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이커스인가, LG 메이커스인가?

이재범 / 기사승인 : 2018-12-17 1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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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LG가 제임스 메이스의 나 홀로 플레이 문제에 부딪혔다. 이대로 간다면 상위권이 아닌 중위권에서 맴돌며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창원 LG는 시즌 초반 울산 현대모비스에 대항할 만한 전력으로 평가 받았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1라운드 LG와 홈 경기에서 77-75로 겨우 이겼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홈 개막 11연승을 질주 중이며, 홈 경기 득실점 편차는 19.1점이다.

LG는 12승 11패로 4위다. 2위 인천 전자랜드와 2.5경기 차이이기에 2위 도약도 가능하지만, 6위 전주 KCC에게 1.5경기 앞서 있어 따라 잡힐 지도 모른다.

LG는 최근 두 경기에서 메이스 때문에 고생했다. 14일 전자랜드에게 승리했지만, 메이스는 시즌 처음으로 11점 9리바운드로 부진했다. 개막 21경기 연속 20점+ 기록도 깨졌고, 시즌 두 번째 한 자리 리바운드에 그쳤다.

LG는 이날 조쉬 그레이의 기를 살려주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메이스를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했다. 메이스는 그레이를 선발로 내보낸 것이 불만인지 아니면 머피 할로웨이와 자존심 경쟁을 펼치다 부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LG 현주엽 감독은 전자랜드와 경기에 앞서 “메이스가 득점 욕심보다 승부욕이 강하다”며 “처음 만나는 외국선수나 머피 할로웨이, 브랜든 브라운, 라건아가 속한 특정팀과 만났을 때 그러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메이스는 16일 부산 KT와 맞대결에서 다시 선발로 나섰다. 경기 시작부터 KT의 더블팀 수비에 고전하며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슛을 던질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5분 35초 만에 교체되었다.

메이스는 2쿼터부터 패스 없는 나 홀로 플레이를 본격 가동했다. 메이스는 2쿼터에 12번 볼을 잡아 9번 슛을 던지고(2쿼터 종료 0.3초 남기고 탭슛 제외), 3번 패스를 했다. 패스를 한 3번 중 2번은 더블팀 수비를 당해 슛을 던지기 힘든 때였으며, 한 번은 수비 리바운드 후 하프라인을 넘어선 그레이에게 아울렛 패스를 건넨 것이다.

메이스는 LG의 득점을 책임지는 선수이므로 마무리를 맡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메이스는 3점슛 라인 근처에서 볼을 잡아 물러나며 3점슛을 던지거나 돌파해서 밀어 넣었다. 아니면 수비 리바운드 후 자신이 직접 치고 넘어가 레이업을 시도했다.

메이스는 이런 플레이를 3쿼터에도 그대로 이어나갔다. 3쿼터 시작하자마자 돌파를 하다 마커스 랜드리에게 보기 좋게 블록 당했다. 더블팀 수비를 당할 때 뒤로 물러나며 3점슛도 던지고, 에어볼 점퍼를 던져놓고는 한 박자 늦게 패스한 김종규에게 화를 냈다. 혼자서 의미없는 드리블 치다 점퍼도 시도했다.

메이스는 3쿼터 13번 볼은 잡아 3번 패스하고 10번 슛(자신의 슛 실패 후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자유투 얻은 것 제외)을 던졌다. 패스를 한 건 더블팀을 당할 때, 수비 리바운드 후 속공 기회가 전혀 아닐 때, 외곽에서 그레이에게 패스 연결할 때였다.

LG는 2쿼터 한 때 20-36, 16점 차이까지 뒤지던 경기를 3쿼터 중반 54-55로 따라붙었지만, 메이스의 짜증 이후 흐름을 KT에게 내줬다.

그레이도 메이스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득점 욕심이 많은 선수다. LG 국내 선수들은 두 외국선수 득점을 챙겨주기 위해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보였다.

KT는 외국선수 눈치를 보며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LG와 대조를 이뤘다. 선수들이 고르게 볼을 만지고, LG의 스몰포워드가 약한 부분을 제대로 공략했다. 장기인 3점슛 기회에선 주저하지 않고 슛을 던졌다.

LG는 4쿼터 중반 3점 차이까지 따라붙었지만, 전혀 역전할 거 같지 않았다. 경기 흐름과 양팀 분위기가 그랬다. LG는 예상대로 4쿼터 중반 이후 KT의 외곽포에 무너졌다.

KT 서동철 감독은 LG에게 승리한 뒤 메이스가 골밑보다 외곽 공격 빈도가 많았던 플레이에 대해 “메이스가 골밑에서 볼을 잡으면 트랩을 가고, 외곽에서 볼을 잡으면 슛을 줘도 되니까 돌파를 막고, 반대편 빅맨이 블록을 하라는 수비를 요구했는데 선수들이 훌륭하게 소화했다”며 “역시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라서 하이포스트에서 1대1로 공격할 때 수비에서 애를 먹었다. 우리한테는 그런(외곽 비중이 높은) 공격을 해주는 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주엽 감독은 전자랜드와 4쿼터 접전일 때 메이스를 아예 벤치로 불러들여 김종규와 박인태로 골밑을 버텼다. 현주엽 감독은 전자랜드에게 승리한 뒤 “메이스가 자기 역할을 잘 못해준 경기다. 4쿼터에는 1쿼터에 쉬어서 조금 더 버틸 거라고 생각해서 넣었는데 움직임이 안 좋았다”고 교체한 이유를 설명했다.

LG가 KT와 경기에서 보여준 가장 멋진 장면은 2쿼터 6분 48초를 남기고 터진 양우섭의 3점슛이었다. KT가 지역방어를 서고 있었다. 김종규가 하이포스트에서 자리를 잡은 뒤 양우섭에게 패스를 건넸다. 이것이 깨끗한 3점슛으로 이어졌다.

LG는 김시래, 조성민, 김종규 등 어느 팀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국내선수 진영을 갖췄다. 조성민은 전자랜드와 경기에서 3점슛 4개를 터트린 뒤 “3점슛을 더 많이 던지고 싶다”고 바랐다. 조성민은 KT와 경기서 메이스와 똑같은 3점슛 3개 던졌다. 메이스에게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을 하다 실책 3개도 곁들였다. 조성민은 LG에서 슈터가 아니라 궂은 일 담당이다.

LG는 메이스가 없어도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전자랜드와 경기 막판 보여줬다. 국내선수끼리 호흡을 맞출 때 상대 수비를 멋지게 허물 수 있다. 조성민이 부진하다고 외면하기보다 이를 더 살려줄 수 있어야 한다.

현주엽 감독은 시즌 초반 그레이와 김시래의 공존이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DB와 경기에서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LG가 한 단계 올라선 계기였다.

LG는 시즌 중반 한 번 더 위기에 빠졌다. 시즌 초반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메이스의 나 홀로 플레이가 최근 두 경기에서 최고치에 달했다.

지금은 LG를 위한 메이스가 아니라 메이스를 위한 LG다. 메이스가 LG를 우승권으로 이끄는 것도 아니다. 현주엽 감독이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LG와 현주엽 감독의 미래는 없다.

#사진_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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