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 우리은행은 10일 KB스타즈 챔피언스 파크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공식 개막전에서 71-68로 승리했다.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였던 만큼 무엇보다 값진 결과였다.
사실 우리은행은 KB스타즈 전에 앞서 정상 전력 가동이 어렵다고 밝혔다.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최근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박혜진부터 5일 전부터 휴식한 김정은, 여기에 출전이 어려운 최은실까지 박지현과 김소니아를 제외하면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좋지 못한 상태였다.
우려했던 부분은 경기 초반부터 나타났다. 박혜진이 4분 45초 만에 교체된 것. 핸드 체킹 규정의 강화로 인해 초반부터 많은 파울을 허용한 그들은 에이스의 부재라는 악재를 또 겪어야 했다.
위성우 감독의 선택은 김진희였다. 지난 시즌부터 주목했던 그 이름을 드디어 부른 것이다. 큰 기대는 없었다. 적어도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2018-2019시즌 11경기 출전에 불과했던 무명의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진희는 겁이 없었다. 박혜진이란 거대한 존재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임무를 맡고도 코트 위에서 떨지 않았다. 오히려 박지현과 함께 앞선을 진두지휘했고 김소니아와 김정은의 찬스를 만들기 위해 많은 활동량을 보였다.
25분 6초 동안 출전한 김진희는 무득점을 기록했으나 2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5반칙 퇴장할 때까지 제 역할을 다 해냈다. KB스타즈는 염윤아, 심성영 등 주전급 선수들을 계속 기용했음에도 박혜진의 공백을 공략하지 못했다.
위성우 감독은 칭찬에 인색한 남자다. KB스타즈 전 이후 멋진 활약을 펼친 박지현에 대해서도 “오늘 (박)지현이가 잘했나요?”라며 반문을 할 정도로 선수들의 기대치를 높여 보는 편이다. ‘나쁜남자’ 위성우 감독도 김진희만큼은 칭찬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다. 그만큼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코트 위에서의 존재감이 뛰어났다.
위성우 감독은 “진희가 정말 잘해줬다. (박)혜진이가 일찍 코트를 떠나면서 앞선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진희가 그 포지션을 잘 채워준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사실 김진희는 지난 2019-2020시즌에도 위성우 감독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으로 본인이 밝게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진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열정은 위성우 감독의 마음을 계속 흔들었다.
“진희는 지난 시즌에도 눈여겨본 선수다. 십자인대가 끊어지면서 뛰지 못했지만 가진 기량만큼은 좋다고 생각했다. 가드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센스가 있다. 연습하는 과정에서도 슈팅이 잘 들어가면서 오늘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방면에서 장점이 많다. 또 우리가 필요한 부분을 잘 채워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위성우 감독의 말이다.
박혜진의 부재는 우리은행의 전력 약화와 큰 연관성이 있다. 김진희가 박혜진의 공백을 완벽히 메꿀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책임지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필요하다.
위성우 감독은 “배포가 작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한테 욕을 많이 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웃음). 능력은 좋다. 충분히 괜찮은 선수다”라며 신뢰를 보였다.
대학 시절 No.1 포인트가드로서 이름을 날렸던 김진희. 긴 시간을 거쳐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그는 당당히 WKBL 최고의 팀 우리은행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과연 단순한 행운이었을지 가진 기량에 대한 증명이었을지 지켜보자.
# 사진_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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