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대한민국농구협회(이하 협회) 실무를 총괄하는 정재용 상근부회장의 인터뷰를 4회에 걸쳐 실었습니다. 2023년, 대한민국 농구의 미래 마스터플랜 설계를 총괄했던 정 부회장은 다음 해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협회에 합류했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 농구에는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또 어떤 과제를 남겼을까요. 정 부회장과 함께 2025년 한국 농구의 여러 가지 이슈를 점검했습니다.
▶ 대표팀, 외국인 감독과 귀화 선수
인터뷰 당일, 대한체육회의 재린 스티븐슨(이하 재린) 특별 귀화 심사를 위한 화상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표팀 소식부터 물었습니다.
Q) 반갑습니다. 오늘 재린 선수 인터뷰에 농구 팬들의 관심이 큰데, 지금 어느 단계에 있고 또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합니다.
정) 오늘(15일) 3시에 화상 인터뷰가 있습니다. 재린은 우리에게 최적화된 선수입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합니다. 다 공개할 수 없지만, ‘그렇게까지 했다고?’ 말이 나올 만큼 (귀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요…. 알 수 없습니다. 농구를 위해서 대한민국의 외국인 정책을 바꾸라고 할 수는 없어요.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싶은데…. 언론과 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일까요?
정) 디드릭 로슨이 한 달 계약을 맺고 레바논 대표팀에서 뛰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아시아컵을 위해 단기 계약을 맺은 거죠. 우리는 메가 이벤트가 있을 때만 정부가 유연하게 귀화 선수 문제를 풀었습니다.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협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 단계는 넘었습니다.
※ 디드릭 로슨은 KBL 외국인선수 MVP 출신으로 2025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FLBA 아시아컵에 레바논 대표팀으로 참가했습니다.

Q) 외국인 선수 없이 남자 대표팀이 중국전 2연승을 거뒀습니다. 중국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 하려고 하는 의지가 우리가 더 강했습니다. 원팀으로 팀플레이가 더 잘됐어요. 크게 보면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차전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쉽게 생각했던 것 같고요, 2차전은 (중국도) 마음가짐이 달라졌겠지만, 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협회는 팀에 헌신하고 태극마크의 무게를 아는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일관된 원칙이 있습니다. 그 기조에서 주축 선수의 세대교체에 성공했습니다. 황금 세대를 올여름부터 모으기 시작한 것이죠. 세계 무대는 슈팅 기반으로 가야 합니다. 모두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2미터 내외의 잘 달리는 자원들이 있습니다. 풍부한 스쿼드로 선수 교체를 자주 하면서 한국 농구의 장점인 활동량과 조직적인 플레이가 나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서울SK 전희철 감독과 창원LG 조상현 감독이 대표팀을 임시로 맡아 중국전 2연승을 이끌었습니다.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전임 안준호 감독은 팀을 잘 만들었습니다. 신임 감독 공모 소식이 나왔을 때 팬들의 협회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이유입니다.
Q) 사령탑 교체는 의외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정) 안준호 감독님이 아주 잘하셨습니다. 목표 의식이 분명했고 동기부여가 명확했어요. 대표팀에 좋은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었고 전희철 감독, 조상현 감독이 짧은 기간 내에 그 장점을 극대화했죠. (안준호 감독이) 잘했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여야 했습니다. 세계 무대에 한 걸음이라도 더 갈 가능성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일관된 기조입니다.
Q) 이후 외국인 감독 선임도 화제가 됐습니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이유와 기준, 신임 감독에게 어떤 점을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정) 국내의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을지, 해외에서 찾을 수 있을지, 협회 재정으로 해외 지도자를 모실 수 있을지 고심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굉장히 좋은 퀄리티를 가진 분들이 응모해 주셨고 (외국인 감독 후보) 3명이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했어요. 마줄스 (신임 대표팀) 감독은 협회의 비전과 많은 부분 일치했습니다. 솔루션이 아주 클리어했습니다. 경향위(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이견이 거의 없었어요. 이분이라면 해볼만한 모험이라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Q) 여자 대표팀도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25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에서 4강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경기력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여자도 외국인 감독 선임을 고려하는지 궁금합니다.
