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호중 인터넷기자] 르브론 제임스가 LA 레이커스로 이적함에 따라, 많은 이들은 동부의 패권은 보스턴 셀틱스에게 넘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2017-2018시즌, 보스턴은 젊은 선수들과 유능한 코치의 역량을 앞세워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7차전까지 몰아세운 바 있다. 여기에 카이리 어빙과 고든 헤이워드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만큼 전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 봤던 것.
하지만, 보스턴은 정규시즌을 49승 33패, 동부 컨퍼런스 4위라는 성적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는 밀워키 벅스에게 1승 4패로 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내내 어중간한 경기력이 이어지자 많은 이들이 보스턴의 오프시즌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보스턴은 여러 과감한 움직임들을 단행했다. 그렇다면 보스턴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새로운 영입들은 다음시즌 보스턴을 더 높은 자리로 이끌 수 있을까?
보스턴 부진의 원인 규명- 카이리 어빙
흥미로운 통계가 발표되었다. 미국의 주(州)마다 NBA 선수 관련 부정적인 내용의 트윗을 근거로, 그 주의 팬들이 가장 혐오하는 선수를 집계했다. 놀랍게도 뉴잉글랜드(보스턴의 연고)의 적대심은 시즌 내내 그들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카이리 어빙을 향해 있었다.
보스턴 팬들이 그들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시킨 르브론 제임스나, 보스턴 합류를 공개적으로 꺼려한 앤써니 데이비스, 또는 기대 이하의 복귀시즌을 보낸 고든 헤이워드도 아닌 어빙을 질타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스턴 팬들은 보스턴 최고의 라이벌 구단(필라델피아 76ers)으로 이적한 알 호포드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보낸 바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어빙을 싫어(?)하지는 않았을 터. 그렇다면 그들이 시즌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어빙을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1) 팀 케미스트리 문제
보스턴과 팀 케미스트리 문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근 10년 동안 셀틱스는 똘똘 뭉친 조직력과 지도력으로 상징되는 팀이었다. 이는 2017-2018시즌이 화룡점정이었다. 팀의 주전이었던 제이슨 테이텀과 제일런 브라운은 각각 데뷔 1년차, 2년차의 원석이었고 테리 로지어는 주전으로 뛰는 첫 시즌이었다. 너무 많은 부상악재로 팀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동부 컨퍼런스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파이널 진출에 단 1승이 모자랐던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 시즌 최고의 팀 케미스트리를 보인 팀은 보스턴이라고 꼽는다. 그러나, 단 한 시즌 만에 세간의 평가는 바뀌게 된다.
“어빙은 보스턴을 떠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시즌 셀틱스는 정말 좋아하기 힘든 팀이었다.”
- ESPN 라이언 루실로(ryan Russilo)
“카이리는 역량 미달의 리더였다.”
- ESPN 맥스 켈러만(Max Kellerman)
선수들 간의 갈등의 시작은 볼 소유였다. 선수들은 점점 더 많은 공격기회를 요구했으나, 공격 기회는 오히려 더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어빙은 리그 대표 공격형 가드이다. 그의 공격은 대부분 화려한 드리블에 기반한 아이솔레이션 공격이다. 근본적으로 이 방식에서 누군가는 볼을 손에 잡는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브라운, 로지어 같은 선수들은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어빙이 합류한 것이다.
