, BNK 전)가 이미 차례대로 데뷔전을 치른 상황. 박은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68-49, 4쿼터 3분 8초가 남은 상황에서 안덕수 감독은 심성영을 불러들이고 박은하를 코트로 내보냈다.
박은하의 움직임은 경쾌했다.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다는 듯 공을 잡으면 재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빠른 왼쪽 돌파가 일품이었다. 박은하는 우측 45도에서 골밑으로 두 차례 파고들어 레이업을 시도했다. 비록 슛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김미연의 파울 2개를 유도했다.
그런데 자유투가 문제였다. 첫 번째 자유투 2개는 모두 길었고, 두 번째 자유투 1구는 짧았고, 2구는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긴장을 주체할 수 없는 듯 손에 바람을 불어넣고 손을 털기도 했지만, 자유투는 속절없이 빗나갔다. 박은하는 1군 무대 첫 득점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박은하는 1리바운드로 데뷔전을 마쳤다.
다음은 경기 후 유선 통화를 통해 이뤄진 박은하와의 인터뷰다.
Q. 드디어 데뷔전을 치렀다. 축하한다. 당시 기분은 어땠는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 표정으로는 긴장했다고 볼 수도 있었는데, 사실 긴장했다기보다는 설렜다. 감독님께서 준비하라고 말씀하셨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그려내고 있었다.
Q. 무엇을 하고 싶었나? 안덕수 감독이 지시한 게 있었는가?
따로 지시한 건 없고, 진경석 코치님께서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나도 공을 잡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출전한 김에 뭐라도 해보자’, ‘내가 공격을 풀어보자’라고 생각했다.
Q. 언니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나?
사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힘내라고 말한 것만 기억난다. 언니들 덕분에 출전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Q. 그런데 아쉽게도 자유투 4개를 모두 놓쳤다.
대학생 때 자유투 17개를 던지면 14개가 들어갔다. 몸은 준비가 됐는데, 마음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드라이브인까지는 괜찮았다. 자유투를 던질 때 머릿속 생각도 많았고, 반드시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니 긴장해버렸다.
Q. 세 번째 자유투를 던졌을 때, 누군가 ‘아, 빠졌어’라고 말한 장면이 중계됐다. 누가 말했는지 기억나는가?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벤치에 있는 언니들이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난 너무 창피해서 내가 슛 던지는 걸 다시 안 봤다, 크흑. 하나라도 들어갔으면 봤을 텐데, 하나도 못 넣어서 창피하다. 언니들이 아직도 놀린다. 코치님들도 안 들어갈 줄 알았다고 말씀하시면서 놀린다.
Q. 그래도 어쨌든 첫 번째 정규 경기를 소화했다. 조수민, 양지수 등 팀 내 선발회 동기들이 먼저 출전했을 때의 느낌은 어땠는가?
(조)수민이가 출전했을 때, 들어가자마자 득점해서 정말 기뻤다. (양)지수가 뛰었을 때는 대학교 시험 때문에 직접 보지는 못하고 영상으로 확인했다. 3점슛이 안 들어가서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동기들이니 다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들도 제가 뛰는 걸 보며 나를 격려해줬다. 서로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했다.
Q. 이번 선발회에 뽑힌 선수 명단에 대학 출신 선수들(4명)이 적지 않다. 특히, 이지우(하나원큐)는 이미 팀 로테이션에 녹아들고 있다.
벤치에서 본 첫 경기에 (이)지우가 출전했다. 지우를 보면서 ‘와, 지우는 언니들이 있는데도 자기 할 걸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들어가면 내가 해야 할 걸 해야 한다고 느꼈다. 의욕이 생겼다.
Q. 이제 프로 생활을 2개월 정도 했다. 대학생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확실히 프로팀의 운동량이 많다. 대학생 때는 하루에 한 번 훈련했지만, 여기서는 세 번 한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적응했다. 다들 잘 대해주셔서 고맙다.
Q. 누가 가장 잘 대해주는가?
내가 대졸자라서 나이가 많은데, (이)윤미, (선)가희, (최)민서와 같은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다가온다. 내가 나이 많은 신인이라 나를 불편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를 잘 챙겨주고 내게 프로 생활에 대해 잘 알려준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나서서 일을 도맡고 있다. 애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웃음).
Q. 코로나19로 대회가 여러 대회가 취소됐다. 선발회를 준비하기 어렵지 않았나?
코로나19 때문에 U-리그가 예정보다 늦게 끝났다. 그래서 선발회보다는 U-리그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U-리그가 끝나고 바로 선발회가 열렸다. 선발회 직전까지 경기를 소화해서 그런지 트라이아웃 때 몸이 괜찮았다. 올해 선발회는 예전보다 대졸자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환경에서 열렸다고 생각한다.
Q. 드래프트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을 것 같다.
마지막에 지명됐다. 정말 마음을 많이 졸였다. 선발회가 끝날 무렵엔 ‘이제 농구는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제 전주에 내려가서 일을 찾아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라커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Q. 만약 뽑히지 못했다면 이후 계획은 무엇이었는가?
실업팀 입단을 생각했고, 잘 안되면 초등학교 코치도 염두했다. 라커룸에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다. 참 다행이다(웃음).
Q. 하지만 3라운드 선수에겐 기회가 시간이 부족하다. 초조하진 않은가?
초조하진 않다. 내가 할 걸 하면 감독님과 코치님이 알아주시리라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다.
Q. 현재 KB스타즈는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언니들의 어떤 점을 본받고 싶은가?
언니들이 정말 잘해서 딱 하나만 꼽을 수 없다. 굳이 하나를 정해보면 최희진 언니의 3점슛 타이밍을 배우고 싶다. 엄청 빠르다. 내가 드라이브인과 3점슛을 조합하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다음에 출전하면 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일단 내가 긴장하는 모습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두 번째 출전 때는 득점까지 하고 싶다. 가장 하고 싶은 건 3점슛이다. 3점슛을 제대로 딱 한 번만이라도 넣어보고 싶다.
Q. 자유투가 첫 득점이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 의미를 두자면 자유투가 첫 득점인 것도 나쁘진 않다, 헤헤. 그래도 일단 시원하게 3점슛을 넣고 싶다. 첫. 득. 점. 으. 로.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에는 득점까지 할 수 있도록 더 성장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사진=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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