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솝 우화에 나오는 것 중에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때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 누구나 내용을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일화다. 이 이야기가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다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31일 서울 관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대한직장인체육회 농구협회장 배 2017 The K직장인 농구리그(www.kbasket.kr) 1차대회 디비전 1 예선전에서 30점을 합작한 한상걸(15점 10리바운드), 김상현(15점 4리반운드 3어시스트)를 필두로 출석한 인원 모두 제 역할을 해낸 끝에 ‘최강’ 101경비단을 63-61로 꺾고 2연패 뒤 첫 승을 신고했다.
앞서 말한 그대로 ‘거북이와 토끼’ 우화가 머릿속에 스쳤다. 경기 내용이 이 이야기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정일형을 제외한 출석인원 모두가 골맛을 볼 정도로 제 역할에 충실했다. 101경비단은 심혁보가 3점슛 3개 포함, 22점 8어시스트 6리바운드로 분전했으나 ‘폭군’ 김남태가 14점(8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그쳐 2016년 7월 13일에 열린 ‘2016 The K직장인농구리그 2차대회’ 두산중공업과 경기에서 68-69로 패한 이후 613일만에 패배를 맛봤다. 더불어 김남태 출전 시 2015년 11월 28일 현대모비스와 경기 이후 2년 4개월여만에 일격을 당했다.
이전 두 경기와 다르게 ‘폭군’ 김남태를 1쿼터부터 투입한 101경비단은 시작하자마자 매섭게 몰아쳤다. 유용희 득점을 시작으로 김남태가 연속 9점을 몰아넣으며 단숨에 기선을 제압했다. 김남태와 유용희는 1쿼터에만 13점을 합작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 수비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여기에 심혁보가 3점슛을 꽃아넣었고, 양창모 역시 득점에 가담하며 기선을 잡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1쿼터만 11점을 합작한 한상걸, 유우선 트윈타워를 앞세워 조충식이 빠진 101경비단 골밑을 공략하려 했다. 하지만, 101경비단 스피드를 감당해내지 못하며 끌려가기만 했다. 101경비단은 심혁보 3점슛까지 적중, 1쿼터 후반 22-9로 달아났다.
잠잠하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쿼터 들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시작은 박홍관이었다. 1쿼터 중반 느지막하게 도착한 박홍관을 2쿼터에 투입시켜 균형을 잡았다. 박홍관 투입과 함께 1쿼터 뻑뻑했던 공 흐름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낳았다. 박홍관 덕에 부담을 던 한상걸은 2쿼터에 김상현, 김정훈과 함께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신동석도 송재전에게 휴식을 주는 동시에 2쿼터에만 알토란같은 4점을 넣어 팀원들 활약을 뒷받침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게 매서운 반격을 맞은 101경비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쿼터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들에게 ‘방심’이라는 단어가 침투하기 시작했다. 그들답지 않게 골을 쉽게 넣지 못했고, 3점슛도 연이어 빗나갔다. 김남태, 유용희, 양창모 등이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냈으나, 득점으로 좀처럼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미 격차를 많이 벌려놓은 터라 바위에 누워서 자는 토끼 모습이 떠올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거북이가 우직하고 부지런하게 걸어가듯이, 한상걸, 조동준, 유우선, 신동석이 꾸준하게 점수를 올려 2쿼터 중반 28-28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101경비단은 김남태가 곧바로 3+1점슛을 성공시켜 급한 불을 껐다. 이어 심혁보가 돌파를 성공시켜 분위기를 다시 되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했다. 후반 들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한상걸, 송재전, 조동준을 앞세워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이 와중에 3쿼터 중반 ‘주포’ 한상걸이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다 손가락 부상을 당하여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아픔을 맞이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를 전화위복삼아 김상현을 필두로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반대로 101경비단은 김남태에게 휴식을 주는 대신, 심혁보를 필두로 한 체력전으로 승부를 걸었다. 심혁보는 3쿼터에만 7점을 몰아넣어 김남태 대신 주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한기도 골밑에서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코오롱인더스트리 거센 공세를 이겨냈다. 하지만, 추상원 3점슛이 연이어 빗나갔고,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탓에 분위기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를 틈타 김상현이 연속 6점을 몰아넣는 활약에 힘입어 3쿼터를 44-44, 동점으로 마쳤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3점슛이 4쿼터 들어 호조를 보였다. 박홍관, 송재전이 3점슛을 연이어 적중시켜 101경비단 수비진을 흔들어놓았다. 