어빙은 나름대로 이타적으로 플레이하려고 노력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6.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USG%는 리그 전체 상위권이기는 했으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빅3로 활동할 때보다 적은 수치였다. 어빙이 노력했음은 분명하지만 영건들의 불만은 계속 쏟아졌다. 플레이 방식에 있어서 어빙과 보스턴은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언론에 공개된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그 고충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시즌 어빙은 15경기를 결장했다. 그 사이 팀 성적은 12승 3패였다. 대조적으로, 어빙이 뛴 경기는 37승 30패로 5할을 간신히 넘기는 승률이었다. 통계들은 말한다. 어빙은 팀플레이를 하려 했으나, 팀은 어빙이 없을 때 볼 움직임이 살아있는 공격을 했고, 결과도 훨씬 좋았다고. 서로 노력했으나 플레이 성향상 아주 안 맞던 조합이었고, 영건들은 어빙에게, 어빙은 영건들에게 불만이 쌓이는 것에서 케미스트리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플레이 성향이 안 맞는 것에 대해서는 어빙의 문제가 있지만, 이를 어빙의 책임으로 전가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어빙은 노력한 부분이 있다. 다만, 어빙이 코트 밖의 리더로서 보인 행동은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할 부분들이 있다.
보스턴에서 본격적으로 풀시즌을 소화한 2018-2019 시즌, 어빙의 얼굴에는 종종 짜증과 불만이 엿보였다.
가시적으로 동료들에게 불만을 표현한 장면들도 있다. 10월 22일 올랜도 매직 전, 헤이워드가 인바운드 패스를 본인이 아닌 테이텀에게 건네자 어빙은 헤이워드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3월 23일 샬럿 호네츠 전도 비슷했다. 3점 차이로 지고 있던 경기에서 로지어의 풀 업 3점슛이 안 들어가자 어빙은 저지를 얼굴에 뒤집어쓰며 짜증을 표했다. 성숙하지 못했던 장면이 또 있다. 통상적으로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끝나면 감독 뒤로 코치들이, 코치 뒤로 선수들이 퇴장하기 마련이다. 감독들은 사이드라인에서 악수를 하고, 선수들은 코트위에서 축하를 해준다. 하지만 밀워키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끝난 후 어빙은 스티븐스 감독보다 앞질러 상대 코트로 넘어가 상대 선수를 축하해주었다. 그것이 어빙의 셀틱스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모습이었다. 사소한 장면일지라도, 어빙이 스티븐스 감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팀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위치 등이 잘 보인 장면이었다.
시즌 중, 르브론 제임스에게 사과전화를 걸었던 것도 논란이 됐다. 어빙은 르브론에게 “순진해 빠진 어린 선수였던 점이 미안하다(Apologize for being a naive young player)” 고 르브론에게 전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어빙의 발언은 어린 선수들에 대한 불만 표출이 목적이었다고 입 모은다. 현재 본인이 리더의 입장이 되어보니, 어린 선수들이 짜증남을 이해하게 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언론에 표출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추측이 따른다. 어빙 본인이 인터뷰에서 전화를 걸었음을 굳이 밝힐 이유가 이 이유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어린 선수들은 승리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어빙의 이런 성향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브래드 스티븐스 보스턴 감독은 리그에서 가장 강한 ATO(After Time out play)를 구상하는 감독이다. ‘ATO 마에스토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올해 작전타임은 위력이 많이 반감된 모습이었다. 정규시즌 기준 올해 보스턴의 클러치 경기 승률은 54.8%로 5할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전 시즌의 63%와는 격차가 있는 모습이다. 스티븐스의 진가가 발휘되는 접전상황 작전타임에 리그 최고의 클러치 슈터 카이리 어빙이 더해졌는데,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 팀이 결국에는 어빙에게 볼이 가고 어빙이 마무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스티븐스의 작전타임은 5명의 선수 모두 일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두 동적으로 움직이며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곤 했다. 하지만 2018-2019시즌에는 어빙에게 볼을 쥐여주고, 올 아웃을 지시해 어빙의 드리블에 이은 돌파를 다른 선수들이 서서 감상하는 것이 보스턴 클러치의 특징이었다.
어빙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박한 이유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어빙이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유가 본인이 리더로 뛸 수 있는 팀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
훌륭한 리더는 승리에는 팀원 탓을, 패배에는 본인 탓을 한다. 하지만 어빙은 동료 탓, 스태프 탓으로 돌리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3월 23일 샬럿 전 이후 어빙은 인터뷰에서 코칭스태프의 켐바 워커 수비 전략이 잘못되었다고 언론에다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워커의 마크맨으로서 수비해내지 못한 본인의 언급은 일체 없었다.
