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 '승리와 팬서비스' 두 마리 토끼 잡은 ‘드라이브-In 썸 바스켓볼’

현승섭 / 기사승인 : 2020-10-15 1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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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부산/현승섭 객원기자] 부산 BNK썸이 야심차게 준비한 개막전에서 '승리'와 '팬서비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20년, 스포츠계는 ‘COVID-19 팬더믹’이라는 된서리에 호되게 당했다. 대회 일정이 연기되기 일쑤였다. 경기가 열려도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만 텅 빈 경기장을 채울 뿐이었다. 


경기장에 가지 못한 팬들의 아쉬움은 날로 커졌다. 각 구단은 그런 팬들을 달랠 수 있는 팬서비스를 구상했다. 이 와중에 BNK가 특별한 행사를 기획했다. 홈 개막전에 경기장 옆 주차장을 거대한 자동차 극장으로 만든 ‘드라이브-In 썸 바스켓볼’. BNK는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을 새겼다. 본 기자는 직접 행사에 참여해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가을 농구를 만끽했다.

※본 취재는 협찬및 지원없이 팬들과 동등한 상황에서 구매로 이뤄졌음을 밝힙니다.

 

9월 17일

시즌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매일 COVID-19 신규 확진자는 100명 전후 수준을 유지했다. 관중 입장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고, 자칫하면 새 시즌 개막도 불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BNK가 구단 공식 SNS를 통해 ‘드라이브-In 썸 바스켓볼’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나는 평소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는 걸 즐겼기 때문에 홀린 듯 참가 신청 양식을 완성했다.

 

10월 6일-13일

당첨 결과가 나오지 않아 조바심을 내던 중 6일, 드디어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며칠 뒤, 구체적인 행사 일정과 장소가 적힌 문자를 받고서야 정말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10월 14일 13:00
그러나 막상 경기 당일에 마음이 흔들렸다. 집에서 출발해 스포원파크BNK센터에 도착하기까지 운전 예상 시간은 약 5시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노 쇼(No Show)는 노 매너(No Manner)’라는 지인의 조언에 핸들을 잡을 수 있었다.

18:10(경기 전 행사 시작)

부지런히 운전한 덕분에 행사 시작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내 자리가 있는 맨 뒷줄(E열)로 이동했다.

주차 후 잠시 몸을 풀려고 내리니 내 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대형 전광판 앞에 100대가 넘는 차량이 넓게 퍼져있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구단에서 행사 참가자에게 제공한 선물 꾸러미를 살폈다. 사인볼, 양말, 빵, 음료수 등등. 선물 꾸러미를 통해 이 행사를 준비한 구단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치어리더팀의 짧은 공연과 함께 행사가 시작됐다. 뒤이어 호명된 BNK 선수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무대 위에 올랐다. 팬들은 비상 점멸등을 켜 선수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후 이병완 WKBL 총재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축사가 뒤를 이었다. 축사가 끝난 18시 36분에 비로소 선수단이 퇴장했다. 10월 중순이지만 해가 떨어지니 다소 쌀쌀한 날씨. 선수들의 몸이 굳는 건 아닐지 걱정됐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어진 공연에 씻겨나갔다. 사전녹화로 BNK 선수들이 부른 <당연한 것들>이 상영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팬텀싱어3’에서 활약한 가수 김경한이 부른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는 가을 하늘을 꽉 채웠다.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기량 치어리더도 <사랑의 밧줄>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
 

전반

드디어 경기 시작. BNK는 지난 시즌 5천 명이 넘게 운집한 홈 개막전에서 KB스타즈에 64-77로 패배했다. 그때의 악몽을 떠올린 듯 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BNK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 화면에 득점 상황이 표시되지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실제 경기와 중계의 시간차를 최소한으로 줄여 생동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무런 그래픽이나 자막이 없는 ‘클린 피드’ 방식으로 송출하고 있던 것이었다. 점수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불편한 상황. 1쿼터 중반에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TV 중계 화면을 스크린에 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BNK는 우승 후보인 KB스타즈에 대등하게 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BNK는 많은 활동량으로 신장 열세를 극복해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있었다. 40-40, 양 팀은 동률로 전반을 마쳤다.