정) 내년 아시안게임 성적을 잘 내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 박수호 감독과 내년 아시안게임까지 계약을 맺었어요. 여자도 멤버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 일본과 격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어떻게 극복할지가 굉장히 고민이죠. 박수호 감독이 잘 끌고 오고 있어서 그것에 더 집중하고 지원하려고 합니다.
Q) “여자농구가 위기라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또 어느 단계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 협회가 하는 일은 큰 틀에서 2개입니다. 강력한 국가대표 운영과 저변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이죠. 최상위권 선수들과 저변의 선수들을 연동하며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시스템에 의한 성과는 한 10년은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단기 성과는 또 다를 수 있을 겁니다.
Q) 16세 대표팀 등 기대 이하의 결과도 있었습니다. 일괄해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성적이 나온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공통된 특징이 있을까요?
정) 여자 16세 대표팀이 좋다고 했던 멤버에요. 그런데 (아시아컵) 7위를 했을 때 잠을 못 잤습니다. 여자농구는 위기에요. 일관된 문제가 있습니다. 선수 육성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평균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 디비전 리그, 선수 육성 시스템의 변화
2025년 5월 24일, 2025 농구 디비전리그가 본격 출범했습니다. 과거 정 부회장은 디비전 리그를 “대한민국 농구 미래 전략의 핵심”이라 표현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클럽의 재능 있는 학생들이 엘리트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Q) 올해 디비전 리그가 출범했습니다. 공식 평가 전이겠지만, 협회 내부 평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정) 출범 자체가 성과죠. 말 그대로 출범했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디비전 리그를 제안했을 때 ‘맞고 좋은 얘기이기는 한데 되겠어?’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출범했죠. 진짜 할 줄은 몰랐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고 부족한 점도 있었습니다. 아이리그도 그랬어요. 안정되기까지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했죠. 아이리그보다는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Q) 성과와 과제에 대해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정) 대회가 큰 무리 없이 운영됐습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등록이나 기록도 나중에는 정상적으로 운영이 됐어요. 대한체육회와 디비전 리그, 등록을 두 번 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과도기입니다. 그래도 (리그의) 확장성은 확인할 수 있었고, 질 높은 대회 환경 조성과 기록의 공식화는 정착이 될 것 같습니다. 참여가 많았던 시도부터 사례를 평가하며 기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Q)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든 아이리그 운영 경험이 디비전 리그 운영에도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정) 아이리그가 유스 디비전입니다. 그래서 약간 도움이 됐습니다. 왜 약간이냐. 아이리그를 했던 시스템도 유스 디비전 시스템으로 들어오려면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초등이 현실에서는 가장 복잡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엘리트와 클럽의 공존에 많은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건 디비전 리그 전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초등과 중등이 다르고 성인과 대학이 다릅니다. 각각이 다 다른 상황이라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Q) 디비전 시스템의 핵심은 승강제입니다. 승강제의 완전히 정착을 위한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정) 설계 당시부터 10년은 걸릴 거라 예상했습니다.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농구팀이 없는 시군구가 많습니다. 시도 협회의 실무 역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여자부는 새롭게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다 체계적으로, 질서 있게 목표 지점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D3의 경우 처음부터 세미 프로를 지향했습니다. 대회를 해보니 역량이 됩니다. 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입니다. 엘리트 출신 선수가 동시에 2명만 출전할 수 있는 규정의 완화도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 우려와 격려, 한국 농구 미래를 위해
정 부회장의 말처럼 디비전 리그는 “한계가 있습니다.” 리그를 운영할 저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익숙하지 않은 행정, 그것과 관련된 소통의 문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다른 문화와 형평성 등 많은 과제가 드러났습니다. 문체부의 예산 교부 지연도 갈등의 이유가 됐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국가대표 운영과 저변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선진화”라는 큰 방향에서 보면 2025년 협회 사업은 진전이 있었다고 정 부회장은 평가합니다.

지난 8일, 협회는 올림픽파크텔에서 ‘2025 농구 디비전리그 및 아이리그 운영 보고’를 개최했습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보고회가 오후 5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참석한 시도, 시군 농구협회 관계자들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이제는 디테일입니다. 문체부, 대한체육회, 각급 연맹, 지역 협회, KBL과 WKBL 등 협회가 소통해야 할 대상이 많습니다. 과정과 방법을 세심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_점프볼DB,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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