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 정관장 신인 소준혁은 2024 KBL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0순위로 지명됐다. 소준혁은 최근 웜업 슈팅 때 안경을 낀 채 등장했지만, 안경 뒤엔 퉁퉁 부어오른 붉은 눈이 있었다.
취재진과 만난 소준혁은 “평소 시력이 좋지 않아 렌즈를 끼는데 이번엔 결막염이 심해져 웜업 때는 안경을 쓰고, 경기 때만 렌즈를 낀다. 슛 쏠 때 너무 불편하다. 점프할 때 흔들려서 안경에 계속 손이 간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결막염엔 렌즈 착용이 권장되지 않지만, 소준혁은 프로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소준혁은 “저번 경기에서도 렌즈를 꼈는데 너무 건조해서 뻑뻑하더라. 경기 끝나고 더 심해졌다. 혹시 몰라 오늘(23일)은 스포츠 고글도 챙겼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일단 렌즈를 끼고, 불편하면 고글 쓸 생각이다”라며 전했다.
앞서 말한 ‘스포츠 고글’은 프로농구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정관장에선 이 고글이 팀 케미에 불 지르는 점화 버튼처럼 쓰였다. 이에 대해 소준혁은 “고글을 끼고 훈련하니까 형들이 ‘최고의 무기’라고 하더라(웃음). 너무 웃겨서 집중이 안 될 정도였다고. 내가 그렇게 웃기게 생겼나…”라며 곱씹었다.
이어 “특히 박지훈-김영현 형이 빵 터졌다. 만약에 내가 경기 때 고글을 끼고 박스아웃에 들어가 있으면 상대편이 웃겨서 자유투를 못 쏠 것 같다고 하더라. 형들이 많이 놀렸다(웃음)”라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밝혔다.

박지훈은 “오늘(23일) 그 고글을 준혁이가 썼다면 30점 차로 이겼을 거다. 진짜로 준혁이가 썼으면 30점. 필살기다. 필살기”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훈련에서 소준혁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박지훈은 “훈련 때 준혁이가 고글을 쓰고 앞에서 수비를 하는데, 표정이랑 포즈가 개구리 같아서 정말 웃겼다. 아마 상대편이 슛 쏘려다가도 준혁이가 그 자세로 나오면 웃겨서 하나도 안 들어갈 거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리고 준혁이가 상대 자유투 첫 번째 구는 밑에서 잡는 포즈가 또 있다. 그건 비밀 병기라서 마지막에 한 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웃음)”라고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정관장이 얼마나 유쾌하고 끈끈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기도 했다. 그 분위기 자체가 지금의 반전 드라마를 만든 동력처럼 느껴졌다.
한때 리그 최하위였던 정관장은 지금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스스로 되살려낸 6강 진출의 희망이 그것이다. 반전 드라마엔 고통스러운 서사도 있었다. 바로 10연패라는 깊은 수렁. 그러나 1월 24일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연승이 일상이 됐고, 연패는 없었다.

이어 “연패 중엔 운동할 때도 분위기가 처지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감독-코치님이 ‘연패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것만 잘하면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고 계속 강조해 주셨다. 그래서 모두가 더 열심히 하다 보니 연승으로 이어지고 좋은 경기력도 나오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상식 감독의 말은 약속이었다. 정관장 선수들은 그 약속을 매 경기, 온몸으로 써내려갔다. 소준혁도 15경기, 출전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코트에 들어설 때 팀의 공기가 달라질 때가 있었다. 늘 부지런히 뛰며 수비했고, 가끔 터지는 외곽슛은 팀에 숨을 불어넣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되새겼다.
이에 대해 소준혁은 “상대가 슛을 최대한 어렵게 넣게 만들고 체력을 소모시키면 나는 그걸로 수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형들의 체력 안배와 감독님이 원하시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수비를 다부지게, 투지 있고 에너지 넘치게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코트에 들어간다”며 돌아봤다.
묵묵히 자신의 온기를 팀에 보태고 있다. 오래 뛰진 않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팀 분위기에 확실한 자국을 남긴다고 했다. 기록엔 남지 않아도, 에너지는 먼저 공기를 흔든다. 주장 박지훈도 소준혁의 기여를 짚었다.
“나는 늘, 막내일 때부터 벤치 분위기가 팀의 힘이라고 믿었다”라며 운을 뗀 박지훈은 “경기를 뛰지 않더라도, 들어오면 화이팅 해주고, 같이 응원해 주고, ‘파울 몇 개다’ 이런 식의 토킹도 중요하다. 그런데 준혁이가 그런 걸 정말 잘해주고 있고, 막내가 아니라도 충분히 잘할 친구라서 고맙다”고 전했다.
시즌 초반, 소준혁은 엔트리 밖에 머물던 시간조차 헛된 날이 없었다. 박지훈의 짧은 격려를 주머니 속 행운처럼 간직하며, 언젠가 찾아올 자신의 계절을 위해 묵묵히 준비했다고.
이어 박지훈은 시즌 초반 소준혁과 나눴던 기억도 꺼냈다. “시즌 끝나고는 나한테 드리블도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 정말 열심히 하고, 성실한 친구다. 시즌 초반에 엔트리에 못 들었을 때도 내가 ‘계속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해줬는데, 그걸 절대 놓지 않고 묵묵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열심히 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3&D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제 정관장은 6강을 기적이 아닌 현실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_정관장 인스타그램 캡처,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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