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 선수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아침을 맞았을까.
아시아컵 예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카타르전이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농구 팬들처럼 나도 TV를 켜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아직도 2005년 도하 아시안컵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대표팀 선수로 출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카타르는 귀화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 카타르는 3위에 올랐었다.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카타르는 NBA와 G리그를 경험한 가드 브랜든 굿윈이 합류했고, 첫 경기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선수였다. 굿윈에 대한 수비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막을지 궁금했다.
경기 시작 전,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긴장감. 현장에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중계 화면을 통해서도 선수들의 땀방울과 눈빛, 그리고 코트 위에 흐르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1쿼터 : 다소 무거운 출발이었다. 공격에서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고 실책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수비가 돋보였다. 전술이 빛났다. 확실한 플랜이 있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정성우가 그 카드였다.
애초에 정성우를 선발한 이유가 상대 볼 핸들러를 압박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굿윈을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전담 마크했고, 2대2 상황에서는 트랩과 블리츠(순간적으로 볼핸들러에게 수비수 2명이 가면서 공격루트를 차단하는 수비) 수비를 적절히 섞으면서 굿윈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굿윈의 공격 루트, 템포를 떨어뜨려 놓은 결과, 흐름을 초반부터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굿윈이 봉쇄되면서 카타르는 공격이 풀리지 않자 점차 흥분했고, 무리한 패스와 판단 실수로 전반에만 턴오버 13개를 범했다. 우리와의 평가전 이후 시간이 있었다고 하지만, 조직력이 완전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2쿼터 : 여준석이 살아났다
드디어 기다렸던 여준석의 활약이 터졌다. 특유의 활동량으로 골밑을 지배했고, 덩크 한 방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하윤기와 이정현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힘을 보탰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대한민국이 추구하고자 하는 빠른 전환과 수비 중심 농구가 살아났다.
3쿼터 : 눈꽃슈터 유기상의 원맨쇼
3쿼터는 유기상의 시간이었다. 손에서 떠난 공이 눈꽃처럼 정확히 림을 가르며 3점포가 연속으로 터졌다. 그의 슛이 터질 때마다, 카타르가 동요됐다. 카타르 선수들은 서로에게 소리치고 동선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멸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75-61, 14점차 리드.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이대로 분위기가 이어질 줄 알았다.
4쿼터 : 쉬운 승리는 없다
하지만 농구는 40분 경기다. 불안요소는 3쿼터부터 있었다. 2쿼터 후반 여준석이 부상으로 나간 이후 3쿼터에 투입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출장이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공격 옵션의 중심이 이현중, 여준석인데 한축이 떨어져나갔으니 다른 공격 옵션에 대한 불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4쿼터 들어 굿윈이 우리 수비가 한숨 돌린 틈을 타 다시 살아났다. 강한 피지컬과 높이를 앞세운 카타르는 시간이 흐르고 체력 소모가 많아질수록 우리에게 부담이 됐다. 설상가상 굿윈을 막던 정성우가 파울 트러블로 아웃되며 수비 조직에 균열이 생겼다.
후반 5분 여의 시간이 이렇게 길었던가.
남은 시간 5분. 이런 상황에서 코칭스태프는 어떤 전술을 선택할지,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지… TV 앞이었지만, 마치 벤치에 앉아 있는 듯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결국은 집중력이었다. 이현중과 이승현이 지친 몸을 이끌고 리바운드를 잡고 큰 미스 없이 마무리한 덕분에 소중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97-83 승리.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공격에서 패턴이나 오프 더 볼 무브에 의한 득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현중이 개인기량으로 대한민국을 지탱했다.
경기 후 : 벤치에 있지 않아도, 마음은 그곳에 있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고 TV 화면이 인터뷰로 넘어가는 순간, 안도의 숨이 새어 나왔다. 선수들은 벤치에 앉아 있었지만, 나는 화면 밖에서 함께 집중하고 있었다.
땀을 닦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그간의 준비와 헌신, 그리고 후배들이 짊어진 한 경기의 무게를 실감했다.
다음 경기, 레바논전이 기다리고 있다. 강한 상대지만 우리는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
이 황금세대의 첫 출발이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도록 나 역시 한 사람의 농구인으로서
항상 곁에서 응원하고, 준비되어 있겠다.
4쿼터의 아쉬운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일단 오늘은 승리한걸로 충분하다.
마음을 담아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글까지 쓰고나니 배고프다.

사진=FIBA, 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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