하프 타임
팽팽하게 진행됐던 전반. 흥분을 미처 가라앉히기도 전에 <흥보가 기가 막혀>, <한잔해>가 다시 관중석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경품 추첨. 공기청정기 2대가 경품으로 내걸렸다. 견물생심. 집에 공기청정기 한 대가 있지만 한 대 더 갖고 싶었다. 하지만 어림없는 희망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불현듯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다시는 없을지도 모를 행사에 참가했는데, 이대로 경기만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이 행사에 참가한 팬들의 기분은 어떨까? 나는 정중하게 공기청정기 당첨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BNK에서 이소희를 가장 좋아한다는 권준한 씨는 “당연히 BNK가 이기길 바라는데, 아직 팽팽해서 끝까지 응원해야 할 것 같다”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공기청정기를 받아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우리 팀이 이기는 게 더 기분이 좋을 것 같다(웃음). 지난 시즌에 후반에 경기가 뒤집힐 때, 솔직히 짜증이 난 적도 있다. 비록 우리 팀이 전력상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길 바란다”라며 선수단에 끈질김과 집중력을 바랐다.

끝으로 그는 “COVID-19 상황이 빨리 끝나서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는 게 가장 좋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런 행사가 열리면 좋겠다”라며 하루빨리 관중 입장이 이뤄지길 기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후반이 막 시작됐다. 나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후반
3쿼터에는 KB스타즈가 한 걸음 앞서기 시작했다. 심성영과 박지수의 득점으로 다시 시동을 건 KB스타즈는 3쿼터 한때 점수 차를 10점 차까지 벌렸다. BNK의 흐름이 정체된 만큼 팬들의 응원은 다소 잦아들었다. 

 

더불어 자그마한 소동도 일어났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차량 내부등, 전조등, 비상 점멸등을 켜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보험회사 긴급출동 차량도 출동했다. 어수선한 상황을 전달받은 조지훈 응원단장은 장내에 상황을 전달하고 각 차량 운전자에게 시동을 걸어달라고 요청했다. 팬들은 동시에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이 시동이 BNK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은 걸까? BNK는 4쿼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노현지의 3점슛과 안혜지의 자유투로 65-65 동점을 맛본 BNK는 4쿼터 5분 42초가 남은 상황에서 김진영의 득점으로 69-67, 역전에 성공했다. 환희에 찬 비상 점멸등이 사방을 밝혔다.

이후 BNK는 권준한 씨의 바람처럼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엎치락뒤치락 숨 막히는 상황을 버텨낸 BNK는 4쿼터에만 11득점을 올린 진안의 활약에 힘입어 82-79로 감격스러운 홈 개막전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팬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리고 비상 점멸등을 켜 승리를 만끽했다. 사전에 조지훈 응원단장이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올 수 있으니 경적은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기쁨을 주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던 가족에게 다시 한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생활체육 농구를 즐기는 박재권 씨. 그와 함께 경기를 관람하러 온 두 딸도 그의 영향을 받아 농구를 참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기였다(웃음)”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즐거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팬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역시 “BNK가 우승은 힘들지라도 지금처럼 재미있는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차량 시동을 걸며 “COVID-19 상황이 빨리 종식되는 게 가장 좋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런 행사가 좀 더 자주 열리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창단 후 처음으로 홈 개막전에서 승리한 BNK. 어려운 여건에서도 팬들을 초청함으로써 승리가 가져다 준 기쁨은 배가 됐다. 

 

이번 행사를 통해 WKBL을 향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의 가장 큰 바람은 역시 조속한 관중석 개방이었다. 당장 관중석 개방이 어렵다면 이렇게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팬들을 위로할 다양한 컨텐츠가 필요하다.

 

※ 각 인터뷰는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

#사진_WKBL, 부산 BNK 공식 인스타그램, 현승섭 기자

 

점프볼 / 현승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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