김상현도 유우선과 함께 골밑에서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힘입어 4쿼터 중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52-47로 이날 경기 처음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101경비단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양창모, 심혁보가 연이어 3점슛을 성공시켜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김남태가 4쿼터 들어 침묵을 지킨 데다 4쿼터 후반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자 감행한 전면강압수비도 무위로 돌아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김상현, 신동석 등 젊은 선수들이 득점에 전면 나서며 65-61로 승기를 잡았다. 101경비단은 종료 15여초를 남겨놓고 김남태가 3+1점슛을 시도했지만, 림을 빗나갔다. 그렇게 부저가 울린 순간 거북이가 결승선을 통과하여 만세를 불렀듯 코오롱인더스트리 선수들 또한 승리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날 1승 이상 의미가 있었다. ‘최강’을 상대로 얻어낸 데다, 특정 선수 한명에 의존하지 않은, 이른바 모두가 함께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101경비단도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 결말에서 나왔듯, 이날 패배를 거울삼아 모든 선수가 정신무장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이 경기 인펄스(www.jumpmall.co.kr) 핫 플레이어에는 팀 내 최다인 15점 10리바운드를 해내면 팀을 승리로 이끈 주장 한상걸이 선정되었다. 그는 “경기 전 팀 내 단톡방에서 101경비단이 워낙 강팀이기 때문에 점수차를 최대한 좁히면서 접전승부 해보자고 했다. 막상 경기에 나서니 1쿼터에 생각보다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았고, 그 다음부터 대등하게 경기 흐름을 가져가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다. 초반에 밀리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를 이뤄낸 것 같다”며 “4쿼터 중반 5점 이상 점수차를 벌렸을 때 선수들 발이 풀리기 시작하더라. 하지만, 상대팀에서 그동안 지는 경기 해보지 않은 탓에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종료 5분전부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한상걸은 3쿼터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다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4쿼터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 선수들은 전반보다 더욱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를 선사했다. 이에 대해 “2쿼터에 5점 이내로 점수차가 좁혀지는 것을 보고 4쿼터 체력전에서만 밀리지 않으면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상당한 순간 동료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파이팅 있게 잘해줘서 기분이 더 좋다”며 “손가락 다치고 나서 병원에 가보려고 하던 찰나에 101경비단 김남태 선수가 탈골된 손가락을 맞춰줬다. 막상 4쿼터 뛸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동료들을 믿었다. 특히 신동석, 조동준, 정일형 등 작은 선수들이 수비를 너무 잘해줘서 분위기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3차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디비전 1에 편성된 코오롱인더스트리. 매 경기 평균 9~10명이 꾸준하게 출석하며 선수들 모두 동반성장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꾸준하게 늘었고, 이날 대어를 낚을 수 있었다. 주장으로서 느끼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번 대회 디비전 2에 편성된다면 우승까지 노려볼 욕심이었는데 기대와 다르게 디비전 1에 편성되어 자신감을 잃은 것도 있었다. 이내 마음을 다 잡고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좋은 경기 해보자고 심기일전했다. 1차대회에서도 앞 두경기에서 보여줬듯 집중하고 실책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승리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지만 내용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선수들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느낌이다”며 “최근 들어 경기장에 9~10명이 꾸준히 나오니까 모든 선수들에게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경기에 나서면서 실력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체력전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디비전 1에 편성된 강호들과 경쟁을 통하여 성장을 꿈꾸고 있다. 주장으로서 이에 대해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많이 출석해서 모두가 꾸준하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코트에서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을 통해서 선수들이 스스로 실력을 쌓고 동반성장해 나가는 것이 이번 대회에서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다”고 말했다.
* 경기 결과 *
코오롱인더스트리 63(13-22, 17-12, 14-10, 19-17)61 101경비단
* 주요선수 기록 *
코오롱인더스트리
한상걸 15점 10리바운드
김상현 15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신동석 12점 3리바운드
101경비단
심혁보 22점 8어시스트 6리바운드, 3점슛 3개
김남태 14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양창모 14점 9리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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