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와 대구시, 둘 다 본질을 놓치고 있다

김용호 / 기사승인 : 2021-08-31 22:40:5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1번 문제를 풀지 않고, 2번, 3번, 4번 문제를 풀고 있다. 정확한 답이 도출될 리가 없다.

하루가 지나면 9월이다. 지난 6월 2일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한국가스공사가 창단식을 열겠다고 예고했던 9월이 다가왔다. 9월 11일부터 KBL 컵대회가 개최되는데 창단식 소식도 없어 선수단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나설지도 알 수 없다. 금일 기준 2021-2022시즌 정규리그 개막까지는 39일이 남았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은 애매모호한 모양새다. 가장 중요한 문제를 놓쳤기 때문이다.

6월 초부터 현재까지 약 세 달의 시간 동안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은 혼돈 그 자체에 놓여있다. 냉정하게 이 팀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지부진한 인수과정. 어디서부터 문제가 곪아지기 시작한 걸까.

● 선결과제였던 연고지 문제는 왜 미뤄놨나
현재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KBL 구단을 존재하게 하는 ‘연고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이 지난 8월 중하순까지 머물렀던 인천에 있었을 때, 이 구단의 연고지는 인천이 아니었다. 현재 대구로 이동해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구는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연고지가 아니다. 연고지가 아닌 곳에 선수단이 있으니 정체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KBL 규약 제2장 제5조 ‘회원의 본거지’에 따르면 KBL 회원인 구단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특정 도시를 본거지로 정하며, 그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으로서 지역사회의 농구를 지원하고 육성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KBL 회원에 대한 자격, 가입금 및 회비 다음으로 거론되는 내용이다. 즉, KBL의 구단으로 합류하려면 본거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그 중요성을 뜻한다.

최근 몇 달 동안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좋지 못한 이슈가 계속되자 한국가스공사는 “선수단이 하루빨리 대구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으며, 유력 연고지 후보인 대구시는 “대구에서 정규리그 개막을 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양측이 내세운 두 명제를 한 번에 성립시킬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다. 한국가스공사의 연고지가 대구시로 확정되면 된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와 대구시가 선수단이 사용할 체육관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고, 여전히 이 농구단의 연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유력’이라는 말은 그렇지 못할 반대의 가능성을 남겨놓는다. 새 출발을 하는 구단에게 새집이 필요했지만, 여전히 집을 보러 부동산만 전전하고 있을 뿐이다.

● 애초에 인천은 연고지 후보였나, 팬들만 상처받았다
한국가스공사의 대구행이 예상보다 훨씬 늦어지면서, 농구계에는 연고지 후보로 여전히 인천시를 고려될 수 있지 않냐는 말이 돌았다. KBL 원년부터 한 팀이 자리했던 도시이기에 한국가스공사의 본사가 대구에 있음에도, 지사가 있는 인천도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이었다.

여기에 프로배구단의 인천삼산월드체육관 입성 추진이 이슈를 더욱 뜨겁게 했다. 프로배구 인천 대한항공은 6월 말 홈경기장 운영 업체 공고를 통해 ‘홈 경기장 단독 운영’이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당시 배구계 관계자에 의하면 대한항공은 이 문구가 함께 계양체육관을 사용하는 인천 흥국생명이 삼산월드체육관으로 향한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흥국생명은 인천시와 삼산월드체육관으로의 홈경기장 이전을 논의 중임을 인정했고, 비슷한 시기에 대한항공도 계양체육관 단독 사용 예정 사실을 인정했다.

프로배구단의 움직임을 보면 한국가스공사는 불가항력적으로 인천을 떠나야 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할 당시 상황에 정통했던 관계자는 “인천시는 한국가스공사가 인천에 남을 의사가 있다면 프로배구단보다 농구단을 우선시해 줄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라고 말했다.

모든 상황을 떠나 한국가스공사는 인천을 연고지로 삼을 수 있었을까? 한국가스공사는 농구단 인수를 결정하고 이사회를 통해 KBL의 회원이 됐을 당시부터 대구를 연고지로 삼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시사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을 연고지로 삼는다는 조건이 깔려있었던 셈이다. 만약 한국가스공사가 대구가 아닌 인천을 연고지로 삼을 마음을 먹었다면, KBL 이사회가 다시 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 사이 KT가 부산에서 수원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에 수도권 포화 현상을 KBL이 받아들였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애초에 방향성과 목표가 확실했던 상황에서 의미 없는 시간만 흘러가면서 상처받은 건 팬들이다. 늘 팬들을 우선시했던 전자랜드 혹은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은 인천 팬들과 웃으며 안녕을 전할 기회를 잃었다. 그렇다고 대구팬들에게 일찍이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도 아니다. 이 무의미한 시간 속에 이득을 취한 사람은 있을까.

● 현재 상황은 한국가스공사, 대구시 둘만의 문제일까?
본질, 가장 먼저 해결됐어야 할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시작점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앞서 한국가스공사와 대구시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현재 이 상황에는 결국 리그의 주인인 KBL의 잘못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전자랜드 농구단의 인수 과정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했을 당시 KBL 관계자는 “전자랜드 농구단의 운영 종료일은 5월 31일이지만, 이후 위탁운영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없다. 인수가 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위탁운영 체제를 맞이할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KBL의 말대로 위탁운영은 없었다. 극적으로 운영 종료 이틀 만에 인수 기업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KBL과 한국가스공사가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속이 빈 껍질만 가득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대구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B2C 기업이 되겠다고 했지만, 자신들의 연고지가 현재로선 대구가 아니기 때문에 공헌할 방법은 없다.

KBL은 연고지에 대한 규정이 타이트하게 명시되어있지 않다. 새로운 기업이 농구단을 인수할 경우 어느 시점까지 연고지를 선정해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농구단을 인수하는 과정에만 열을 올렸을 뿐, 그 이후 과정에 있어서는 방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은 지난 25일 연습경기를 소화한 후 대구로 이동했지만, 26일 오전까지 어디서 훈련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정규리그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대구시체육회는 한국가스공사에게 전용구장 건립을 촉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은 오프시즌의 대부분을 혼란 속에 지내고 있다. 이들이 온전히 시즌을 치르기 위해선, 이제 첫 번째 문제를 풀어야 한다.

# 사진_ 점프볼 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호 김용호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