어빙은 시즌 종료 후 브루클린 네츠에 케빈 듀란트와 함께 이적했다. 에이스 롤, 리더 롤은 듀란트가 수행할 확률이 높다. 리더의 직책을 한 시즌 만에 포기한 것이다.

(2) 아쉬웠던 어빙의 플레이오프
보스턴의 정규시즌은 다사다난했다. 보스턴 팬들은 어빙을 팀의 1옵션으로 더 밀어줘야 된다는 파와, 어빙을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파로 나뉘게 되었다. 이들은 늘 충돌했다.
어빙이 부진한 날, 어빙을 지지하는 이들은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어빙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보스턴의 로스터에는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어빙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챔피언십 DNA를 갖고 있는 선수인 데다가, 큰 경기에서 클러치 샷을 터뜨리는데 능한 어빙이었기에 팬들은 정규시즌과 별개로, 플레이오프에서 진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이는 보스턴에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2018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7차전, 보스턴은 클리블랜드를 87점으로 묶는데 성공했으나, 79점밖에 득점하지 못하며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포인트가드 로지어는 14개의 야투시도 중 2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으며, 팀 야투율이 34.1%에 머물렀다, 어린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한계를 노출한 것이다. 보스턴에는 그저 큰 경기에서도 슛을 꽂아줄 강심장이 필요했다. 어빙은 그 역할에 제격이었던 것이다.
어빙은 정규시즌 막판에 “의미 없는 정규 시즌이 끝나고, 빨리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빙의 존재가치는 플레이오프에서 증명되지 못했다. 어빙은 21.3득점을 38.5%의 야투율과 3개의 턴오버를 동반하며 기록했다. 클리블랜드 시절 약 25득점과 47퍼센트의 야투율을 오가던 공격 효율성 극강의 플레이오프 모드는 온데간데없었다. 팀 케미스트리 문제가 심했을 때도 그를 지지했던 팬들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어빙은 2019년 플레이오프에서 9경기 동안 평균 21.3득점과 7.0어시스트를 평균 36.7분의 출전시간동안 기록했다. 야투율은 38.5%였고 3점 성공률은 31.0%였다.
반면에, 로지어는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에서 19경기동안 평균 16.5득점, 5.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평균 출전 시간은 36.6분이었으며 야투율과 3점 성공률은 각각 40.6%, 34.7%였다.
기록으로만 봐도, 과연 어빙이 로지어의 ‘scary terry mode’보다 플레이오프에서 잘했나 의문이 든다. 평균 득점이 높지만 어빙은 야투시도를 2개 더 했고, 야투율이나 3점슛 성공률 모두 로지어가 높다는 점을 볼 때, 그의 백업이 1년 전에 보였던 존재감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6배정도의 연봉차이는 덤이다. (2018-2019시즌 기준 어빙 연봉: $20,099,188, 로지어 연봉: $3,050,390)
더 심각했던 것은 수비력이다. 어빙은 플레이오프 내내 백코트하는 속도가 논란이 됐다. 보스턴은 밀워키의 야니스 아테토쿤보가 속공을 할 때 트리플팀 전략을 구사했다. 이러면 밀워키의 선수들은 오픈기회를 많이 잡게 된다, 보스턴 모든 선수들의 빠른 백코트와 적극적인 슛 견제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어빙은 이 전략에 꾸준히 반대되는 행동들을 했다. 어빙은 상대 포인트가드가 공을 끌고 올 때, 본인이 가장 가까이에 있음에도 백코트 되어있는 센터에게 포인트가드 수비를 지시하고 본인은 설렁설렁 뛰어 윙 수비를 하러 가는 장면이 많았다. 이는 각양각색의 미스매치를 밀워키에게 만들어줬다. 어빙이 경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 너무 많았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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